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반값TV의 '불편한 진실'

일반입력 :2012/04/04 08:57    수정: 2012/04/04 09:57

남혜현 기자

'반값'으로 상징되는 저가 TV 열풍이 거세다. 마침내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조차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저가 TV 대열에 뛰어들었다.

최근 선보인 보급형 TV 판매량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3일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반값 TV가 출시된 지난해 12월 한 달 간 LED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8%나 늘었다. 공급이 생기니 수요가 만들어지고, 수요가 커지니 공급이 따라 증가하는 양상이다.

TV 시장 판세도 크게 달라졌다. 그간 TV 시장의 절대 강자는 대기업이 만든 40인치대 TV였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30~40인치 사이 TV가 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32인치 TV가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값 TV를 먼저 내놓은 유통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한 국내 TV 시장서 중소업체들이 차지할만한 공간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유통사들이 중소업체와 손잡고 직접 제품을 공급하면서, 구매 수량 제약도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도 반 값 TV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온라인 한정 판매로 팔린 반 값 TV는 약 5천대지만, 오프라인으로 계속해 팔린 물건의 규모는 얼마인지 추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보급형TV에 대해 유독 말을 아낀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보급형 TV 판매량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 분기 TV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보급형 TV의 공로가 분명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프리미엄’ 이미지가 상할까 걱정하는 까닭이다.

■반값TV 내놓은 대기업 LCD 교체 수요가 타깃

대기업들이 조용하고 신속하게 보급형 TV 시장에 뛰어든 데는 밝힐수 없는 속내가 있다. 저가 LED TV를 통해 LCD 교체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달 삼성전자 측은 LCD TV 비중을 대폭 줄이고 LED TV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체 LCD TV 시장에서 LED 제품의 비중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40인치 LED TV의 가격이 110만원 안팎으로 내려온 것도 한 몫 했다. 기존 LED TV의 제작단가를 줄여 더 저렴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현재 LCD TV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이 바로 보급형 TV 뒤에 숨은 계산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CD와 LED TV의 가격 차이가 20만원 안팎으로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들이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신형 제품을 사게 된다”며 “LCD TV나 반값 TV 대비 경쟁력 있는 제품이 대기업의 보급형 TV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보급형TV, 저렴한 이유 있었네

보급형 TV가 저렴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과 LG가 내놓은 보급형 TV는 기존 LED TV와는 설계 구조가 다르다.

통상 벽걸이 LED TV는 빛을 쏘아주는 광원을 양 가장자리로 배치한다. 그 빛을 TV 패널로 고르게 분산시켜 주기 위해 필요한 부품이 바로 도광판이다. 최근 나온 보급형 TV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LED 광원을 패널 뒷면에 배치하고 도광판을 제거해 부품 단가를 낮췄다. 따라서 LED TV이긴 하나 벽에 걸 만큼 얇은 제품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보급형 제품의 경우 구매처에 따른 부품 변화는 없다. 통상 고가 제품의 경우 백화점이나 직영점, 양판점, 온라인 몰 등 구매처에 따라 자재에 차이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보급형 제품의 경우 생산 단가 자체가 적기 때문에 이 같은 차별을 둔다는 게 오히려 제조업체로선 손해일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부품 값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백화점이나 직영매장에 들어가는 제품과 일부 양판점용의 자재가 일부 다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보급형 TV의 경우, 생산 단가 측면에서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옥션이나 11번가 등 유통업체서 판매하는 반값 TV의 경우 엣지형 방식을 그대로 채택했다. TV에 들어가는 개별 부품은 대기업이 사용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으나, 생산 방식은 통상적으로 얇은 LED TV 제조 방식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대기업의 보급형 TV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예전 LCD 구조물에 LED를 탑재해 내놓은 것이지만, 최근 유통업체서 내놓은 반값 TV는 원래 LED 생산 방식 그대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구매 포인트] 저가TV 선택 요령은?

전문가들은 보급형 TV를 구매할 때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선명도와 밝기를 꼼꼼히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TV 화면의 주사율이나 응답속도 등은 시청자들이 거의 느끼지 못할만큼 차이가 적지만, 선명도나 밝기는 곧바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이 구매할 TV의 용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32인치 TV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는 거실에 놓는 TV 외에 각자 방에 놓고 볼 일명 '세컨드 TV'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대학생이나 젊은 세대의 경우 컴퓨터 모니터 겸용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40인치대 보급형 TV의 경우 신혼부부가 거실에 놓고 보기 적당하다. 이 외에 카페나 식당 등 자영업자들도 큰 화면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TV가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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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를 생각한다면 대기업의 TV를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 같은 인치대의 대기업 보급형 TV가 대략 20만원 가량 비싸지만 통상 한 번 구입에 5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 특성상, 안정적인 AS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유통업체서 공급하는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도 전국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1~2년 까지 무상수리를 지원하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의 경우 업체마다 지원 범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