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년 만에 기준금리 올릴까

내외금리차 확대…가계부채 및 불확실한 대외 경제 '변수'

금융입력 :2018/11/27 12:27    수정: 2018/11/27 12:27

오는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린다. 초미의 관심사는 1년만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지 여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물론이고 금통위 일부 위원들도 통화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해 일단 금리 인상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한 차례 더 연방기금금리 범위를 인상할 것으로 예고돼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미·중의 무역 갈등 양상으로 인한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지속된다는 점,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 등을 감안했을 때 이달 내 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뉴스1)

■ "'부채 함정',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신호줘야"

27일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미 금통위원 중 고승범·이일형 위원은 금융 안정을 위해 지난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0.25%p 올린 연 1.75%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불균형 심화 가능성에 대응해 통화 정책의 완화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속되는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막기 위해서는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다.

올 3분기 기준으로 가계신용은 1천5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조원(6.7%) 늘었다. 올해 상반기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3.3%)에 비교하면 속도가 2배나 빠르다.

과도한 신용으로 버블(거품)이 생성되고 이 것이 붕괴돼 금융부문의 시스템 리스크와 실물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 안정이 필요한데, 소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채로 인해 금리 인상을 놓치는 '부채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통화정책으로 신호를 줘야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여기에 한·미 간 금리 역전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 근거다. 12월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리면 내외 금리차는 1%p로 벌어진다.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어 금융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준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가운데 금리 격차가 0.25%p 더 확대될 경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가 15조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밖에 지난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도달했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선 금리 인상이 이달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2018년 10월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자료=한국은행)

■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변수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취약 차주들의 리스크가 커지고 내년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전반적으로 큰 상태라는 것이다. 소비자 심리도 위축돼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을 저해할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의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국내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하방리스크가 약간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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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심리도 얼어붙은 데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낮은 상태다. 11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96.0을 기록했다. CCSI란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2003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장기평균치를 기준 값 100으로 해 이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 인식과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p씩 하락해 각각 2.5%와 2.4%를 기록했다. 물가인식은 5월(2.5%)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02년 2월 통계작성이후 역대 최저치였던 2016년 8월(2.4%)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