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 미중일보다 전력소모 커"…왜?

일반입력 :2012/05/19 10:40    수정: 2012/05/19 12:54

정부가 지난해보다 여름맞이 전력난 대비 시점을 앞당긴 가운데 국내 웹 환경이 해외보다 많은 전기를 쓰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주요 원인은 어도비의 인터넷 멀티미디어 기술 '플래시'가 많은 탓으로 분석됐다.

이와 더불어 연구를 통해 제안된 웹사이트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체계에 따르면 국내 검색포털 네이버는 5단계중 하위권인 4단계로 판정됐다. 국내 인터넷 검색점유율 1위인 네이버 등급이 1단계 올라가면 적잖은 에너지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18일 충남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이영석 교수팀은 '웹 서비스 에너지 측정(Energy Measurement of Web Service)'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논문은 이달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보기술 에너지 절감을 연구하는 국제학술대회 'e-에너지 2012'를 통해 소개됐다. 해당 실험과 데이터 수집은 지난해 1~3월동안 진행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한국, 중국, 일본, 미국, 4개국 웹사이트 400곳을 대상으로 그곳에 접속한 컴퓨터의 전력 소비량을 측정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와 특정 사이트에 방문할 때 컴퓨터 본체와 화면표시 장치의 전력소비량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 인기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우리는 다채로운 그래픽 효과를 동반한 플래시 광고 콘텐츠로 인해 높은 CPU 점유율을 보곤 한다며 예를 들어 아마존 사이트가 첫 로딩시 CPU 점유율은 1% 수준인 반면 스포츠사이트 ESPN은 30% 수준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플래시 콘텐츠를 품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사용자들은 비록 직접적으로 플래시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다더라도 (상대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비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모를 야기할 수 있다고도 썼다.

실험은 플랫폼간 전력소비량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하드웨어 성능이 제각각인 데스크톱 3종과 노트북 3종에 각각 윈도XP 또는 윈도7 기반 PC를 동원했다. 동일한 렌더링 결과를 얻기 위해 인터넷익스플로러(IE) 8 버전을 사용했다. IE, 파이어폭스, 크롬을 놓고 브라우저간 비교 실험도 진행됐다.

PC 6대를 통해 4개국가 주요 웹사이트를 각각 방문하면서 전력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한국이 가장 높은 소비량을 보였다. 가장 낮은 일본 사이트와 비교시 우리나라 사이트가 유발하는 전력 소비량이 66% 더 높았다.

이 교수는 측정 결과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에너지 소비유형을 보였고 일본과 미국은 소비량이 매우 작았는데, 이들이 다양한 단말 환경과 통신 환경을 고려해 웹페이지를 설계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한국은 광대역망 속도와 3G와 LTE같은 이동통신 속도가 세계 상위권인데, 웹 설계시 이 환경이 반영됐을 것이다고 추론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지난해보다 이른 시점에 여름맞이 비상전력수급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결과라 관심을 모은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여름철 공공기관과 대형건물 냉방온도를 제한하고 하루중 전력소비 절정시간대인 오후2시~5시중 30분간 냉방기 순차중단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예비전력이 부족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이용하는 웹사이트의 페이지도 전력을 덜 쓰도록 설계할 수 있다고 이 교수팀은 지적했다. 하드웨어 성능이 발달하면서 에너지소비량이 급증하는 흐름이지만 그린 컴퓨팅 관점에서 국내 인터넷 환경도 환경친화적으로 바꿔나갈 것을 고려해 보자는 제안이다.

이 교수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웹사이트에 대한 5단계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를 제안했다. 등급 산출용 공식에 따르면 한 네이버는 4등급이다. 이를 1등급으로 바꾸면 1년에 전기료 5천만원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24만Kg 절감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지난 2월 코리안클릭과 우리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유선 인터넷 검색점유율이 72.4%, 페이지뷰 점유율이 45%에 달하는 사이트다.

현재도 네이버는 플래시로 만든 광고를 표시하고 있지만, 연구를 위해 실험이 진행된 시점 이후 국내 사이트들의 플래시 콘텐츠 사용 비중이 감소 추세다. 네이버와 구글코리아 사이트 첫화면을 비교해 보면 여전히 구글 쪽이 플래시를 비롯한 이미지 하나 없이 검색창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화면 표시에 소비되는 전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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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네이버 역시 구글처럼 번잡한 광고나 이미지 콘텐츠 없이 검색창만 표시하는 사이트를 제공한다. 네이버 통합 검색과 동일한 기능을 간소화해 제공하는 '네이버SE(http://se.naver.com)'다. 검색 화면과 검색 결과 화면 모두 광고 없이 이미지도 최소화하고 텍스트 위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네이버SE 기능은 네이버 포털 최상단에 '네이버ME' 첫화면과 나란히 바로가기로 제공되는데도 일반 사용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평상시 활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