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앱 외주 단가, 1년새 반토막…이유는?

일반입력 :2011/10/17 10:30    수정: 2011/10/17 14:24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만드는 단가가 1년새 확 줄었죠. 작년에 건당 얼마면 '요구대로 다 해 준다'는 업체가 여럿 있었는데, 올해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가격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모바일앱 외주 개발 업체들의 수주 단가가 1년새 '반토막'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개발기간이나 투입인력 여부가 아니라 의뢰한 앱 개수에 대해 매겨지는 가격대가 그렇다는 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이 직접 경험보다는 동종 업계의 지인이나 경쟁사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시세 폭락을 경험한 외주 개발사라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거나 이미 운영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들은 모바일 앱 시세가 이전같지 않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원인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진단을 내렸다. 유독 각박한 국내 소프트웨어(SW) 대가 산정 기준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장 수요를 넘어선 공급 업체 증가로 과도해진 경쟁, SW 대가 인식이 열악한 발주자 행태, 시장 성숙기에 따른 수요 고도화와 맞물린 업체 경쟁력 저하 등이 관련 이유로 꼽혔다.

■외주 개발 공급 과잉

우선 업계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모바일앱 요구가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개발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만난 모바일앱 외주 개발업체 A사 대표는 지난해 '4천만원이면 뭐든 만들겠다'던 외주업체가 많았는데 올해 그 하한선은 2천만원 밑으로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2년간 스마트폰 수요가 크면서 일반 휴대폰(피처폰)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존해온 기업들의 기반이 무너져내린 탓이 크다며 일반 휴대폰용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일감이 떨어지면서 스마트폰 앱 개발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확 늘어난 개발자들이 차별화 요소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외주 단가를 놓고 경쟁하는 형태를 전국적으로 부추긴 셈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연말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2천만명을 바라볼 정도로 늘면서 모바일앱 수요도 증가세지만 이를 넘어선 추세로 앱 개발 인력이 불어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W업계 풍토와 발주자 인식

최근 만난 B사 대표도 1년새 제작 단가가 폭락했다는 점은 긍정했다. 그는 소수 개발자 중심으로 구성된 외주 전문 개발사일 경우 일반적인 사례라며 오히려 앱 하나당 2천만원 정도는 많이 받는 축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업체간 경쟁이 심한 것만으로 상황이 이렇게 달라진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정부 기준 개발자 단가표 절반도 안 되는 액수로 대가를 후려치거나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된 뒤에야 계약서를 쓰는 식으로 SW대가 인식이 정립되지 않은 중소규모 발주자들의 구매 행태도 한 이유로 꼽혔다.

B사 대표는 중소규모 이하 발주사들이 지경부 권장 기준인 SW대가 기준 단가표의 절반에 못 미치게 깎아대는 경우도 겪어 봤다며 오히려 경험상 외주SW 업체에 대한 처우나 대가 산정과 지불에 대한 문제는 대기업 쪽이 훨씬 신사적이다고까지 말했다.

모바일앱 단가가 떨어졌지만 프로젝트 복잡성이나 앱의 질적 수준에 차등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앱을 개발해야 가격대가 떨어지기 전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 성숙 과도기 상황

이달초 방문한 앱 개발업체 C사 대표가 구체적인 가격 기준은 사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단가 폭락은 처음 나온 얘기도 아니다라며 시세가 폭락한 사례는 독립적으로 돌아가는 업체 브랜드 마케팅이나 단순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발주자들이 지난해 수준의 대가를 제시하며 요구하는 내용을 보면 기업 인프라, 주요 서버시스템과 연동하는 기술이 포함된 앱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바일앱을 만들겠다고 뛰어든 업체들 가운데 1년새 뛰어오른 시장 눈높이에 기술력이 못 미치거나 제시받은 금액과 기간에 맞출 수 없는 회사들은 과거처럼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더 떨어진 시세대로 맡을 수밖에 없다.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마다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각 대표들은 조언했다. 스마트폰과 달리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태블릿 앱 개발 영역에 승부를 걸거나, 발주처 기획안을 따라 만드는 일회성 앱이 아닌 자체 디자이너와 기획자간 협업을 통해 '웰메이드' 앱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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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관계자는 이같은 모바일앱 시장의 흐름이 과거 IT 부흥기 나타났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평했다.

그는 모바일앱 수요 환경에 따른 시세 하락은 국내 인터넷이 처음 들어올 때 억대 연봉을 자랑하던 직종 '웹마스터'들이 오늘날 수천만원대로 자리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결국 요동치는 시장이 안정적으로 가라앉기까지 고유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만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