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쿠팡, 바위 틈바구니서 꽃 피울까

“정부, 기득권이 혁신 방해 못하도록 해야”

데스크 칼럼입력 :2019/06/25 13:41

쿠팡이 최근 LG생활건강으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당했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쿠팡이 대형 유통업체로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쿠팡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기업인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의 사실 관계는 공정위 조사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공정위는 최대한 서둘러 쿠팡 신고건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가까스로 넘어, 기득권 틈바구니에서 성공궤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데스밸리'로 불리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게 된다(사진=픽사베이)

쿠팡은 지난해 약 4.4조 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빠른 속도로 덩치가 커진 IT 기반 유통 회사임에는 틀림없지만, 같은 기간 소매유통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각각 17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아직 작은 규모다. 쿠팡을 신고한 LG생활건강의 매출도 6.7조원인데, LG생활건강이 쿠팡을 향해 우월적 지위를 악용했다는 지적이 어색한 이유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쿠팡은 아직 ‘도전자’ 수준이다.

한국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대기업 기득권의 사업 영역에 스타트업이 도전하면 빈번히 이런 식의 공격이 따라온다. 사실이 밝혀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영역에 대기업의 신고가 들어가고 스타트업의 사업은 진흙탕 논쟁으로 빠져 든다. 사업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비판 논란에 잠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망하지는 않더라도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가 늦춰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쿠팡에 이어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주목받는 토스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기존 금융권과 비교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스타트업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안정’ 보다는 ‘혁신’에 더 무게를 둬야 함에도 말이다.

지금은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의 '카카오톡'도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집중견제를 당했다. 카카오톡으로 음성통화를 걸면 통신사가 통화 품질을 일부러 낮추면서 영업을 방해했을 정도다. 작은 기업일 때에는 '혁신의 상징'이지만, 막상 주류의 영역에 진입하고자 하면 기득권을 누리는 대기업이 견제에 나서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는 시장 경쟁 체제를 만들고, 혁신적인 기업과 서비스가 사용자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정책을 펴고자 할 때 교과서처럼 인용되는 아마존, 구글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는 어땠을까. 미국 정부는 이들에게 한국 정부처럼 직접 투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 정부는 민간에서 아마존과 구글 같은 기업이 거대한 산업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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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들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그래서 유통시장을 독점한 월마트,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독점한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각각 아마존과 구글을 노릴 때 미국 정부는 독점기업의 부당한 영향력과 공격에서 이런 회사들을 보호했다. 오늘날 미국 소비자들이 값싼 상품을 편하게 사고, 값비싼 오피스를 구매하지 않아도 구글을 이용해 무료로 워드 작업과 엑셀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이런 경쟁 촉진의 결과다.

정부는 민간 영역의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다. 투자는 정부가 세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큰 보상을 얻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돕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기득권이 혁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혁신 기업이 신규 사업 영역에 활발하게 진출하도록 돕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