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서버 펌웨어 업데이트 유료화...왜?

일반입력 :2014/02/10 10:55

HP가 x86서버 브랜드인 프로라이언트 제품군에 대한 펌웨어 업데이트와 서비스팩 지원을 유료화했다.

미국 지디넷은 HP가 오는 19일(현지시각)부터 모든 프로라이언트 서버 제품군에 걸쳐 업데이트 비용을 물리는 정책을 적용한다고 보도했다.

HP가 적용한 유료화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내려받을 때마다 돈을 받는단 얘기는 아니다. 구매시 업데이트를 사용할 제품 보증(warranty) 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전까지 HP 서버용 펌웨어 업데이트는 누구든 사용이 가능했다. 별도 계약을 맺거나 보증 기간 이내가 아니더라도 새 업데이트를 직접 갖다 쓰는 데 제약이 없었다.

마리 맥코이 HP 테크놀러지서비스 사업부 서버 지원 담당 부사장은 19일부터 펌웨어 업데이트는 HP서포트센터를 통해 유효한 보증이나 케어팩서비스 또는 지원계약을 갖춘 고객들에게만 제공된다고 밝혔다.

회사측이 밝힌 정책 변경 사유는 IT투자 보호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HP의 '귀중한 지적자산'에 해당하는 최신 펌웨어 사용권을 제공하려는 목표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번 정책 변경에 대해 덩치가 기업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대기업 사용자들은 대부분 확대된 지원계약을 구매한 상황이다.

반면 중소업체들은 HP 정책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주로 HP의 저가형 제품군 수요층이고 별도 지원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 지디넷은 HP 저가형 서버 제품군 사용자들에게 줄 수 있는 악영향을 지난 2012년 시판된 마이크로서버 'N40L' 모델 사례로 예시했다.

그동안 판매된 N40L는 지난해 10월 상용화된 윈도서버2012R2와 윈도8.1을 설치할 수 없었다. HP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펌웨어 수정판을 내놨다.

그런데 HP 마이크로서버 제품군의 하드웨어 보증기간은 구매시점 기준으로 1년밖에 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보증기간도 90일밖에 안 된다. 신규 정책을 적용할 경우 보증기간 이후 새 펌웨어를 받으려면 126~200달러 가량으로 하드웨어 가격의 절반 수준인 HP케어팩을 사야 한다. 싼 값에 산 서버의 결함을 고칠 때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저가형이 아닌 중급형 프로라이언트 모델의 경우 케어팩 구매가격은 더 비싸다. 지원 기간을 1년 연장하는 가격이 1천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든지, 이를 해결하는 펌웨어가 반드시 구매자들의 기본 보증기간 이내에 배포된다는 보장은 없다.

몇년전 HP는 블레이드서버 모델 사용자들에게 부팅 중 문제를 일으켰을 때 시스템 기판을 갈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펌웨어 문제를 고치는 업데이트를 배포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11년 또다른 프로라이언트 서버 모델에 데이터 손실을 유발하는 하드디스크 전송 오류를 바로잡는 업데이트를 내놓기도 했다.

HP의 움직임은 그간 서비스 지원 연장 계약으로 제값을 못 받았던 제품 영역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비친다. 하지만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을 더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지디넷은 최소한 소규모 기업들에 대한 서버 제품군의 경우 HP가 업계 선도 사례를 따라 이번 정책 변경을 단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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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델의 경우 그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제품군 전체에 걸쳐 바이오스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한 없이 제공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델과 달리 시스코는 네트워크 제품의 경우 유효한 서비스 계약을 요구하지만, 시스코도 서버용 업데이트 다운로드는 계약 없이 인증만 거치면 쓸 수 있다.

한편 IBM의 경우 HP와 유사한 정책을 앞서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IBM은 지난해 8월 공식블로그를 통해 '머신코드(펌웨어)' 수정 업데이트는 하드웨어 유지관리 서비스 계약이나 제품 보증을 받고 있는 경우에만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