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침체 악순환...블록체인 산업, 처음부터 다시 계획짜야"

[신년인터뷰]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

컴퓨팅입력 :2019/01/21 15:16    수정: 2019/01/22 09:08

"지난해 제대로된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코인만 개발하면 뜰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투자를 받은 곳이 많다. 결과적으로 상당한 상장 수수료를 내고 상장을 해도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시장이 매우 침체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가 됐다."

최근 만난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지난해 블록체인 산업의 문제를 이렇게 진단하며 "올해 돈 모으는 방법부터 전반적으로 다시 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블록체인 기업이 유지되려면 "돈을 모으고, 돈을 유지하고, 자기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에 결합시키는 이 세가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가 이 세가지 면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이사장은 "돈을 모으고 유지하는 면에서 기업들이 예측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더리움이 기술발전을 해내지 못하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자 ICO에 성공한 업체도 이더리움 기반으로 투자를 받다보니까 가격 하락을 겪었다. 300억을 투자 받은 회사도 이제 50억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됐다. 300억을 가지고 2년 동안 개발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고임금 기술자를 지나치게 많이 뽑은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선 피부에 닿을 만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다들 메인넷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할 만큼 피부에 닿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

이런 전반적인 문제들이 겹쳐 결국 거래소에 상장을 해도 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시장이 침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이사장은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짜야 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돈모으는 방법부터 비즈니스 모델 개발까지 바뀌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이제는 자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기술을 결합해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기업들이 초기에는 엔젤펀딩을 받게 하고 상장 이후에 주식시장처럼 자기 가치를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도 암호화폐공개(ICO)를 안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대안으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이제는 A부터 Z까지 명확해야 블록체인이 정상적으로 산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성과로 "그동안 기술적 진보가 분명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이 블록체인 전문 회사를 어렵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술력 있는 회사는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비즈니스 모델이 조금더 성장한 회사들이 시민들 곁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진짜가 나타는 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 블록체인 정책에 쓴소리..."금융산업 선진화 기회 발로차"

김 이사장은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에 대해 "바다이야기 같이 위험하게만 봤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열풍을 잘 살렸으면 일본이나 유럽에 뒤처졌던 금융산업을 선진화할 수 있는 계기였는데 결과적으로 실기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기술을 가지고 담보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주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금융시장은 처음부터 글로벌 경쟁력이 하나도 없다. 암호화폐 붐이 일어난 이유도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눈을 확 뜨게 한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겠지만 1인 창업이나 중소기업 창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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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막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폭락 등) 여러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초 정부가 세게 발언한 것이 차라리 더 나았다고 얘기할수도 있지만 문제는 사업하고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산업 전체가 그 기회에 더 클 수 있었는데 못 크고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깊게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정책적 보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알짜기업이 다 떠내려가지 않게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시범사업 몇 개 더 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