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패러독스, 한국 자유롭지 않아

개인정보 중요하다 인식해도, 보호 투자에는 인색

일반입력 :2014/03/05 11:53

남혜현 기자

개인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보호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한 '프라이버시 패러독스'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발간한 정책연구 보고서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철학적 배경과 산업적 접근'을 통해 국내서도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가설이 입증됐다고 5일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KISDI 미래융합연구실 손상영 연구위원은 21세기 부상된 프라이버시 주요 이슈 두 가지 중 하나가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라고 주장했다.

이 가설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매우 작은 눈앞의 이득을 위해 쉽게 팔아버리는 경향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행동경제학자들의 실험에 의해 입증된 바 있다. 손 연구위원은 프라이버시 패러독스의 경향이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 미국과 유사한 실험을 통해서 파악했다. 이 실험에는 총 163명이 참가했으며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가 고르게 참여했다.

실험 결과 국내에서도 부분적으로는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현상이 발견됐다. 예를 들면, 실험 참가자들이 체중정보라는 개인정보를 판매할 때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을 평균 146만 원이라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이 제시되자 참가자의 70%가 100원에 판매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체중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평균 2만4천 원 정도라고 답해 판매용의 가격과 보호의지 비용 간의 격차가 61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험에서 실시한 상식 퀴즈성적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비용은 평균 1만8천 원이었으나 실제로는 참가자 중 20%만 100원을 지불하고 보호했다.

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법이 추구하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사람들의 행태에는 분명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프라이버시 패러독스의 경향이 여러 개인정보 분야로 확산돼 간다면 프라이버시 패러독스가 새로운 사회규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규범이론을 적용해보면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는 비효율적인 사회규범으로 판단되므로 시정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는 의견을 냈다.

이에 손 연구위원은 프라이버시 비즈니스가 프라이버시에 관한 비효율적인 사회규범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예를 들면 프라이버시 패러독스에 빠져서 자기 정보를 방임하던 사람들도 평판관리 서비스를 받기 시작하면서 자기 정보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게 되고 비효율적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 연구위원은 평판관리 서비스의 도입을 통해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사회적 의미가 변화하게 된다며 이와같이 프라이버시에 관한 비효율적인 사회규범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를 비롯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에 대해 EU의 ‘데이터 보호 개혁’과 같은 직접적인 규제 강화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당사자 간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데이터 보호 개혁 같은 개인에 관한 미국, EU 등 주요국 반응이 대증적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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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들면, EU 집행부는 ICT의 발전과 글로벌화에 따라 데이터의 수집, 접근 및 활용 방법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1995년에 제정한 데이터보호지침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면서 2012년 1월 25일에 ‘데이터 보호 개혁을 발표했다.

손 연구위원은 데이터 보호 개혁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심해서 아직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