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케이뱅크 고객은 불안하다

신규 진입보다 기존 플레이어 과제 해결 시급

기자수첩입력 :2019/05/14 15:32    수정: 2019/05/14 15:45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고객은 의아하고 불안하다.

케이뱅크 모바일 앱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대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수 차례 반복되다 보니 왜 선착순처럼 대출을 파는 것인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이유는 하나다. 케이뱅크가 대출을 다른 은행처럼 꾸준히 팔 수 있는 실탄(자본)이 부족해서다. 실탄 부족의 이유는 두 가지다. 예금과 대출 비율 규제만큼 예금이 덜 팔렸다거나, 아예 자본금이 부족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후자에 가깝다. 그렇다고 케이뱅크의 곳간이 텅텅 비었단 뜻은 아니다. 딱 기본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만큼의 곡식만 있다는 얘기다.

케이뱅크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자본금을 늘리면 된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케이티(KT)·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 회사 규모도 크고 잘 알려진 기업이다. 이들은 왜 자본금을 늘리지 않을까.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는 사실 케이뱅크가 아닌 금융당국과 정부가 쥐고 있다. KT는 정보통신기술 비중이 높은 산업에게 은행 지분 34%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증자 의지를 밝혔다. KT는 금융위원회에 은행 지분 초과 보유한도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심사는 중단됐다. KT가 은행 대주주에 어울릴만한 기업인지를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현재 KT를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들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 금융당국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수익은 고객의 예금을 통한 대출이며, 또 국내 유동성 관리에도 중요한 통로라 제반 조건을 신중히 고려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 심사가 늦어질 수록 고객들이 케이뱅크를 점점 불신하게 된다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의 민원을 촉발할 요지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1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공고를 냈던 2015년, 23년 만에 은행업을 인가해 '보다 저렴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정작 인터넷전문은행 고객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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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플레이어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최대 두 개까지 인가하겠다는 방침은 이해하기 어렵다. 새롭게 진출한 은행도 이 같은 전철을 밟는다면 그야말로 정책 실패다.

올초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으로 정보통신기업 등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용이해졌다"며 규제 완화 성과를 홍보했다. 진출이 중요한 것인지, 진출한 은행을 제대로 영업할 수 있게 해 선순환적 생태계를 우선 구축하는 것인지 정부 관계자들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