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엇갈린 4Q 기상도

반도체 호황 속 디스플레이 수익성↓ 삼성D 비상

일반입력 :2014/01/13 18:27    수정: 2014/01/14 07:47

정현정 기자

지난해 4분기 전자부품 업계의 실적은 반도체 업계는 호조세,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 LG의 희비교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실적발표를 앞둔 전자 부품업계 중 반도체는 메모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실적도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의 선방 속에 삼성디스플레이는 LG에게 추격을 허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잠정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8조3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당초 영업이익이 9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비교하면 어닝쇼크 수준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견조한 실적 흐름이 계속됐지만 휴대폰과 함께 디스플레이 부문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 화재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했던 지난해 2·3분기 대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D램 업황의 상승세 영향으로 실적 하락폭은 크지 않아 선방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 호조 등의 영향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르면서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분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영업이익 격차를 대폭 줄이거나 추월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 1분기 이후에도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정반대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는 공급자 중심의 메모리 시장 재편 영향으로 당분간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패널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이익률 하락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삼성전자 ‘굳건’ SK하이닉스 ‘선방’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연결기준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8조3천억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하회한 수치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서는 영업이익이 1조9천억원이나 빠졌다.

각 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지난 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 초중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출액 역시 증가해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실적을 뒷받침했던 휴대폰 등 타 사업부문의 실적 하락폭이 두드러진 가운데 반도체 부문이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 분기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IM사업부 뿐만 아니라 시스템LSI사업부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판매와 메모리사업부의 모바일 D램 및 낸드플래시 등 관련 부품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메모리 시황 호조에 따른 D램 가격 상승 영향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 화재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우시 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차질 여파가 4분기에 본격 반영 되면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이 8천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2·3분기 연속 1조원을 넘겼던 것에 비하면 소폭 감소가 불가피하다. 당초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은 7천710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컨센서스가 상향조정되고 있다. 역시 D램 공급 업황의 개선이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우시 공장 생산차질로 인해 D램과 낸드 출하량이 각각 13%, 15% 감소했고 원달러 평균환율도 전분기 대비 50원이나 하락한 어려운 조건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평가할 만하다”면서 “우시공장은 11월 말부터 정상수준의 가동에 들어가서 1월 중순부터는 출하량이 사고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웃고’ 삼성디스플레이 ‘울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우위를 유지해왔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LG디스플레이에 추월 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매출액은 6조8천억 수준이다. 증권사에 따라 7조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는 곳도 있다. 영업이익은 2천억원 초반대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 호조로 중소형 패널 출하량이 증가했고 TV 패널 출하량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DB대우증권 황준호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8천억원과 2천486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전망”이라면서 “패널 출하 면적은 전분기 대비 6.9% 증가하고 ASP는 0.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TV 패널 가격은 전분기 대비 6% 하락했지만 면적당 단가가 높은 중소형 패널 비중 증가로 총 ASP는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분기 디스플레이 부문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았던 것이 삼성전자 어닝쇼크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2천억원 초반대로 지난해 3분기 9천800억원 대비 4분의 1토막 이상이 났다. 기존 추정치와 비교해서도 절반 이상이 낮아졌다. 증권사에 따라 2천억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전망하는 곳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2년 통합 출범 이후 2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는 1조원대 안팎의 영업이익을 유지해왔다. LG디스플레이와 비교해서도 줄곧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으로 우위를 점해왔지만 4분기를 기점으로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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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실적 부진에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OLED 재고조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판매가 다소 부진해지면서 OLED 단가가 하락해 OLED 사업 매출과 수익성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TV용 패널 가격 하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차세대 OLED 연구개발(R&D) 투자비 부담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다소 과도한 이익률을 누려왔던 OLED 사업부가 단가하락과 플렉서블 관련 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스마트폰 이익률 하락으로 OLED 사업부의 사실상 단일 고객이라고 할 만한 IM사업부가 이전에 비해 OLED 이익폭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