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형태 다르면 전략도 달라진다

[김형민의 창업공학④] 아이디어 vs 기술기반 vs 소상공인

전문가 칼럼입력 :2018/03/29 15:57    수정: 2018/04/04 10:01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창업을 분류해 볼 수 있을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창업의 형태를 분류해 보자면 아이디어 창업, 기술기반의 창업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프라인 형태의 소상공인 창업이다.

이렇게 창업을 형태별로 분류해 보는 것은 형태에 따라 준비 기간도 사업 전략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림 1) 창업의 형태

■ 세 가지 형태의 창업,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전략

아이디어 창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것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체화해 실현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아이템’ 단계를 거쳐서 사업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제품화 하는 ‘사업화’ 단계로 진화해 간다. 아이디어가 거창하고 화려하여 혁신적이어야만 하거나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창업을 할 수 있지는 않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라 함은 이미 있던 제품/서비스의 개선이나 조합 혹은 융합을 통해서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거나 편의를 증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아이디어 창업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세상에서 유일무이 하다고 생각하며, 엄청난 대박 아이디어라서 남에게 얘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아이디어를 도용 당할까 봐) 완전히 창조적이며 그 자체로 대박인 아이디어를 아직 만나 보지는 못했다.

기술기반 창업은 기술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창업을 의미한다. 다른 창업과는 달리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을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제품/서비스를 사업화 할 수 있고, 타사 대비 기술의 우월성을 갖는 것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 하겠다. 그래서 기술기반 창업자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창업가들이 대부분이다.

1990년대 후반 닷컴 열풍으로 시작된 기술기반의 벤처 붐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이후 거의 붕괴되었고 이후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층 움츠려 들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되던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보급이 시작되고 이로 인한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 ICT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2010년대 후반에는 오히려 4차 산업 혁명시대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이라 함은 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기업이나 생계적 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을 의미한다.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 등은 상시 근로자 기준으로 9인 이하인 사업자를 말하며, 도소매, 서비스업은 상시 근로자 4인 이하를 말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창업의 범주에 속하며 최근에는 주로 프랜차이즈 위주의 창업을 흔히 볼 수 있다.

■ 국내 창업 3가지 키워드는 'ICT-재기&실버-1인 창업'

그렇다면 최근 국내 창업 형태의 공통적인 트랜드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 정도의 대표되는 키워드로 정의 할 수 있다. ‘ICT기반’, ‘재기&실버’ 그리고 ‘1인 창업’이다.

첫번째, 창업 트랜드의 키워드는 ‘ICT 기반’이다.

기술기반의 창업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바이오’나 ‘제조’ 분야의 창업보다는 ‘ICT 기반’ 창업이 주류를 이룬다. 창조경제연구회의 2015년 보고에 의하면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 비중은 4%에 불과하고 바이오 분야 창업 기업은 2008년 71개에서 2011년 25개로 감소하였다. (김석관, 2015) 소프트웨어 기반의 창업은 더 활발하다.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기반의 ICT 창업은 적은 인원으로도(심지어 1인도) 창업이 가능하며 반드시 별도의 사무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간단한 어플리케이션은 노트북 정도만 있으면 개발이 가능하고 초기 자본금의 부담에 제약을 덜 받으니 일어나는 현상이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 기반의 창업도 ICT 기술과 접목한 창업이 활성화 되었다. IoT의 활용, O2O 서비스 등 ICT 기반 기술과 실생활을 연계하려는 사업적 시도가 늘어났다. 배달의 민족, 야놀자, 직방 등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O2O 관련 아이디어가 창업의 주류를 이룬다.

한걸음 더 나아가 소상공인 창업도 ICT기반을 접목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자동주문 키오스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동네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림 2)

첫번째 창업 트랜드의 키워드는 결국 ICT에 대한 이해를 수반해야 함을 의미하지만 전문가처럼 기술적인 부분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ICT의 트랜드를 좇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뉴스를 클리핑(Clipping) 하는 것이다. 뉴스는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잘 풀어서 설명을 해 주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 마다 이미 ICT 관련 뉴스들을 한 섹션으로 나누어서 별도로 모아 두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실망할 필요가 없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을 기억하라.

(그림 2) 맥도날드 자동주문시스템 (출처: 네이버 이미지)

두번째, 창업 트랜드의 키워드는 ‘재기&실버’이다.

사업을 바라보는 오래 된 시선 중의 하나는 국내에서 창업을 해서 사업을 영위하다가 실패한다는 것은 곧 사회적으로는 낙오자이며 금융적으로는 신용불량자로 살아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건전한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실패를 경험 한 창업자들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실패를 좀 더 너그럽게 바라 볼 수 있는 성숙한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창업 3년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는 1회에 한해서지만 사업 자금 융자를 할 때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을 면제해 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실패를 경험한 창업가들에게 재도전의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실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지원도 대단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사업에 실패한 것이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실패의 경험을 더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쉽지 않겠지만 창업자들 스스로가 위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록 사업에는 실패를 했을지라도 창업을 통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납세의 의무도 실행하였으니 이미 이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는 것 아닌가. 실버 창업도 마찬가지이다. 젊고 패기 있는 청년 창업자들의 톡톡 튀고 스마트한 아이디어는 따라하기 어렵겠지만,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쌓은 인생의 연륜이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주눅들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재기&실버’ 창업과 관련해서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 이미 사업을 영위한 경험이 있으니 창업의 준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조금의 노력과 시간을 정부의 창업 지원에 할애한다면 창업의 준비 기간 동안에 보다 더 적확하고 실질적인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각 지역의 창업보육센터나 창업지원센터, 그리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여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알아보고 전문적인 멘토의 도움을 받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그림 3) 재도전 국가지원 사업 공지 (출처: 중소벤처기업부)

마지막 세번째, 창업 트랜드의 키워드는 ‘1인 기업’이다.

2016년 창업한 기업 10개 가운데 9개는 직원이 1명인 1인 기업이다. 한해 전인 2015년과 비교할 때 교육서비스업은 줄어든 반면 전문과학기술 창업이 늘고 예술스포츠여가 창업이 많아졌다. 대개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1인 기업 가운데 '법인' 형태를 갖춘 건 3.2%에 불과하다. 한 해에만 기업 64만 개가 폐업했는데, 이중 92%가 1인 기업이다. (통계청,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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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의 가장 큰 강점은 사업적인 의사의 빠른 결정과 이에 따른 신속한 시장 대응이다. 그런데 혼자서 다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폐업 기업의 92%가 1인 기업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인 기업으로 존속하고 유지해 나가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의미이다. 예전에는 동업을 하지마라는 의견이 다수였다면 최근에는 좋은 팀을 결성하라고 얘기한다. 좋은 팀을 결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꽤 긴 여정을 가야하는 사업에서 좋은 동력자들과 함께 하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따라서 보다 더 많은 창업의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창업의 준비 기간 동안 사업의 아이템과 자본금 못지않게 좋은 팀빌딩을 준비해야 한다.

그럼 동업자는 누구일까? 단순히 주위의 아는 사람이어서 만은 안된다. 서로의 역할이 보다 명확하게 구분되고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의 기쁨을 같이 나누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같이 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바로 사업의 동업자가 되어야 한다.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사업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 가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 / 창업공학 전문가

現,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現,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객원교수 現, 중소벤처기업부 창업패키지도약사업 평가위원 現,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 평가위원 現, 과학기술부 엑셀러레이팅연계지원사업 멘토 現, 창업진흥원 1인창조비즈센터 전문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