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5G 알뜰폰…“카드 100만원 써야 1.5만원 할인”

비싼 알뜰폰 상품 구성 + 금융 연계 조건도 복잡

방송/통신입력 :2019/10/28 17:43    수정: 2019/10/28 17:43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가세로 5G 알뜰폰 서비스가 처음 시작됐지만, 다소 까다로운 조건의 금융 결합을 통한 할인에 따라 요금 경쟁력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28일 KB국민은행 리브엠이 선보인 5G 알뜰폰 요금제는 부가세 포함 월 6만6천원의 리브엠 5G 스페셜, 4만4천원의 리브엠 5G 라이트 등 2종이다.

월 6만6천원의 5G 알뜰폰 요금제는 180GB 용량의 데이터가 기본 제공된 뒤 이를 모두 소진하면 데이터 이용이 10Mbps의 속도로 제한된다. 월 4만4천원 요금제는 월 9GB 데이터를 기본으로 쓸 수 있고, 월 제공 데이터가 소진되면 1Mbps의 속도로 데이터 추가 이용이 가능하다.

리브엠은 LG유플러스의 통신 설비를 빌려쓰는 알뜰폰 브랜드다. 통신 설비를 구축하지 않고 LG유플러스가 구축한 이동통신망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의 5G 요금제를 기반으로 알뜰폰 요금 상품이 구성돼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리브엠이 선보인 5G 알뜰폰 요금제는 LG유플러스의 5G 스탠다드, 5G 라이트 요금제와 비교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5G 스탠다드는 월 7만5천원에 150GB가 제공되고, 5G 라이트는 월 5만5천원에 리브엠 5G 라이트와 조건이 동일하다.

월 제공 데이터 등 기본 조건이 동일한 요금제로 볼 때 리브엠 5G 라이트는 LG유플러스의 5G 라이트보다 월 1만1천원이 저렴하다. LG유플러스의 5G 요금제 월정액의 80% 수준이다.

■ 약정할인보다 비싼 5G 알뜰폰 요금

LG유플러스의 5G 요금제보다 20% 저렴한 가격의 알뜰폰 요금 구성은 이용자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라는 반응이 나온다.

5G 통신의 경우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망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가 도매대가 수익을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 밖에 낮추지 못한 알뜰폰 요금제는 기존 3G나 4G LTE 알뜰폰과 비교해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알뜰폰 1위 회사인 CJ 헬로모바일의 ‘헬로 유심 수다 1.5GB’ 월정액은 1만5천290원이다. KT 망을 빌려쓰는 요금제로, KT의 유사 요금제 ‘LTE 베이직’의 월정액은 3만3천원이다.

기존 LTE 알뜰폰 요금제는 이통사 요금제와 비교해 절반 수준까지 저렴한 편이지만, KB국민은행이 선보인 5G 알뜰폰 요금제는 20% 수준밖에 못 낮췄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 요금제보다 20% 밖에 못 낮추는 것은 단말기 유통법에 따라 통신 3사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25% 선택약정할인보다 요금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LG유플러스는 직영 온라인몰에서 가입할 때 7% 할인을 더해 32% 요금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KB국민은행의 요금 구성이 다소 의아한 편이다”고 말했다.

■ 금융 결합으로 최저 월 7천원만 내려면...

기본 월정액 요금 수준 구성보다 KB국민은행은 금융 서비스와 함께 이용할 때 할인을 내세웠다. 신용카드를 비롯한 각종 금융 서비스와 연계할 경우 할인 폭이 커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테면 월 4만4천원의 5G 요금제를 최저 월 7천원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식이다.

다만, 금융 결합에 따른 할인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최대 할인을 얻기 위한 금융 서비스 이용으로 볼 때 오히려 금융 서비스의 락인(Rock-in, 가입자 잠금)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제시한 조건에 따르면, 월 4만4천원의 5G 요금제를 7천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금융서비스에서 최대 월 2만2천원, 카드 실적에서 최대 월 1만5천원을 할인받아야 한다.

우선 KB국민 리브엠 카드 제휴 할인으로 최대 월 1만5천원 할인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기준으로 전월 실적 100만원을 이용해야 한다. 거래 실적에 따라 1개월 단위로 변경되기 때문에 매달 100만원 이상의 카드 실적을 유지해야 1만5천원의 통신비 할인이 된다.

금융서비스를 통한 월 최대 2만2천원은 각종 할인 조건을 맞춰야 한다.

KB 스타클럽 할인 기준으로 최고 등급인 MVP에 해당하면 5천5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50만원 이상의 급여이체 또는 4대 연금을 입금하는 금융 거래로 5천500원, 아바트관리비 이체시 5천500원, KB카드 결제금액 출금시 2천200원, 친구 결합 1명당 2천200원, 제휴기관 직원할인 5천500원 등의 할인 조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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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월 2만2천원을 할인받기 위해서는 스타클럽 MVP 등급에 급여이체, 아파트관리비 이체를 모두 하더라도 본부집단신용대출 등과 같은 제휴기관 직원 할인까지 받아야만 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단말기 할인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연계 조건은 대부분 전월 실적이 30만~50만원 수준이다”며 “한 카드만 사용하더라도 월 100만원의 카드 실적을 기록하고 다른 금융 거래 조건까지 맞춰야만 월 7천원에 5G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