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 원칙주의, 이제는 달라져야...

기자수첩입력 :2012/07/25 11:47    수정: 2012/07/26 09:11

봉성창 기자

애플은 여전히 눈부시게 잘나간다. 올해 3분기 실적이 비록 시장 전망치를 밑돌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약 10조원 가량의 이익을 남겼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약 6조7천억원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구입하기 위해 밤새 줄을 서거나 예약을 하고 수 주를 기다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앱등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자기가 좋아서 하는 행위에 대해 비난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러나 애플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잘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무엇보다 애플은 고집이 세다. 좋게 말하면 원칙주의자고 나쁘게 말하면 독불장군이다. 애플은 한번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굽히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아이폰의 화면 크기는 3.5인치다. 수많은 경쟁사가 보다 큰 화면의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3.5인치를 고수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4인치도 작다고 아우성이지만 애플은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 최적의 크기가 3.5인치임을 굳건히 확신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 전략 따위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애플이 지금까지 어떠한 사회공헌 활동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강제로든 자발적이든 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유독 애플만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일단 무엇이든 어설프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애플의 원칙임을 감안하면, 나중에 뭔가 대단한 사회공헌 계획을 세우고 있겠지라는 일말의 기대만 있을 뿐이다.

특허 소송과 관련해서도 여론은 애플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돈도 잘버는 애플이 무차별적인 특허 소송을 남발하는 행위가 결코 곱게 보일리 없다. 정말 경쟁사들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는지는 법원이 알아서 가려주겠지만, 요즘은 그 법원 조차도 짜증을 낼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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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좀 더 유연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1위 선도 기업은 그만한 책임이 뒷따른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이윤 추구에만 있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다.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지만 그것은 애플의 이윤 확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 애플에게는 제품 혁신 그 이상이 필요하다.

권불십년. 그 어떤 IT 기업도 10년 이상 패권을 거머진 전례가 없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애플도 조금은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여전히 제품은 없어서 못파는 애플에게 과연 무엇이 걱정일까. 부디 지금보다 더 많은 적을 만들지 않기 바랄 뿐이다. 언젠가 그 적이 경쟁사가 아닌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