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끝낸 대기업…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대선·검찰수사·사드보복…국내외 불확실성 커

디지털경제입력 :2017/03/24 16:16    수정: 2017/03/24 17:37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24일 2017년도 정기주주총회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다.

이들 기업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나라 안팎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도 지속적인 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지난 반년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교훈 삼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주주친화 정책 등에 매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이 생기와 활기를 되찾고 위기 극복의 시너지를 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사드보복 등 한반도 정세 불안이 커지고 5월 대선정국 속에 각 정당들이 앞 다퉈 '재벌 해체'를 공약으로 제2의 '반(反)재벌' 정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4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끝낸 검찰의 칼끝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뭉칫돈을 전달한 SK, 롯데 등 53개 기업들을 향하고 있어 큰 부담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일가에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네 명의 전임 경영진도 내달부터 무죄 입증을 위한 본격적인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이날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총회장에서 '(여러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해)당장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어려운 처지와 대기업 경영을 옥죄는 정치적 환경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방안 마련을 검토해 6개월 안에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초유의 정치적 풍파에 휩싸여 그룹 설립 역사상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되고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공중 분해되면서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탄핵 후폭풍에 편승해 국회의원들이 '경제 민주화‘를 명목으로 자사주에 분할회사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절차가 더욱 어렵게 됐다. 과거엔 회사 분할시 자사주의 부활을 통해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의 지분을 손쉽게 확보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거래법상 삼성 지주회사는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 20%를 시장에서 직접 매입해야 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현재 290조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으로서는 ▲이 부회장 무죄 입증 ▲지주회사 전환 ▲계열사 자율경영 안착 ▲성장 사업 선행 투자 ▲갤럭시노트7 후유증 극복 ▲갤럭시S8 출시 및 성공 등 각종 경영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야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아 보인다.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SK빌딩 21층 대강당에서 제26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SK)

지난 18일 '총수사면 청탁'과 '면세점 특혜' 의혹으로 최태원 회장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SK그룹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SK㈜는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성장 사업을 발굴해 글로벌 톱 수준의 사업형 지주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또 '경제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이해관계자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한다'는 경영철학을 정관 전문에 추가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현재진행형인 '최순실 사태'와 관련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한창 진행 중어서 이같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 알수 없다. 검찰이 이번 주말을 지나 다음주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경우 SK그룹은 또 한번 격량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두번씩이나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최태원 그룹회장의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SK그룹의 경영 현안은 ▲책임 경영 강화 ▲일본 도시바 인수 ▲반도체 및 핵심소재 사업 경쟁력 확장 ▲SK텔레콤 5G-IoT 사업 가속화 등이다.

이밖에 롯데 그룹과 CJ그룹도 검찰이 주목하고 있어 긴장을 한 치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2일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만들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개 당 대표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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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언문 총론에는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의 방향, 경제계 다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각론에는 대한민국의 새 희망공식으로 지칭되는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번영'이라는 3대 틀과 9대 과제 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