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코인' 출시 가능성이 높은 현실적 이유

[임유경의 기승전블] 글로벌 메신저 송금 핵심수단

데스크 칼럼입력 :2019/03/06 11:29    수정: 2019/03/07 11:48

페이스북 코인(가칭)이 진짜 나올까.

페이스북이 자체 코인을 만든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서다. 메시징 앱 왓츠앱에서 송금에 쓸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코인)을 개발 중이라는 꽤 구체적인 루머였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관련해 업데이트된 상황을 추가 보도하면서, 루머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암호화폐 거래소와 상장 미팅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페이스북 코인 발행을 단정 짓긴 이르다. 개발한 것은 맞지만, 최종적으로 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코인 발행과 관련해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코인은 정말 나오는 걸까? 아니면 루머에 그치는 걸까?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페이스북이 코인을 만들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지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사진=씨넷)

메신저에 빠져 있는 페이스북...코인 역할 찾고 있나

페이스북에게 메신저는 더이상 부가적인 기능이 아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페이스북, 왓츠앱, 인스타그램에서 메시징 기능을 이용한 사람은 27억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 3분의 1이 페이스북이나 관계 앱에서 한 달에 한 번은 메시지를 보냈다는 얘기다.

공식 석상에서도 뉴스피드보다 메신저에 더 미래 가치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3분기 어닝콜(실적발표를 위한 컨퍼런스콜)에서 메시징 서비스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 보다 비공개적인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는 사진, 비디오, 링크가 더 많다. 매일 보내는 메시지가 약 1000억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메시징 서비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애플의 문자앱 '아이메시지가 페이스북의 가장 큰 경쟁자"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메시징 서비스 중) 선두를 달리고 있고 특히 안드로이드 폰을 많이 쓰는 신흥시장에선 사람들의 기본 메시징 앱이 됐다"고 성과를 뽐내면서도, "아이폰이 강세를 보이는 미국 같이 중요한 국가에선 번들로 제공되는 애플 아이메시지가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아이메시지다"고 했다.

지난해 3분기 페이스북 메신저관련 성과

페이스북이 메신저에 빠져 있는 것과, 자체 코인을 만드는 것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페이스북은 메신저 송금 활성화를 계속 시도해 왔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코인을 발행한다면 연결고리가 보인다.

세계 송금 시장 규모는 연 5000억 달러에 이른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송금이 활성화되기만 하면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이 페이스북 손에 들어갈 수도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월 이용자가 27억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페이스북은 여기에 추가로 메신저 송금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사용자는 물론 기업에게 메신저 송금 기능을 이용한 추가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기업들은 메신저로 사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하고, 사용자는 광고를 본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 상품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2015년 출시한 메신저 송금 기능이 생각만큼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메신저를 통한 송금 기능을 미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메신저에서 달러($) 아이콘을 누르고 보낼 금액을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되는 간편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 기능이 미국 밖을 벗어나 사용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그것도 영국과 프랑스가 사용 가능 국가의 전부다.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송금 네트워크 구현에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 코인, 글로벌 간편송금에 '딱'...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페이스북이 스테이블 코인을 만든다면 특히 해외 송금 영역에서 강점을 가져갈 수 있어 보인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달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통화와 가격이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고 있다. 보도는 페이스북이 은행 계좌에 달러, 유로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의 법정화폐를 예치하고, 이를 증거금으로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말은 즉 페이스북 코인USD, 페이스북 코인 EUR 같이 다양한 법정화폐 연동 페이스북 코인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경을 넘는 해외 송금이 간편하고 저렴해진다. 예를들어 한국에 있는 부모가 원화로 11만2천원을 내고 페이스북 코인USD100를 사서, 미국에 유학간 딸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즉시 송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선 코인을 달러로 바꿔 쓸 수 있다.

은행 계좌를 보유한 인구 비율이 낮고,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국가에선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가 은행계좌이자 신용카드가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전문 업체 TTC프로토콜의 장채선 이사는 이런 관점에 대해 "페이스북이 보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이라면 어느정도 신뢰가 담보되니까 오히려 베네수엘라 같이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선 페이스북 코인을 더 믿고 쓸 수 있다고 본다. (시장에) 임팩트를 주려면 기존 화폐보다 믿음이 가든가 사용이 쉬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사용자들이 메신저에서 코인을 이용한 송금을 활발하게 이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페이스북에 풀어야 하는 꽤 많은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코인을 거래소에서 사와야 서비스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 메신저를 통해 간편하게 코인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범죄자들이 불법적인 목적으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모두 거래소와 협력을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다. 거래소와 협업해 페이스북 코인 구입할 때 복잡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특히 페이스북 코인을 사용자들이 실제 돈처럼 쓸 수 있게 하려면 법정화폐 거래소와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페이스북 코인이 범죄에 약용될 수 있는 위험도 거래소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거래소가 코인 구매와 현금화 과정에 개입하는 만큼 고객알기(KYC), 자금세탁방지(AML)을 대신 맡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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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보도대로 페이스북이 최근 거래소와 접촉했다면, 이런 문제도 함께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체 코인 발행 여부와 별개로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데이비드 마커스 전 페이팔 사장을 영입해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다. 현재 50여 명의 엔지니어가 소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 CEO는 최근 조나단 지트레인 하버드 법과대학 교수와의 토론에서 "블록체인을 신원증명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