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의 향후 20년 안개속

기자수첩입력 :2013/10/29 08:26    수정: 2013/10/29 08:26

김태정 기자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재무장하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렇게 누차 강조했다. 그룹 사장단을 대거 모아놓고 각오를 들었다. 잔치라고 하기엔 비장한 분위기다. 28일 삼성의 신경영 20주년 행사는 ‘각오’로 시작해 ‘각오’로 끝났다.

이 회장의 메시지는 승자의 의례적 겸양이 아니다. 삼성의 향후 20년이 달력 넘어가듯 편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확 줄었다. 지금까지의 승승장구와는 별개 문제다.

전후 상황을 보면 삼성그룹 전체가 지난 20년의 성장세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우선,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 성장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삼성은 지난 2010년 이 회장이 직접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지목한 ▲태양전지 ▲자동차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바이오 등에서 3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다.

물론, 향후 10년을 본 장기 사업들이지만 세계적 불황과 그 바닥 기존 강자들의 전력 강화를 감안하면 낙관적이지 않다. 2020년까지는 고작 7년 남았다. 그룹 내부에서 이 사업들에 대한 회의론이 들려온다.

잘 나가는 스마트폰 사업을 두고도 우려가 나온다.

올 3분기 스마트폰 중심의 삼성전자 IM(IT·모바일) 사업부는 회사 전체 매출의 62%, 영업이익의 68%를 거뒀다. 앵글을 돌려보면 다른 사업부의 존재감이 떨어졌단 뜻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삼성 그룹 전체 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IT 가운데서도 흥망성쇠가 빠른 분야다. 몰락한 노키아와 블랙베리 등이 천하를 호령한 시절이 엊그제다. 스마트폰만 믿고 안심하자는 이는 IM 사업부에도 없다.

이 회장이 5대 신수종 사업뿐만 아니라 금융을 비롯한 타 분야에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계열사 중에는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왜 탄생하지 않느냐”는 이 회장의 질책은 언론에만 수차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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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서로가 용납 못하는 분위기”라며 “그룹 전체의 인력 재배치 기류와 맞물려 공기가 무겁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20년이 지난 2013년. 삼성에게 무거운 숙제가 다시 떨어졌다. 불확실성을 이겨낼 카드들을 만들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상의 각오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