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vs CJ '서든어택' 전쟁…누가 불질렀나

일반입력 :2011/05/31 11:50    수정: 2011/06/01 00:33

전하나 기자

넥슨과 CJ라는 게임업계 두 거물이 맞붙었다. 서든어택의 개발사인 게임하이(넥슨 자회사)와 현 퍼블리싱사인 CJ E&M 게임즈가 오는 7월 서비스 계약이 종료되는 것을 두고 벌이는 전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하이와 CJ E&M간 재계약 협상이 거듭 난항을 겪고 있으며, 양사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앞다퉈 내놓는 등 신경전이 극에 치닫고 있다.

누가 먼저 불질렀나

본격적인 전쟁에 불을 당긴 것은 CJ E&M이다. 남궁훈 CJ E&M 게임부문 대표는 지난 30일 넷마블 공식 홈페이지에 서든어택이 넷마블을 떠나 다른 곳에서 서비스됨으로써 이용자 여러분이 겪게될 불편을 방지하고자 게임하이와의 계약 연장을 위해 업계 최고 조건인 150억을 제시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또 수익배분율을 7:3(게임하이:넷마블)으로 책정, 넷마블만의 단독 서비스가 아닌 게임하이의 모회사인 넥슨을 포함한 타사의 서비스가 가능토록 공동퍼블리싱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게임하이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조건 등을 공개한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즉각 반발했다. 게임하이의 모회사인 넥슨측은 30일 밤 9시경 보도자료를 내고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CJ E&M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게임하이는 이용자와 서든어택을 위한 최상의 선택을 하고자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리수 둔 CJ E&M, 다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CJ E&M측이 벼랑 끝에 몰리자 무리수 카드를 뒀다는 평가를 내놨다. 7년여동안 서든어택 서비스를 해오면서 얻은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여론 몰이'를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CJ E&M이 서든어택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급하게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1위 1인칭슈팅(FPS)게임 '서든어택'이 CJ E&M 게임부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가량. 서든어택은 국내 FPS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여기에 FPS 명가를 표방하며 줄지어 내놓은 '솔저오브포춘'과 '스페셜포스2'를 안정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선 서든어택의 유저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CJ E&M이 게임하이에 제시한 조건은 가히 파격적이다. 통상 퍼블리셔가 개발사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판권 계약의 구조를 뒤엎고, 수익의 70%를 내주는 조건을 건 것이다. 재계약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도 서비스 기간을 6개월 연장해주면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핵심은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

CJ E&M측이 소유한 이용자 DB에는 서든어택 회원의 기본 정보 및 게임 레벨 등에 관한 기록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만약 게임하이가 CJ E&M과 계약이 만료된 후, 서비스를 모회사인 넥슨으로 이관하게 될 경우 기존 이용자 이탈을 불가피하게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번 협상에서 CJ E&M이 칼자루를 쥐었다는데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던 배경이다. 또한 CJ E&M이 협상과정에서 이용자 DB를 '인질'삼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던 이유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게임하이가 이달 초 서든어택에 이용자들이 F8키(스크린샷 캡쳐)를 누를 경우 부대명과 용병번호 등의 이용 정보를 입력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CJ E&M 측 관계자는 퍼블리셔와 협의 없이 진행된 사항이라며 명백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게임하이가 서비스 이관을 위해 이용자 DB를 옮기려고 손을 썼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넥슨 측 관계자는 CJ E&M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DB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존 퍼블리싱 계약서에는 '고객개인정보의 사용권'에 한하여 CJ E&M측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를 통해 쌓은 정보(캐릭터와 관련)는 오로지 이용자에게 속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CJ E&M에 요청한 사실이 있다. 단, 이 정보는 이용자 개인정보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개발사 게임하이, 모회사인 넥슨과 퍼블리셔 CJ E&M 사이간 분쟁에서 게임 이용자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일갈하며 사실상 원저작권자인 게임하이가 해결점을 찾고 논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은 쟁점

이번 사태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하이가 이번 시스템 패치와 관련,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신고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제21조 5항에 따르면 게임 내용이 변경되거나 새로운 이용자인터페이스(UI)가 추가될 때 게임위에 내용수정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이를 위반하는 업체는 해당법 제48조 1항 제 2호에 의해서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재 퍼블리셔인 CJ E&M측엔 시정경고가 내려진 상황이며, 게임하이측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시행령 처분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그러나 넥슨 관계자는 인식표 시스템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임 외 콘텐츠며, 이용자 편의 강화를 위한 단순 UI변경이라며 의도적으로 미신고한 것이 아니라 내용수정신고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게임위 권고에 따라 패치 신고 후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CJ E&M이 계속 언론을 이용해 여론과 이용자를 호도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