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후계자 “시계냐 안경이냐”

일반입력 :2013/01/31 16:46    수정: 2013/02/01 15:35

봉성창 기자

최근 5년간 전 세계 IT업계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을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폰 혁명은 비단 통신업계 뿐만 아니라 콘텐츠, IT서비스, 엔터프라이즈 등 모든 IT산업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산업은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 그 신호다. 아무리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해도 지난해 애플의 실적은 사상최대였다. 비록 분기 순익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애플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에 비하면 주가는 너무 많이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 자리도 석유사업을 하는 액손모빌에 내줬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의문을 표시한 셈이다. 길어도 100년이면 고갈될 석유보다 스마트폰의 미래가 더 불투명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애플에게 더 이상 혁신이 남아있지 않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이 적어도 올해 무엇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비아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애플의 활로는 결코 ‘저가 아이폰’이 아니라 새로운 카테고리의 혁신제품이 돼야 한다. 애플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올해 애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스마트폰에 뒤를 이을 혁신 제품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안경이고 다른 하나는 시계다.

이 둘은 사용자가 휴대하는 것이 아니라 착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올해 10대 이슈로 웨어러블 컴퓨팅을 선정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입는(wearable)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내 눈에 펼쳐지는 미래 ‘스마트 안경’

이미 구글은 안경이야 말로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것으로 확신하는 듯 하다. 벌써부터 개발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글래스’를 쓰고 돌아다니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비단 구글 뿐 아니라 MS도 스마트 안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이와 관련된 여러 특허를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 안경의 가장 큰 강점은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렌즈에 빛을 투영해 증강현실(AR) 방식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음성 출력 역시 문제가 없다. 안경테에 이어폰이나 혹은 골전도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안경 착용자 입장에서는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을 정도로 편리하다. 이는 곧 양손이 자유로움을 뜻한다.

반면 입력 방식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것은 음성 명령이다. 음성 인식기술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인식률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애플이 시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삼성전자, 구글 등 대부분 기업이 음성 명령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음성 뿐만 아니라 동작 인식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것처럼 허공에 대고 손을 움직이는 식이다. 아직 더 많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21세기 시계혁명 ‘스마트 시계’

그동안 시계는 몇 차례 큰 전환기를 거쳤다. 1900년대 초 롤렉스가 최초로 들고 다니는 회중시계에 손목 끈을 부착한 것과 1950년대 등장한 전자시계가 등장해 큰 충격을 던졌다.

스마트 시계 역시 스마트 안경이 비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전화 통화를 비롯해 각종 스마트 기능을 넣은 시계는 소니, LG전자 등 대기업에서도 이미 적잖게 선보였으며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최근 스마트 시계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3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페블 스마트 시계와 아임와치 등도 호평 받았다.

스마트 시계의 강점은 기존 스마트폰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지금보다 더 작게 만들어 휴대가 편리하도록 손목에 착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휴대성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작은 화면에 따른 불편함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스마트폰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 뻔하다.

스마트 시계에서 주목할 만한 미래기술은 바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다. 원형으로 둥글게 말아 손목에 차는 시계와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궁합은 최고다. 여기에 개발자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지면 스마트 안경에 비해 더 빠른 대중화도 예상된다.

무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스마트 시계와 스마트폰과의 연동도 관전 포인트다. 물론 이와 같은 콘셉트의 제품은 이미 다수가 나와있지만 아직까지 스마트폰의 부가 액세서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 시계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웨어러블 컴퓨터, 이미 대세지만...

스마트 안경과 스마트 시계는 서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해 상호 보완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가령 안경으로 보고 듣고 시계로 조작하는 식의 연동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스마트폰은 완전히 필요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글로벌 IT업계가 웨어러블 컴퓨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간의 양손이 완벽하게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혁신은 단순히 깜짝 놀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때 비로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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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숱한 고생을 했다. 심지어 특허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해외 유수의 기업에게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외화를 많이 벌기 위해서라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도 충분하지만, 전 세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과 과감한 도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