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창업? 실패를 줄이는 창업!

[김형민의 창업공학③] 조급증부터 버리자

전문가 칼럼입력 :2018/03/23 09:16    수정: 2018/03/25 21:49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도처에서 성공 창업을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성공 신화에 대한 얘기는 연일 미디어에서 흘러 넘치고 대박 사업 아이템들도 여기저기서 소개하기 바쁘다. 사업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는 얘기들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권한다. 심지어 실패를 빨리 해 보라고 권한다. 하더라도 젊어서 해 보아야 하고 그것이 밑천이 되어 다음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전적으로 다 틀린 얘기만은 아니다.

그러나 실패를 줄이는 창업에 대해서는 잘 얘기 하지 않는다. 실패했을 때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아직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창업보다 실패를 줄이는 창업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성공하는 창업 전략이 아니라(성공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실패를 줄이는 창업 전략은 무엇일까.

창업을 준비하는 기간과 관련하여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자영업 창업자 중 28%는 사업자금(종자돈)이 500만 원이 안 될 정도로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천만 원이 안되는 경우도 50%나 되었다. 그렇다면 돈이 부족한 만큼 준비는 철저히 했을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창업자들의 89%가 사업 준비 기간이 1년도 안 됐고, 심지어 3개월이 채 안 되는 경우도 5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급하게 창업에 뛰어들었을까?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들 중 57%가 직전에 임금근로자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월급을 받다가 실직 혹은 상당한 이유에 의하여 당장 생계를 위해 사실상 자영업에 내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임금 근로자로 생활하면서 창업을 준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림 1) 자영업 사업 자금 및 사업 준비 기간 (출처 : MBN 뉴스)

자영업의 경우에만 창업 자본금이나 준비기간이 열악한 것일까? 아이디어 창업이나 기술 기반의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그리 다르지 않다.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이 드는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혹은 떠 오르면) 몇몇 주위의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개인사업자로 창업을 시작한다. 주위에서 창업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교육이나 세미나를 접해본 창업자들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창업과제에 지원한다. 그 정도로 해서 창업과제에 쉽게 선정되지도 않겠지만, 설혹 선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전략이 없으니 창업지원금으로 프로토타입 정도에서 머무르고 제품화/상용화 단계로 진일보 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 긴 호흡 갖고 최소 3년 이상 준비해야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사업 준비기간이 필요한 것일까? 나는 3년 이상을 준비하라고 권유한다. 창업 준비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준비기간 동안 시장상황이 변하게 되고, 판단이 잘 서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지만(2회 컬럼 참조) 100세 시대에 ‘한번은 창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긴 호흡으로 준비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임금 근로자로 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며 물리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할애하기가 절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직장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전적으로 창업 준비를 한다면 물리적으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임금 근로 생활을 하는 예비 창업자에 비해서 월등히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으니 준비 기간이 3년 보다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쫓기듯 창업을 할 필요는 전혀 없지 않은가.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업 아이템, 자본 그리고 창업자(팀)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 20가지 중 상위 1위~3위에 해당하는 이유가 바로 이 기본적인 창업의 3가지 요소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림2 참조)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빠지기 쉬운 실수는 바로 가까운 지인들에게 본인의 사업 아이템을 검증 받으려는 데에 있다. 우선 지인들이 그 사업 아이템의 전문가들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지인들이다 보니 냉정하게 사업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 보다는 격려와 용기를 주게 되고 이로 인해 창업자도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은 고객을 통해 받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 조사이고 마케팅이며 결국은 경쟁사 대비 차별화 전략을 강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고객인지부터 정확하게 이해를 못하고 있으니 그저 몇몇 지인을 통하여 득한 객관적이지 못한 지표를 근거로 사업부터 시작한다.

(그림 2)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 20가지 (출처 : CB인사이트)

자본금 준비야 말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데 실제 사업 준비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지 않으니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위해서 얼마의 자본금이 필요한지 측정해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자본금을 준비하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처음 예상보다 사업 자금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비단 사업계획서는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만 작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현재 준비된 사업 아이템과 자본금을 가지고 창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늠자로 사용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 사업의 구체적인 전략 수립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페이퍼웍(paperwork)을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야 말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 실패 줄이려면 '하면 안되는 것 추출하는 전략' 되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팀)의 기업가 정신이다. ‘왜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하고 그 대답으로 경영 철학을 넘어서 믿음과 신앙에 가까운 이유를 스스로 찾지 못한다면 지난한 사업의 과정 중에 필연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고비고비를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으니 조그마한 난관에 부딪혀도 쉽게 허물어지고 포기한다. 앞으로 전진해야 할 동력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니 주변의 탓으로 돌린다. 좋은 팀을 결성하고도 자중지란에 빠진다. 따라서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이야 말로 창업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다.

그런데, 성공하는 창업과 실패를 줄이는 창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이야 말로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사회적 통념이나 주위의 시선과 상관없이 창업자 본인만의 기준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마디로 근본적인 전략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전략 수립의 과정이다. 예컨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몫이 좋은 곳에서 개점해야 하고, 좀 더 멋진 인테리어를 해야 하고, 더 비싼 커피 머신과 원두를 사용해야 하고, 심지어 종업원들의 유니폼도 멋지게 디자인해서 입혀야 하고. 어디 자영업만 그런가? 스타트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뭐를 해야 하는지 리스트를 뽑아서 어떻게 하면 추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하려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자원(資原)이다. 돈도 시간도 노력과 열정까지도.

POSCO의 포항제철소 출입문에 이런 문구가 있다. ‘자원(資原)은 유한(有限), 창의(創意)는 무한(無限)’ 스타트업의 자원이야 말로 지극히 유한하다. 게다가 작기까지 하다. 따라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해야 하는 전략’에서 ‘하면 안되는 것을 가려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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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성공하는 창업? 실패를 줄이는 창업!

실패를 줄이는 창업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면 안 되는 것을 추출하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내가 가진 자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보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철저해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불어 이제는 성공하는 창업에 주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실패를 줄이는 창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민 비원플러스 대표 / 창업공학 전문가

現, 비원플러스 대표이사. 現,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객원교수 現, 중소벤처기업부 창업패키지도약사업 평가위원 現,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 평가위원 現, 과학기술부 엑셀러레이팅연계지원사업 멘토 現, 창업진흥원 1인창조비즈센터 전문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