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 아이워치, 이렇게 나온다면...

기자수첩입력 :2013/02/13 16:42    수정: 2013/02/13 17:06

봉성창 기자

이족 보행을 하는 인간이 가장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부위는 팔이다. 이 황금부위에 무엇인가를 매어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불과 100년전 만하더라도 시계를 손목에 차는 행위는 매우 천박하게 여겨졌다. 그러던 시계가 지금은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으니 참 시대가 많이도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21세기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이 시계 형태의 무엇인가를 만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애플이 손목시계형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이미 100명 규모의 개발팀을 운영 중이라고 추가 보도를 내놨다.

이쯤되면 최근 루머에 약한 면모를 보이는 애플이 손목에 차는 형태의 새로운 제품, 이른바 아이워치(iWatch)를 실제로 만들었을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 보인다. 출시시기 역시 이르면 연내 나올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근 시시한 기업으로까지 전락한 애플의 새로운 무기가 될 '아이워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과연 애플이 그간 시계 형태의 각종 IT기기 들이 밟아온 시행착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우선 가장 손쉬운 형태로 시계 형태의 스마트폰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명 시계폰 혹은 와치폰으로 불리는 이러한 제품은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선보인 전례가 있다. 언뜻 생각하면 상당히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면에서 불편했다.

무엇보다 잦은 충전이 문제였다. 통화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아무리 소형화 한다고 해도 배터리 크기를 줄이면 용량이 작아져 사용시간이 그만큼 짧을 수 밖에 없다. 시계를 찾다 풀렀다 하는 것만큼 귀찮은 행위도 없다. 게다가 분실 위험도 아주 높다. 스마트 기능만 없다 뿐이지 그동안 꽤 완성도 높은 와치폰이 진즉 나왔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손목에 차는 형태의 제품은 아무리 크게 만든다고 해도 화면 크기에 한계가 있다. 손목에 편리하게 찰 수 있으니 화면 크기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4인치 스마트폰도 만족 못하는 소비 추세에 역행할 뿐이다. 그냥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고 쓰는 것만 못하다.

따라서 만약 애플이 아이워치를 손목시계판 아이폰으로 만들고 있다면 그건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옳다. 물론 그간 애플이 보여준 제품 철학을 감안하면 손목시계판 아이폰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워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간 애플의 행보로 몇 가지 힌트를 추정해볼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떠올릴 때 크게 입력과 출력으로 나뉘어 생각하면 편리하다. 우선 아이워치의 주 입력 방식은 음성이 유력하다. 여기에 보조적으로 터치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미 시리를 통해 음성 인터페이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우리말 보다는 영어 인식률이 대단히 높아 사용하기에 결코 불편함이 없다.

입력이 음성으로 이뤄진다면 출력 역시 소리가 적당하다. 물론 간단한 디스플레이 장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계에 스마트폰과 유사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장착한다면 그 크기는 아무리 커도 2인치를 넘기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렇더라 하더라도 시각적인 출력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그쳐야 한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은 다름 아닌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만 포기해도 사용시간은 대폭 늘어난다. 디스플레이 장치가 일절 없는 ‘아이팟 셔플’이 좋은 예다. 손목에 늘 차고 다니는 특성을 감안하면 충전 역시 결코 자주 이뤄져서는 곤란하다. 이것은 와치폰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일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무선충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애플 아이워치는 아이폰에서 시리 기능을 고스란히 떼어 손목에 옮긴 것으로 보면 된다. 만약 시간이 궁금하면 손목에 대고 “몇 시야?”라고 물어보면 된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혹은 저녁식사를 할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것도 모두 말로 이뤄진다. 또한 이에 대한 응답은 아주 간단한 화면표시나 혹은 음성으로 출력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체정보 센서 기능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에서는 ‘핏비트(fitbit)’나 조본 ‘업’과 같이 신체정보를 감지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세밀한 운동량 관리를 도와주는 액세서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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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정리하면 ‘아이워치’는 아이폰과 연동해 음성으로 입출력을 주고받는 손목에 차는 형태의 장치가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음성 뿐 아니라 맥박이나 움직임 등 신체 정보를 읽는 정도의 부가 기능이 덧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품명 역시 꼭 워치가 되리란 법은 없다. ‘아이밴드(iband)’나 ‘아이리스트(iWrist)’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지만 애플이 내놓을 ‘진짜’ 신제품은 결코 시시한 시계폰 따위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을 이뤘고, 그 다음 혁신에 소비자들이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애플이 우리의 두 손을 자유롭게 만드는 혁신의 마술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