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온라인 개학 3주차 EBS 온라인클래스 워룸 풍경

[이슈진단+: 사상 첫 온라인 개학] ⑥안정화 단계 돌입

컴퓨팅입력 :2020/04/29 06:53    수정: 2020/04/29 17:40

24일 오전 8시 30분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마련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워룸(War room, 상황실)에서 대응팀 관계자들은 숨죽여 웹 서버에 몰리는 트래픽 추이를 지켜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 EBS ‘온라인클래스’에 동시접속 300만명 분의 클라우드 서버를 공급한 기업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운영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일부터 EBS 온라인클래스를 지원하는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워룸 입구에 부착된 표지물.

“8시 30분이 지나니 웹으로 (새로) 들어오는 커넥션은 떨어지는 것 같네요.”

“온라인으로 접속하는데 학생들이 익숙해졌나 봅니다.”

“온라인 개학 초기엔 (같은 시각에 접속해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오프라인적인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접속해도 된다는) 온라인적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 내에 온라인 개학을 대응하기 위한 워룸이 마련됐다.

아침부터 워룸으로 출근한 대응팀 관계자들은 대형 스크린에 띄운 웹과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트래픽 대시보드를 살피며 한 마디씩 평가했다. 이날 워룸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다양한 부서의 부장급 이상 직원들이 모였다.

온라인클래스 웹 서버로 들어오는 트래픽은 오전 7시 30분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9시까지 꾸준히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언제 문제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차츰 생성되는 트래픽 곡선에 계속해서 관심이 집중됐다.

9시부터 한번 높아진 트래픽 상태가 지속됐다. 9시 20분경엔 약 29만명이 온라인클래스에 접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은 고등학교 모의고사가 재택으로 실시되는 날이어서, 온라인클래스의 접속량이 이전보다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디도스 공격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하나 차단한 것을 제외하면 문제는 없었다.

오전 9시 이후부터는 EBS 온라인 클래스 웹에 들어오는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응팀 한 관계자는 “29만명 정도면 제일 처음 중3, 고3 온라인 개학 했을 때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며 “첫날은 이 세상 수치가 아닌 것 같았고, 어제만 해도 55만8천명까지 동시 접속했다”고 말했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에듀테크 기업 유비온이 구축한 EBS 내 코딩 교육 사이트 ‘이솦’을 활용한 서비스다. EBS 자체 인프라에 묶인 여타 EBS 계열 플랫폼과 달리 이솦은 마이크로스프트 애저 기반으로 설계됐다. 당초 이솦의 수용가능 동시접속자 수는 2천명 수준이었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사용했던 덕에 수백만명 수용 규모로 증설을 결정할 수 있었다.

9시 30분부터 베스핀글로벌 측과 화상회의가 시작됐다. 베스핀글로벌은 EBS 온라인클래스에 애저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업체다.

이날 아침 특이 상황 보고 및 향후 클라우드 설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계획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베스핀글로벌은 지난달부터 클라우드 설비를 3단계에 걸쳐 101개 조로 증설했다. 300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이다. 대응팀 관계자들은 향후 비용을 낭비하지 않도록 각 조에 들어가는 네트워크접속서버(NAS) 설비 대신 블롭 스토리지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영욱 부장은 “(첫 온라인 개학 일인)9일 아침에 트래픽 대시보드를 열자마자 빨간 불기둥이 치솟으면서 오류가 났다”며 “주로 WAS 단에서 그랬었는데, 그때 뭐가 문제였나?”고 질문했다.

이에 베스핀글로벌 본사 대응팀 관계자는 “WAS에서 NAS 쪽으로 끌어오는 파일 전송과 업로드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일단 소스나 정적 데이터는 로컬 환경에서 최대한 뺐고, 그 뒤에 다시 메인페이지에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을 도입해 부하를 분산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전혀 NAS 쪽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안정화 됐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개학 대응팀이 베스핀글로벌 본사 및 구로 워룸 대응팀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개학 대응팀이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팀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또한 베스핀글로벌 관계자가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면 이것저것 준비했을 텐데, 지금은 알다시피 CDN 하나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하자, 김 부장은 “지금은 마치 대나무를 쪼개, 바로 바로 활을 쏘는 상황과 같다”고 답했다.

30분간 회의를 마치고, 곧이어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팀 직원들과의 화상회의가 진행됐다. 베스핀글로벌과의 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설비 감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워룸 공간에 함께 있지 않은 원격근무 직원들을 비롯해, 미국 본사 등 글로벌 팀에서도 한국의 온라인 개학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인 상황이어서, 미국 교육 현장에서도 평소보다 20~30배 더 많은 지원 요청이 있는 상황이라고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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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팀과의 화상회의가 끝난 오전 11시 경에도 문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성공지원팀 김미현 부장은 “나에게도 초등학생 자녀들이 있는데, 로그인이 안 된다고 나에게 말할 때 어서 빨리 원활하게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온다고 하면 이번 온라인 개학 경험을 토대로 더 철저히 준비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