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게임 소매상 한숨…“아사 직전”

일반입력 :2013/06/25 11:50    수정: 2013/06/25 12:15

용산 게임 전문 소매상들이 국내 비디오 게임 유통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때는 국제전자센터와 함께 비디오 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이제는 폐업을 고민해야할 만큼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 게임 전문 소매상들은 ‘PS4', 'X박스 원’ 등 신형 게임기들의 출시 소식에도 반색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찾는 손님이 없기 때문. 또한 대부분의 소매점들은 인건비가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도의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두지 않고 점주 1인 영업 체제를 갖추고 있다.

본지가 최근 용산에 밀집돼 있는 게임 전문 소매상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차세대 게임기 출시로 인한 시장 활성화에 “별 기대 안 한다”고 답했다. 오히려 신제품 출시 소식에 기존 제품인 'PS3'와 ‘X박스 360’ 판매가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PS4와 X박스 원의 국내 출시가 내년으로 예상되지만, 벌써부터 기다려보겠다는 심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어서다.

용산 게임 전문 소매점주들을 울상 짓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온라인 판매다.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소매상들에게 물건을 넘겨주는 도매상들이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게임 타이틀 등을 저가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게임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A 소매점주는 “한정판은 게임사 대리점에서 팔고 도매상은 온라인에서 저가로 팔기 때문에 소매상들이 설 자리가 없다”면서 “간신히 중고 게임 거래로 먹고 살지 새 게임만 팔아서는 가게세도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B 소매점주는 “오프라인에 물건을 먼저 줘야 하는데 통신 판매상에 먼저 준다”는 말과 함께 “게임사들이 신형 기기를 출시할 때 가격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낮게 출시해 준다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산 소매점주들이 말하는 비디오 게임 오프라인 판매의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게임은 사치품”이란 인식 탓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전자센터 등에서 높은 매상을 올리고 있는 ‘한우리’가 원가 이하 판매 정책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기에 모바일 게임 유행도 국내 비디오 게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소매점주들의 생각이다.

A 소매점주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락은 사치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우리가 오픈 초반 원가 이하 판매를 했던 문제와 모바일 게임 때문의 영향도 현재 용산 게임 소매상들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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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그는 “하루 1천원 번다는 생각으로 근무할 만큼 어렵다”며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어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보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말로 뼈아픈 속내를 털어놨다.

이 외에도 용산 전자상가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용산 게임 전문 소매상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나친 호객 행위와, 바가지 씌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면서 용산 게임 전문 상인들의 한숨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