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뇌부, 애플과의 다음 전쟁 말하다

소프트웨어·특허·융합 3대 전략

일반입력 :2013/11/06 13:34    수정: 2013/11/07 08:48

김태정 기자

“경쟁사들은 감을 잃었다. 2020년 IT 기업 톱은 우리다.” -권오현 부회장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집중한다.” -신종균 IM담당 사장

삼성전자 수뇌부가 향후 10년의 목표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IT 기업 가운데 세계 1위.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한 주력 제품 모두 1위. IT와 타 산업을 융합한 새 시장을 만들어 또 1위. 경쟁사들이 못 따라올 톱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목표들의 달성을 위해 숙적 애플을 상대로 한 전쟁 승리는 필수 조건이다.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는 삼성전자의 대 애플 전략 줄기를 보여줬다.

삼성전자 수뇌부는 정확한 회사명 대신 ‘경쟁사’라는 단어를 썼지만, 발표 주요 대목에서 애플을 겨냥했음을 드러냈다.

이들이 밝힌 삼성전자의 차기 대 애플 전략은 크게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총력전 ▲전략적 특허 관리 ▲타 산업과의 융합 등 3개로 나뉜다.

■연구투자 절반이 소프트웨어…총력전 돌입

우선,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투자가 방대하다. 올해만 140억달러를 전사 연구센터에 투자하는데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지난 2010년 5만명이었던 삼성전자 연구센터 직원은 현재 8만명 규모다.

약 10년 전 한국에만 위치했던 삼성전자 연구센터는 세계로 퍼졌으며, 올해 현재 총 34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착공했다. 쿠퍼티노 애플 본사와 불과 1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연구센터 업무 중 소프트웨어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며 “특히 소프트웨어 박사 인력을 적극 영입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IM(IT/모바일)사장도 “최고의 하드웨어에 걸 맞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만들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 사용자환경(UX) 수준을 확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회사 재무책임자(CFO) 이상훈 사장은 “직원 채용 초점이 소프트웨어에 맞춰졌다”며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인재들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별 특허 전문가 영입 박차

특허 역시 삼성전자와 애플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양사는 3년 넘게 “네가 베꼈다” 식의 특허 전쟁을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IP(지적재산권)센터를 신설, 특허 관련 업무를 집중시켰다. 국가별로도 변호사를 비롯한 특허전문가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현재 삼성전자는 IBM에 이어 미국 내 특허 수 2위의 강자이지만,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애플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특허를 수익원으로 삼은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늘어나면서 소송 난타전이 벌어지는 것도 삼성전자의 새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들어서도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기고 NPE로 변신 중인 노키아에게 특허 사용료를 5년 간 더 주기로 한 삼성전자다. IP센터에 대한 지원사격 강화는 당연하다.

이상훈 사장은 “특허 무기로 한 분쟁이 늘어나고 위험 노출이 심화되고 있다”며 “IP센터 투자 강화가 주요 전략이 됐다”고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도 “남의 기술을 따라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만의 기술을 만들어 특허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 산업 융합 경쟁 이미 불붙어

타 산업과의 융합 부분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연동한 스마트카와 바이오, 교육 등이 거론됐다. 일정 부분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는 자체 평가도 내놨다. 이른바 비욘드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 키워드들이다.

이 역시 애플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애플은 지난 6월 ‘iOS7 in the car’라는 플랫폼을 발표했다. 아이폰과 자동차에 내장된 대시보드 시스템간 긴밀한 통합이 주 내용이다.삼성전자는 인텔과 개발 중인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스마트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 OS 2.0 버전부터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 사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타이젠을 안드로이드 대안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것은 오해”라며 “삼성전자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그에 맞는 제품을 소개한다는 게 원칙이다”고 말한 것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권오현 부회장은 애널리스트들에게 “비즈니스 계획을 자동차와 교육 등과 접목할 것”이라며 “업계를 완전히 바꿀 제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경쟁사들은 감을 잃었다”는 공격 메시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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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삼성전자 수익에서 스마트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의 62%, 영업이익의 68%를 거뒀다. 앵글을 돌려보면 다른 사업부의 존재감이 떨어졌단 뜻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주자들의 흥망성쇠가 IT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기에 더 불안한 부분이다.

결국,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의 현실화 정도가 회사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삼성전자 수뇌부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