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결산]스마트 열풍…모바일게임 ‘들썩’

일반입력 :2011/12/22 11:10    수정: 2011/12/22 13:36

전하나 기자

올해 IT업계 최대 화두는 ‘스마트’였다. 게임업계 역시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주류로 취급받던 모바일게임이 이른바 ‘대세’가 됐다.

올 한해 모바일게임 업계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흐름을 정리했다.

■애플·구글 ‘뜨는 별’ 닌텐도·소니 ‘지는 별’

“요즘 어떤 부모가 닌텐도를 사주나요. 스마트폰 하나면 다 되는데요.(전자상가 판매상)”

모바일 게임시장이 스마트폰으로의 변혁기를 맞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시장분석기관 플러리(Flurry)의 조사결과다.

최근 플러리는 올해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게임 매출이 19억달러(한화 2조2천억원)로 닌텐도DS와 소니PSP 매출을 합한 14억 달러(1조600억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신시장이 전통적인 휴대용 게임 시장 규모를 불과 3년여만에 추월한 것이다.

닌텐도와 소니는 각각 3DS, 플레이스테이션 비타(Vita) 등으로 차세대 게임 시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태블릿PC 보급의 가속화 등 시장의 주요한 변수 등이 남아 있어 반격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모바일게임 몸값 ‘천정부지’

“온라인 게임은 동접 5천 정도 되면 허덕이면서도 그나마 현상 유지하는 정도예요. 그런데 모바일 게임은 평균적인 트래픽이 1~2만이니 말 다했죠.(온라인게임사 임원)”

인터넷포털의 트래픽이 모바일로 이어지면서 모바일게임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컴투스, 게임빌 등 모바일 게임주가 M&A 이슈로 급등하는 일도 잦다.

무엇보다 시장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컴투스, 게임빌, 넥슨모바일 등 빅3 체제로 흘러왔다.

하지만 올 초부터 이러한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 NHN, 엔씨소프트, CJ E&M,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등 중견 온라인게임사들이 모바일 시장으로의 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회사는 모바일 시장 후발주자로서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대기업들의 ‘묻지마 투자’가 늘어나면서 시장 교란을 초래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게임, 지스타 ‘호령’

“온라인 게임 한번 해보려면 1시간 이상 줄 서는 것은 기본인데, 모바일게임은 금방 금방 시연할 수 있으니 편하네요. 잠깐 해보고 바로 폰으로 내려받을 수도 있고.(지스타 참관객)”

대작 온라인게임만이 수놓았던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의 풍속도도 변했다. 지난 11월 나흘간 부산에서 열렸던 지스타에선 모바일게임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게임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꼭 게임 시연 뿐 아니라 자사의 게임 정보를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는 업체들도 있었다. 참관객들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 대전을 펼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컴투스가 모바일 게임 업계 최초, 최대 규모로 지스타에 참가해 반향을 일으켰다. 컴투스는 이 행사에서 자사의 글로벌 히트작 ‘홈런배틀3D’ 후속작인 ‘홈런배틀2’를 최초 공개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업계 숙원 해결…게임 카테고리 개방

“늦은 감은 있지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또 하나의 큰 기회가 열렸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와 발달 속도를 감안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더욱 무섭게 클 겁니다.(송병준 게임빌 대표)”

지난 11월, 모바일게임 업계는 연달아 호재를 맞았다.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의 게임 카테고리가 개방된 것이다.

아이폰이 국내 도입된지 2년여 만의 일이었다. 그간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는 게임물 사전심의제라는 국내 규제법에 반대해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았고, 국내 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그림의 떡’으로 바라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게임빌이 285억(당기순이익 148억), 컴투스가 309억(당기순이익 40억), 넥슨모바일은 159억의 매출을 내면서 큰 폭의 성과를 거뒀지만 전세계 오픈마켓 게임 시장 성장 추이를 보면 미미한 성적이었다.

때문에 글로벌 오픈마켓의 국내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자 업계는 반가움에 들썩였다. 이는 온라인게임사, 제조사, 이동통신사, 포털 등 타분야 업체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으로의 진입에 더 속도를 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규제 이슈

“2년 뒤엔 셧다운제가 모바일게임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요. 그럼 그때 가서 다시 게임 카테고리가 닫히게 되는 건가요?(1인 개발자)”

그토록 잘나가는 모바일게임 업계도 지난 11월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로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여성가족부는 시행 한달 전까지만해도 규제 적용 범주에 모바일게임이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아 업계에 혼란을 초래했다.

사전심의가 채 풀리기도 전에 더 무서운 사후규제가 거론되니 업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더군다나 청소년의 시간대별 차단, 결제 정보 제공 등을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 기능 탑재와 서버 구축 등에 드는 비용은 영세 모바일게임 업체들에게는 감당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여가부는 이에 개의치 않고 과몰입 이슈가 적은 스마트폰 게임은 제외하되 태블릿PC로 즐기는 네트워크 게임은 온라인게임과 특성이 유사하므로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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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법해석상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결국 유예 대상이 됐다. 대신 여가부가 규제 사후조치를 위해 설치한 평가자문위원회를 통해 2년 후 다시 논의키로 하면서 업계의 근심거리는 남았다.

특히 학부모단체 및 정치권 일각에선 청소년들 게임 이용자들이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넘어가는 규제 ‘풍선효과’를 우려해 2년 뒤에는 반드시 규제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