"내부 정보 유출 방지, HDD 제대로 챙겨라"

일반입력 :2014/06/26 06:13    수정: 2014/06/26 08:49

손경호 기자

지난해 신섬유 소재 분야 코스닥 상장사인 F사는 10년 동안 개발해 온 나노섬유기술을 송두리째 빼앗길 뻔 했다. 퇴사한 임원진들이 원인이었다.

올해 4월에는 LG전자 전 연구원 2명이 로봇청소기 관련 기술을 유출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입수한 중국 가전업체는 내년 12월께 비슷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적발되지 않고 넘어갔다면 피해규모가 7천9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경찰은 밝힌 바 있다.

내부 직원들을 통한 산업기밀유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부 직원들에 대해 보다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한편, 유출에 대비해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2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포렌식조찬포럼에서 '산업기술 유출수사 사례 및 영업 비밀 보호 방안'에선 내부 기밀 정보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주제 발표를 맡은 정점영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 팀장은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되는 직원이 갖고 있는 하드디스크(HDD)를 떼내서 보관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포렌식은 범죄사건 발생시 정황을 파악하고, 증거를 찾기 위해 사용되는 분석기술이다. 정 팀장은 디지털포렌식을 위해 핵심기업연구자가 특별한 이유없이 퇴사했을 경우에 연구원이 사용했던 HDD를 확보해 놓으면 사건에 대한 빠른 분석을 통해 기술 유출 발생시 증거확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퇴사자가 쓰던 PC에 탑재된 HDD를 포맷해서 후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HDD에 저장된 파일 복사 여부, 접속 기록 등에 대한 정보가 훼손돼 분석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디지털포렌식을 위한 툴을 도입하고, 퇴사자들에 대해서도 이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들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산업기술유출이 우려될 경우 내부적으로만 조사를 진행하다가 뒤늦게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경우다. 피의자들이 증거가 될만 한 디지털 자료들에 대한 흔적을 지워 범인을 밝혀내는 작업이 더 더뎌질 수 있다. 그 사이 자료는 다른 곳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 팀장은 의심가는 대상자를 직접 발견하려고 하기보다는 수사기관에 바로 의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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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달리 기술 중심 중소기업들은 산업기밀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도 디지털포렌식 툴을 도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 팀장은 일반 사설업체를 동원 디지털 포렌식은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이보다는 수사기관에 빠른 제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중소기업청,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산하 중소기업기술지킴센터가 제공하고 있는 내부기술유출방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