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외면 속 초라하게 저무는 모바일 VR 시장

구글, 데이드림 VR 오픈소스 공개..AR로 방향 전환

홈&모바일입력 :2019/11/13 08:45    수정: 2019/11/14 07:47

구글 주도 아래 2014년부터 불었던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VR 시장이 저물어가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에 5년간 1천500만 개 이상 카드보드 VR을 뿌리며 생태계 확보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불편한 조작성과 부족한 콘텐츠에 흥미를 잃었다.

결국 구글은 지난 10월 픽셀용 VR 헤드셋인 데이드림 VR을 단종시킨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VR 기반 기술인 카드보드 VR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향후 구글은 스마트폰 기반 AR 콘텐츠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애플 역시 올 초부터 AR 헤드셋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부터 불었던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VR 시장이 저물고 있다. (사진=씨넷닷컴)

■ 2015년 카드보드 VR 첫 공개

구글은 2014년 골판지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오픈소스 기기인 카드보드 VR을 발표했다. 구글이 공개한 설계도를 따라 골판지 뿐만 아니라 렌즈와 플라스틱 케이스를 장착한 폭풍마경 등 중국산 VR 헤드셋도 대거 출시됐다.

2016년에는 픽셀 스마트폰 전용 VR 헤드셋인 데이드림 뷰도 내놨다. 직물(패브릭) 소재를 적용해 착용시 부담을 덜었고 리모컨을 이용해 간단한 조작이 가능해 편의성도 향상시켰다.

2015년 구글 I/O에서 배포된 카드보드 VR 헤드셋. (사진=구글)

삼성전자도 VR 기업인 오큘러스와 개발한 VR 헤드셋인 기어VR을 2015년 첫 출시한 이래 2017년 렌즈 구경을 확대하고 연결성을 강화한 두 번째 제품을 내놨다.

■ 데이드림 뷰 단종, 이름처럼 '백일몽'에 그치다

그러나 2015년 이후 2년간 거세게 불던 모바일용 VR 헤드셋은 2017년 이후 주춤해진 상태다. 구글은 2018년 LG디스플레이와 VR 헤드셋용 초고해상도 OLED 패널을 개발하고 이를 공개했지만 데이드림 VR 신형은 2년이 지나도록 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구글이 데이드림 플랫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구글은 지난 10월 데이드림 뷰 헤드셋을 단종시킨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스마트폰 기반 VR인 카드보드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시선 추적과 왜곡 보정 등 스마트폰 기반 VR 앱에 필요한 기능을 iOS와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불러 쓸 수 있게 됐다.

구글은 지난 10월 데이드림 뷰 헤드셋을 단종시켰다. (사진=씨넷닷컴)

구글 제프리 첸 AR·VR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오픈소스 모델이 카드보드용 경험을 만드는 제작자들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스마트폰 기반 VR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던 구글이 이를 포기하고 오픈소스로 관련 기술을 공개한 셈이다.

■ 조작성과 콘텐츠 부족이 발목 잡았다

구글은 2015년 이후 구글I/O 등 각종 행사를 통해 골판지 재질 카드보드 헤드셋을 1천500만 개 이상 배포하며 안간힘을 써 왔다. PC나 게임기 등 별도 기기 없이 스마트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헤드셋을 결합해 VR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그 목표였다. 그러나 이런 구글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스마트폰 기반 VR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헤드셋 그 자체에 있다. VR을 저렴한 카드보드 VR이나 호환 헤드셋 모두 결국은 스마트폰을 장착한 후 눈 앞에 헤드셋을 써야 한다는 과정이 뒤따른다. 반면 AR(증강현실) 기술은 별도 장비 없이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PC나 콘솔게임기와 달리 떨어지는 조작성도 모바일 VR의 발목을 잡았다. (사진=구글)

또 플레이스테이션VR이나 HTC 바이브 등 별도 컨트롤러를 제공하는 PC·콘솔게임기용 VR 헤드셋과 달리 스마트폰은 터치 인터페이스에 의존했다. 스마트폰을 앞에 끼우고 나면 조작할 방법이 없어서 화면에 나타난 버튼을 몇 초간 바라보는 식으로 조작해야 했다. 데이드림 VR은 별도 리모컨을 제공했지만 빈약한 인터페이스를 보강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모바일용 VR 콘텐츠가 유튜브 등 동영상에 치중한 것도 문제가 됐다. 지난 해 초에는 인텔이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해 VR 중계를 실시간으로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 구글·애플, "VR 대신 AR로 간다"

구글은 스마트폰 기반 VR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대신 외부 사물과 그래픽 이미지를 결합하는 AR(증강현실)에 더 큰 비중을 두기로 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기어VR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은 VR 대신 AR 헤드셋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4월에는 VR 스타트업 전트(Jaunt)의 창립자인 밴 호프를 영입하는 한편 게임 개발사인 밸브 코퍼레이션과 함께 아이폰 전용 주변기기인 AR 헤드셋을 개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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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AR 헤드셋의 출시 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홍콩 티엔펑국제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애플이 올 해 4분기부터 AR 헤드셋 양산에 돌입해 이르면 2020년 2분기에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디인포메이션은 11일 "애플 경영진이 내부 직원 대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오는 2022년에 AR 헤드셋을, 2023년에 AR 글래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애플이 AR 관련 제품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