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허용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이균성 칼럼] 금지 규제의 명분

데스크 칼럼입력 :2018/11/09 17:36    수정: 2018/11/16 11:09

#정부가 그동안 진행된 암호화폐 공개(ICO)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ICO 정책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정부 입장은 “ICO 금지”다. 업계는 이 조사 이후 정부 방침이 어떻게 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방침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그대로”이거나 “변화”. 만약 변화를 선택할 경우도 시나리오는 두 가지겠다. “전면 허용” 혹은 “제한적 허용”.

#그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금지 이유’와 그에 대한 사회적 명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ICO 말고도 ‘금지 규제’는 많다. 금지 이유는 허용할 때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약이나 도박 그리고 매춘이나 음주운전 등이 그런 예다.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것들을 금지하고 있다.

#ICO의 경우는 어떤가. 이를 금지하는 명분은 뭔가. 즉 ICO가 사회적으로 미칠 큰 나쁜 영향이란 뭔가. 그동안 이 이슈를 줄곧 지켜봐왔지만 정부가 내세운 정확한 근거와 명분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ICO 금지 결정을 했던 주체들이 에둘러 말한 것을 기반으로 추정해볼 따름이다. 그들은 ICO를 사기와 비슷한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또 ICO에 투자하는 행위를 도박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논문을 통해 주장한 비트코인 거래 방식.

#그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 이 또한 추정이지만 아마도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에 벌어졌던 암호화폐 투자 열풍 때문인 듯하다. 광풍(狂風)이라 해도 좋을 만큼 ‘묻지마 투자’가 진행됐고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투자 열풍이 거세다고 해서 그게 곧 사기나 도박이 될 수는 없다. 뒤집어 말하면 이제 투자 열풍이 가라앉았으니 사기나 도박의 멍에를 벗겨줘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어떤 ICO가 사기(詐欺)일 수는 있다. 사기는 밝혀내고 처벌하면 된다. 이미 관련법이 있다. 그러나 어떤 ICO가 사기라고 해서 모든 ICO가 사기라고 단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문제는 정부가 이 오류에 빠져있으면서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모든 ICO를 금지하겠는가. 결국 정부 조치가 옳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선 모든 ICO가 사기라는 걸 먼저 증명해야 한다.

#과연 그걸 증명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오류는 강행되는 것일까. 오류지만 옳다는 믿음이 이념화한 탓 아닐까. 오류가 어떻게 이념이 될 수 있을까. 선의(善意)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피해를 줄여한다는 좋은 취지. 문제는 그게 선의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오류이고 편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편견은 선의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

#이건 결코 수사적인 말장난이 아니다. ICO에 대한 갈등은 결국 정체가 모호한 것에 대한 인식과 편견의 문제기 때문이다. ICO는 경제 문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 사례로 비유하자면, 암호화폐에 기반한 토큰경제는 공산주의고, 이 이론을 만든 사토시는 마르크스이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해 ICO를 하려는 기업가들은 혁명가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현실 공산주의가 성공했든 안 했든 러시아혁명 훨씬 이전에 ‘공산당선언’이 나왔다. 10년 전에 나온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논문은 ‘공산당선언’에 비견된다. 오해는 없기 바란다. 토큰경제가 공산주의와 같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 보다 암호화폐와 ICO에 기반한 토큰경제는 단순한 일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공산주의처럼 인류에게 역사적인 대사건이라는 걸 강조하고자 하는 거다.

#왜 그런가. ICO는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경제 이론이자 현상이기 때문이다. ICO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상(想像)에 가치를 부여하고 투자한다는 점이다. 특히 투자자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문호를 완전히 열어버린다. 여기서 상상이라고 하는 것은 사업 구상을 의미하는데 ‘아직은 실현되지 않는 미래’다. 또 그 상상은 ‘끝내 실현되지 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그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관련기사

#정부가 ICO를 사기에 준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 행위를 도박과 비슷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모호한 행위가 세계적으로 거대한 실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세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돈과 인력이 그곳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한 번 뻥 터지고 끝날 것 같지도 않다. 단순하게 사기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큰 흐름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현행 정부 조치는 매우 잘 못 된 것이다. 편견에 빠져 미래를 막는 행위가 된다.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금지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선명하지 않다면, 전면적으로 막을 게 아니라 일단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해 길은 터주자는 거다. 혹시 모를 피해를 철저히 예방하고 위법 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하면서 보완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