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IT업계 뒤흔든 '말.말.말'

일반입력 :2012/12/31 12:07    수정: 2012/12/31 14:45

남혜현 기자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개인의 말은 흘려듣기 어렵다. 그 한 마디 말이 결국 기업 경영 방침, 또는 시장 자체의 변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IT 업계를 뒤흔든 거인들의 말을 모아봤다. 올해는 삼성전자-애플로 대표되는 소송 관련 발언이 가장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어 대한민국이란 배를 향후 5년간 이끌 대선 후보들의 IT 관련 발언도 함께 묶었다.

■ "자기 고유의 힘으로 혁신하는 길 원한다"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삼성전자와 특허 침해 관련 1차 본안소송 최종 판결을 앞두고 NBC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이는 프로그램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V 광고를 보여주며 의견을 묻자 내놓은 답이다.

■"전 세계적인 평화가 필요한 시점"

- 루시 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판사.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침해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이 발언은 양사간 1차 본안소송 최종판결 심리서 나온 것이다. 고 판사는 이날 "법원이 할 수 있는게 있나? 나는 정말 명령을 내리고 싶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고 판사의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보도되며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고 판사는 8월 열린 심리에서도 애플 측 추가 증인 신청 서류를 보고 "코카인(마약)을 했냐"며 고함 치기도 했다.

당시 고 판사는 "증인으로 예정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75쪽에 달하는 서류를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준비된 시간이 네 시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코카인을 하지 않고서야 이 증인들을 다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며 언성을 높였다.

■"애플, 어른답게 일해라"

-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와 인터뷰에서 애플과 분쟁을 이같이 빗댔다.

그는 "어른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은 국가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 국가들은 분쟁 중에도 서로 무역을 한다. 서로에게 폭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애플의 잇단 소송전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사적인 문제로 개인 감정을 드러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생각한다. 앞으로 소송문제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전문가에 맡기고 나는 삼성 그룹을 키우는데만 전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형인 이맹희 씨와 선대 회장이 남긴 차명주식을 놓고 상속 다툼을 벌이던 중 감정적 발언을 사과하며 내놓은 말. 이후 이 회장의 대외 발언도 급격히 줄었다.

앞서 이 회장은 형인 맹희 씨를 두고 "우리 집안에서 쫓겨난 사람, 날 쳐다보지도 못했던 양반" 등 수위 높은 비난을 해 주목받기도했다.

■"1천원씩 내려봤자 칭찬도 못 듣고"

- 이석채 KT 회장이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함께 출연한 토크콘서트에서 지난해 시행한 기본료 1천원 인하를 놓고 꺼낸 이야기. 그는 "1천원 인하로 인한 수익감소가 없었다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0구단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키운 나라에서 운동은 왜 그렇게 못하냐"며 10구단 창설이 "우리나라 야구가 세계화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11월 경기도 양평 새싹꿈터에서 열린 '꿈 찾기 캠프' 현장에선 정보화가 홀대받고 있다면서 "지금 사회는 KT가 돈을 벌면 죄를 짓는 것 같이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 모든 임원들은 시장선도 성과로 평가받는다는 것을 명심해달라"

-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 9월 임원 세미나서 꺼낸 말. LG가 시장 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대부분 사업이 선도기업의 벽을 넘지 못한다며 질책했다.

구 회장의 발언은 그간 '인화'를 강조하던 그룹 문화를 철저히 경쟁 중심으로 재편하겠단 의지로 풀이됐다.

이날 구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더 이상 고객과 인재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기업으로 남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철저한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생존을 위해서 넥슨과 손을 잡았다. 연예인과의 염문설, 이혼설 등은 모두 사실 무근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7월, 능률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세미나'서 밝힌 얘기. 6월 게임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각 이유를 두고 시장에 떠돌던 소문을 일축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다.

그는 지분매각과 관련 "넥슨과 함께 하는 일의 과정 중 하나"라면서 "넥슨과는 그동안 힘을 합칠 때는 합치고 경쟁할 때는 경쟁하자고 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연예인과의 염문설, 이혼설에 대해선 "내 키에? 아이들도 있어서 많이 곤혹스러웠다. 이후 잠잠해지니까 아내에 관한 소문도 돌더라"며 루머를 일축했다. 

■"3년 내 수익 내는 파트너 100만 만들 것"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잘 나가는' NHN을 떠난 후 1년 8개월만에 내건 새 목표. 김 의장이 카카오톡 출시 이후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한 말로, 업계에 많이 회자됐다.

이날 카카오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김 의장은 카카오톡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 역설하며 3년 안에 수익을 내는 파트너사 100만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를 두고 "플랫폼은 무엇을 만들어 팔까가 아니라 누구를 참여시키고 누구를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면서  "카카오톡은 사업자들이 참여했을 때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와 신뢰를 갖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대학시절 전공이 전자공학이다. 정보통신 기술은 창조경제론의 축이기도 하다. ICT대연합 동료애의 친숙함이 느껴진다"

-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월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ICT대연합 주최 초청간담회에 꺼낸 말.

그는 지난 1974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 헌정 사상 첫 이공계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박 당선인은 이날  IT를 산업 전반에 적용, 융합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을 강조하며 "개방과 공유 정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고,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IC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안랩의 지분 나머지 모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

안철수 전(前) 안랩 이사회 의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밝힌 공약이다. 그는 선거 출마 직후, 당선시 안랩의 지분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대 교수직과 안랩 이사회 의장직도 모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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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안 전 후보는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 11월 23일, "문재인 후보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올 한해 보안은 물론 IT 업계 최대 화두기도 했다. 그는 1991년 서울대 의학박사를 취득한 후,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졸업했고,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안랩이사회의장, 아름다운재단 이사 등을 거쳐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