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중고폰 가격은 중국이 결정한다"

일반입력 :2013/03/18 10:36    수정: 2013/03/18 11:01

남혜현 기자

중고폰 시장이 출렁인다. 1천원 주고 수거해가던 중고폰의 가격이, 최근엔 기종에 따라 6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때 1천원짜리 갤럭시S3를 양산했던 보조금을 감안하면, 중고폰의 몸값이 새 스마트폰보다 후한 셈이다.

중고폰 거래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내가 판 중고폰은 누가 사가고, 또 어떻게 판매되나.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중고폰 거래가 일어나는 용산을 찾았다.

국내 중고폰 시장은 중국인들이 접수했어요. 휴대폰 판매점을 통해 매입된 중고폰들은 대부분 중국 보따리상들이 사가는 거에요. 그중 흠집 없는 새것 같은 물건 일부가 우리나라서 판매되죠

용산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중인 A씨. 그에 따르면 국내서 중고폰 시장이 본격 형성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해 가을, 도매상을 중심으로 중고폰 매입 물량이 늘더니 연초부턴 용산, 김해 등 외국인이 밀집한 지역에선 소매점도 생겨나는 추세다.

중고폰은 관세가 없는 홍콩을 거쳐서 중국으로 많이 들어가요. 스마트폰 쓰던 사람들이 휴대폰 판매점에 중고로 물건을 팔면, 이를 도매상들이 사가는 식인데요. 도매상들이 매입한 물건의 70% 정도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간다고 보면 돼요

국내 중고폰 시장의 최대 손님이 중국이란 뜻이다. 중고폰 시장 가격을 조율하는 큰 손 역시 중국이다. 중국 내 휴대폰 수요에 따라 국내 중고폰 가격도 달라진다. 중국에서 판매 경쟁이 많이 붙는 중고폰일수록 값도 올라간다. 용산에서 중고PC 매장을 오래 운영했던 B씨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중고폰에 시세가 생긴다는게 참 신기한 거에요. 정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동통신사에서 보조금이 내려오면 새 스마트폰 가격이 하루에도 여러번 달라지잖아요? 최근엔 중고폰도 마찬가지에요. 중고폰 거래 카페에 들어가면 가격이 수시로 바뀝니다. 최신 폰이 아니여도 중국에서 인기 많은 기종의 중고폰 값이 더 후해요.

휴대폰 판매점이 매입한 중고폰은 통상 5천원 정도의 이문을 남기고 도매상에 판매된다. 이 도매상들은 주로 홍콩, 중국, 동남아 등지로 중고폰을 판매하는데, 해외로 넘어가지 않은 스마트폰은 주로 국내 소비자들이 이용한다. 이 경우 중고폰은 2만~5만원의 마진이 덧붙어 판매된다.

소매점에서 중고폰 판다고 돈을 많이 버는건 아니에요. 하도 장사가 안되니까 중고폰을 취급하는 곳도 늘어나는 거죠. 밥 값이나 벌자, 뭐 그런 거에요. 그래도 외국인들이 많은 동네에선 휴대폰 판매업자들이 건물주들하고 가게 더 늘리지 말자고 약속하고 입주한다고 합니다. 장사가 너무 잘돼서 더 이상 못들어오게 하려는 거죠

국내 중고폰 거래의 최대 손님은 외국인들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4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 비율의 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주말, 용산을 찾으면 중고폰을 문의하는 외국인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주말에 용산에 한 번 와보세요. 여길 찾는 손님 중 90%는 외국인입니다. 아예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있어요.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 2G폰을 쓰는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에요. 와서 보시면 상황이 다르다는 걸 아실거에요.

중고폰이 인기를 끌면서 아예 이런 제품만 취급하는 가게도 생겼다. 용산 나진상가에서 중고폰을 전문 취급하는 C씨는 신형 휴대폰을 판매하는 대리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고 주변 정황을 설명한다.

장사가 안되죠. 동네마다 휴대폰 판매점이 들어섰고, 인터넷만 보면 가격 다 나오는데 누가 용산까지 와서 휴대폰을 개통합니까.

C씨에 따르면 최근엔 국내 소비자들도 중고폰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졌는데, 약정 기간이 채 지나지 않아 폰이 파손되거나 분실했을 때 중고폰을 찾는 경우가 있다. 신제품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해도 안전하지만, 중고제품의 경우 물건 상태를 확인하고 구매하려는 손님이 많은 것도 중고 전문점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최근엔 용산에 위치한 일부 중고 매장의 경우 중고 제품이란 걸 밝히면서 박스 포장까지 새로해 판매하는 전문점도 생겨났다. 잔 고장을 고치는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등 규모가 큰 곳도 있다. '활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 휴대폰 대리점이 퇴거하고 공실로 남은 자리를 이런 중고 매장들이 자리잡고 있는 게 지금 용산의 현실이다.

그러나 소매점이 중고폰 한 대를 팔아 큰 돈을 남기기는 힘들다. 때문에 중고폰 시장은 해외 판매를 중점에 두는 도매상과, 국내 외국인들을 상대로한 소매상으로 나뉜다. 통상 '사무실'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도매상들의 경우 가게 규모에 따라 한 번에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의 물건을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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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씨도 부천 송내에서 중고폰 사무실을 운영한다. 중고폰을 대량으로 매입해 홍콩으로 많이 판매하고 있다. 주로 용산이나 김해에 D씨처럼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많이 위치한다고 설명한다. 외국인들이 많아 거래가 활발해서다.

중고폰 소매점들이 용산 등을 기점으로 생겨나고 있어요. 한 해 판매되는 중고폰 규모요? 그거야 정확히는 모르죠. 집계도 쉽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큰 사무실같은 경우엔 한 번 홍콩에 보내는 물량이 수억원 정도까지 합니다. 중고폰 시장이 많이 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