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무한경쟁 시대 "승부처는 가격"

일반입력 :2011/11/18 12:15    수정: 2011/11/18 15:59

남혜현 기자

소비자들이 거리낌없이 태블릿을 구매할 수 있는 가격 조건은 얼마일까? 미국에선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아마존 킨들파이어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애플 아이패드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라는 분위기다.

킨들파이어 뿐만이 아니다. 반스앤노블, 코보 등 해외 유력 전자책 업체들도 잇따라 200달러 이하 단말기를 선보였다. HP나 HTC, 리서치인모션(RIM) 같은 경우도 기존 태블릿의 가격을 300달러 이하로 낮추는 가격 실험을 시행했다.

국내서도 태블릿은 관심의 대상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같은 전자제품 업체 외에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자체 태블릿 출시를 고민 중이다. 고민의 핵심에는 가격과 사양이 있다.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 판매를 위해선 태블릿이나 e잉크 단말기가 필수적인데 어느정도 사양과 가격이라야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美지디넷은 지면을 통해 공개 태블릿 가격 논쟁을 실시했다 200달러 태블릿, 지금이 적기인가를 주제로 벌어진 이 논쟁에서 토론을 지켜보던 독자 중 80% 이상이 가격이 저렴한 태블릿의 손을 들어줬다.

■200달러, 태블릿 성공 위한 '매직 포인트'?

이날 토론에 나선 이들은 오랫동안 기술 전문가로 활동해 온 제이슨 퍼로우 美지디넷 편집자와 데이비드 모건스턴 e이크 편집자다. 순서대로 지금 중요한 것은 가격 정책,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대변했다.

우선 퍼로우 편집자는 이 논쟁에서 200달러는 수억명의 사람들이 태블릿을 사고, 심지어 스티브 잡스가 말한 '포스트PC' 시대를 열 매직 프라이스라 운을 뗐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대다수 제품들이 500달러 이상으로 출시됐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선뜻 태블릿을 구매하기에는 너무 높은 가격 장벽이란 설명이다.

그는 아이패드가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한 시장 리더자리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사람들이 태블릿을 필수품이라 여기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제품을 사기 위해 큰 돈을 지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퍼로우 편집자는 아이패드를 결코 '국민 태블릿'이라 부르기는 어렵다며 아마존이 199달러에 내놓은 킨들 파이어야 말로, 독일 국민차인 '폭스바겐'에 빗댈만한 제품이라 덧붙였다.

킨들파이어가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둔 데는 가격이 1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마존이 콘텐츠를 제공할 능력과 통합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갖췄다는 점이 가치를 더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에 콘텐츠라는 가치를 덧입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마존이 미디어 소비를 위한 최적의 도구로 킨들파이어를 홍보하고 있지만, 향후 기업 시장을 겨냥한 생산성 도구 애플리케이션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기업시장을 겨냥한 애플의 홍보 전략을 아마존도 그대로 답습할 것이란 설명이기도 하다.

그는 무엇보다도 킨들파이어가 블랙베리 플레이북의 레퍼런스 디자인을 본떠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 제품이 기업 시장을 겨냥할 것을 상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구매 요인 중 일부... 아이패드 같은 가치 줘야

반대편에 선 데이비드 모건스턴 편집자는 가격은 수많은 선택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애플처럼 단말기에 더할 수 있는 가치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개월전부터 수많은 IT 유통업체들이 아이패드 대항마를 쏟아내고 있다며 문제는 이들이 모두 가지각색이라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애플은 단일 iOS 디바이스를 제공, 일반 소비자부터 기업 시장에 이르기가지 고른 호응을 받고 있으며, 단순한 애플리케이션부터 과학, 산업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성공 시킬 수 있었던데는 이미 iOS를 바탕으로 한 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개발자들과 소비자들이 모두 아이패들 몰리는 상황은 경쟁업체들에 매우 어려운 조건이며,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니치 마켓'을 찾아야 할 것으로 조언하기도 했다.

모건스턴 편집자는 분명한 것은 잠재적인 태블릿 소비자들이 애플 아이패드 솔루션을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가격은 매력적인 가치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수많은 태블릿 제조업체들이 실험적으로 가격 파괴 제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같은 실험만으로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예컨대 반스앤노블이 선보인 누크 태블릿은 SD카드 포트와 1GB 메모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런 조건이 이미 고사양 제품에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에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안드로이드 제품들이 태블릿을 정의하는데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다수는 모바일 콘텐츠 소비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아이패드의 전략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당분간 애플 아이패드 시장 독주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애플이 하드웨어 사양과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솔루션 접근 측면에서 소비자들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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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턴 편집자는 애플은 지난 18개월간 4천만대의 아이패드를 팔아치웠다고 강조했다. 아이패드에 대한 선호도가 굳건하다는 뜻이다. 또 킨들파이어의 가격 정책과 인기가 아이러니하게 아마존에 독이 될 것이란 주장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전자책을 읽기 위해 앱도 적은 '워너비 아이패드'를 구매하는 대신 79달러 킨들 e잉크 단말을 선호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