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쟁력있는 UX 어떻게 만들까? Part 1

[4인4색, UX를 말하다 - 7]

이동석입력 :2011/09/27 09:35    수정: 2011/09/28 17:28

이동석
이동석

요즘 UX 실무자들은 상당히 높은 '윗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UX가 좋지 않아요. 아이폰은 참 좋던데요"

"우리 UX는 복잡해요. 구글처럼 심플하게 만들면 어떨까요?"

"우리 UX는 뭐하나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거 발굴해 주세요"

얼마전까지는 휴대폰 관련 실무자들이 이런 말을 많이 들었으나 요즘은 IT 관련 모든 UX 종사자들이 TGIF(Twitter, Gmail, iPhone, Facebook)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러다가 소문처럼 애플이 만든 TV와 구글이 만든 스마트카(Smart Car)가 나온다면 스트레스의 강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런 말씀들은 UX 조직들에게 위기(일을 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지만 기회(조직으로부터의 지원을 얻을 수 있음)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옳은 말이지만,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지적에 앞서 TGIF와 같은 UX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 경쟁력있는 제품의 UX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회사는 3단계로 이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1단계: UI 개선을 위한 사용성 검증과 일관성 확보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경영진들이 가장 쉽게 UX의 가치를 느끼는 것은 사용성(Usability)과 일관성(Consistency)이다. 사용자들을 직접 불러 사용성 테스트를 하고, 발견되는 사용성 문제를 해결하면 또는 이를 반복하면 결점없는 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여러 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에서는 일관성을 가진 UI를 통해 사용성 문제를 없애고, 고객응대와 개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용성 검증을 강화하라", "일관성있는 UI를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라"라고 지시한다.

많은 조직들이 사용성 검증 프로세스와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은 분명히 의미있는 것이나,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한 회사에서 사용성 검증 위원으로 활동할 때의 경험에 의하면, 첫째로 중요한 사용성 문제(휴대폰이나 TV,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기능찾기나 복잡한 화면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일정에 쫓기어서 많은 중요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둘째로 추가된 기능이나 새로운 개념의 UI으로 인한 새로운 사용성 문제들이 항상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한쪽에서는 사용성 문제가 해결되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용성 문제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셋째로 IT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쉽게 쓸모없는 가이드가 된다는 것이다.

■2단계: 차별화를 위한 디자인 리서치 강화

사용성과 일관성 추구를 통한 UX 경쟁력 향상의 한계를 느낀 조직들은 만들어 놓은 디자인을 개선하는 노력보다는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고객 조사, 시장 조사, 트렌드 조사가 수행되며, 고객 인사이트를 파악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기 위한 투자가 발생한다.

디자이너들은 고객과 전문가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관찰하면서 고객 인사이트를 파악하게 된다. 경영진들은 새로운 기능이나 새로운 개념의 UX에 대해 고객 인사이트가 반영되었는지를 묻고, 근거가 확실한지를 토의한다.

이어 타사의 디자인 리서치 기반의 UX 사례를이 조직 내에서 회자되고, 고객 인사이트 기반의 새로운 기능 또는 새로운 UI가 발굴되어서 신제품에 적용되는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UX 부서는 조직 내에서 사용자들의 변호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디자인 리서치를 통한 제품의 차별화 요소 발굴의 결과가 점점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이나 상품기획 같은 조직의 타부서들도 비슷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경쟁사들 또한 유사한 조사와 차별화를 추진한다. 또한 최근에는 애플로부터 촉진된 혁신의 범주가 넓어지면서 WOW 요소(아이폰 같이 '감탄'을 주는 제품 등)가 아닌 몇개의 기능 추가는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3단계: 혁신을 위한 선행 UX 과제와 전략적 UX 추진

세번째 단계는 선행·전략 UX 활동의 추진일 것이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현재 상황에서, 경쟁회사보다 새롭거나 뛰어난 (혁신이라고 불리우는) UX를 빠르게 발굴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필자는 최근에 N스크린 UX과제와 퍼스널 클라우드 UX 과제를 수행했는데, 많은 지인들이 비슷한 과제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그만큼 UX를 통한 혁신이 널리 확산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혁신 추진의 어려움 점은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혁신 과제는 집단에서 바늘찾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발굴된 혁신 UX의 경제적인 가치는 상당히 크다). 그러므로 조직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의 추진과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한 UX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좋은 혁신 UX를 발굴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 사업화하기까지는 많은 기술적, 사업적 제약점과 난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직 조직 내에서 약자에 속하는 UX 디자이너가 기술적·사업적 제약점과 난관을 해결할 수는 거의 불가능하다.

■UX 디자인 경쟁력 = f (개선, 차별화, 혁신)

필자는 궁극적인 UX 디자인 경쟁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개선, 차별화, 혁신이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물론 조직의 상황에 맞추어서 모든 활동이 추진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가능한 세가지 전략이 동시에 균형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문제는 조직의 UX 성숙도 수준에 따라서 단계별로 하나씩 접근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위의 세 단계를 순서대로 밟아가는 경향이 있다). 즉 사용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직에서는 사용자 리서치나 혁신 UX의 추진이 여의치 않으며, 혁신 UX가 추진되는 곳에서는 사용성 검증이 중요하지 않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UX 조직의 리더는 세가지 UX 디자인의 영역의 추진을 제품의 특성과 조직의 성숙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다만 현재 시장 상황을 본다면 사용성·일관성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시대에 뒤쳐진 전략이라 판단되며, UX 조직은 지속적인 차별화와 혁신 UX 발굴을 통해 경영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이는 조직의 구성원의 육성 차원에서도 관리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왜냐면, UX 디자이너가 가지는 사용성 전문가로써의 재능과 UI 디자인 전문가와 고객조사 전문가의 재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품 경쟁력 = UX 경쟁력?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좋은 UX 디자인은 좋은 UX 디자인일 뿐이며, 조직이나 고객이 원하는 것은 경쟁력있는 제품이다. UX가 제품 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받아들이지고 부터 발생한 오해 중의 하나는 UX 디자인을 개선·혁신하면 제품 경쟁력이 좋아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경영진들은 TGIF (특히 애플)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우리가 이런 UX를 가져야 시장에서 성공한다고 UX 디자인 조직에 말한다. 훌륭하게 조직을 이끌고 있는 UX 조직의 리더들은 이런 말씀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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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일부 경영진들은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은 고객 경험보다는 기존의 방식대로 가격, 개발 난이도, 마케팅 차원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혁신이라는 목표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이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Part 2에서는 UX 경쟁력과 제품경쟁력간의 관계에 대해서 다루겠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석 IT컬럼니스트

전략적 핵심요소이자 혁신을 선도하는 UX를 추구하는 실무자. 10여 편의 국내외저널/학회 논문의 저자이며, KAIST에서인지공학/Interaction Design으로 학/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삼성전자에서디지털미디어기기의 UI Design과사용성 평가 업무를,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에서 UI Design, UX 전략 업무를수행하였다. 현재는 SK 텔레콤 UXCenter에서 혁신/전략 UX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