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디자인특허, 받긴 쉽고 보상과도"

[삼성, 애플 소송 대법원 상고신청서 분석-상]

홈&모바일입력 :2015/12/16 17:43    수정: 2015/12/16 18:0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특허 소송 중인 삼성이 디자인 특허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삼성이 이번에 대법원에 접수한 문건은 총 215쪽 분량이다. 이 중 상고 신청 관련 부분은 총 39쪽이다. 지디넷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삼성의 상고 신청 문건을 분석한다. (편집자)

2012년 1심 평결이 나온 지 3년 4개월.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배상금은 5억4천800만 달러.

배상금 지급 시한은 지난 14일. 삼성은 바로 그날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D677 특허권을 비롯해 베젤을 덧붙인 D087, 검은 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배치한 D305 특허권 관련 침해 부분이 상고 대상이다.

삼성은 이 세 특허권 침해 혐의로 총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받았다.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 핵심 쟁점 중 하나인 D087 특허권.

하지만 삼성의 상고 신청 명분은 쟁점 특허권을 둘러싼 공방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디자인 특허권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는 미국 특허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허전담 항소법원인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의 역할 방기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취득 비율 "상용 특허 67.8% vs 디자인 특허 84%"

따라서 우선 그 부분부터 한번 살펴보자. 삼성은 이번 상고 신청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디자인 특허권의 보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또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을 때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게 합당한 관례인가?

삼성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디자인 특허 자체의 문제를 제기한다. 디자인 특허권은 상용 특허보다 취득하는 것도 수월할 뿐 아니라 보상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 삼성의 주장이다.

삼성은 상고 신청 문건에서 미국 특허청 자료를 인용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상용 특허 취득 비율은 67.8%인 반면 디자인 특허는 84%에 이른다. 한 눈에 보기에도 디자인 특허를 취득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사진= 미국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특허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엔 디자인 특허 쪽이 훨씬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상용 특허 보유자는 “잃어버린 손실, 혹은 합리적 로열티 수준의 보상”을 받는 반면 디자인 특허권에 대해선 “특허 침해자의 수익”이란 기준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허법 289조에 그렇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윤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이처럼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 특허권에 대한 규정은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 "장식적 요소, 명확한 규정도 없어"

미국 특허법 171조는 “제조물품의 새롭고 독창적이며 장식적인 디자인(any new, original and ornamental design for an article of manufacture)”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장식적(ornamental)’이란 부분과 ‘제조물품(article of manufacture)란 문구다. 원래 미국 특허법에는 ‘유용한(useful)’ 디자인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미국 의회가 1902년 ‘장식적’이란 용어로 대체했다.

그런데 정작 어떤 것이 ‘장식적인 디자인’ 인지, 또 ‘제조물품’을 구성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아이콘 배열 범위를 규정한 애플 D305 특허권.

삼성은 쟁점이 된 둥근 모서리, 검은 색 바탕, 아이콘 배치 개념 같은 것들이 과연 ‘보호받을만한 장식적 요소’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1심 재판부가 배심원들에게 (삼성과 애플 제품간) 디자인 유사성을 판단할 때 ‘특허법으로 보호받지 못할 요소’에 대해 고려하라는 지침을 줬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1심 재판부는 배심원들에게 그런 지침을 주지 않았다.

따라서 특허 전문 법원인 연방순회항소법원이 1심 재판부의 이런 지침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라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삼성은 또 항소법원이 일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익을 환수하도록 한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 "항소법원, 특허법 289조 해석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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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법원은 디자인 특허 침해에 대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특허법 289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삼성은 “특허법 289조는 제품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디자인 특허가 적용될 수 있는 제조물품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허법의 이런 규정 미비 때문에 디자인 특허권자들이 과도한 보상을 받게 돼 있다는 것. 그런데 특허 소송 항소심을 전담하고 있는 연방순회항소법원이 특허법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하는 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대법원이 정확한 법리 해석을 해달라는 것이 삼성 주장의 골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