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MS, 왜 반독점 소송 카드 빼들었나

4월 ITC서 인터디지털에 패소…'특허 남용' 맞공세

컴퓨팅입력 :2015/08/24 17:13    수정: 2015/08/24 18:0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궁지에 몰린 마이크로소프트(MS)가 묘수를 꺼내들었다. 특허 침해 판결에 ‘반독점법 위반’이란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MS가 지난 21일(이하 현지 시각) 특허 라이선싱 전문업체 인터디지털을 미국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MS는 인터디지털이 필수 표준 특허권을 공정한 조건에 라이선싱 하길 거부했다면서 델라웨어 웰밍턴 지역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이번 소송은 초읽기에 몰린 MS가 꺼내든 비장의 무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시어도어 에섹스 판사는 지난 4월 MS가 인터디지털의 무선 통신 관련 특허권 두 개를 무단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에섹스 판사는 또 MS 제품을 수입금지 조치하는 것이 공공 이익에 저해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ITC는 오는 28일 전체 회의에서 MS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를 적용할 지 여부에 대해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물론 ITC 전체회의에서 수입금지 판결을 하더라도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이 판결을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이 수입금지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만 최종 확정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8월 삼성 특허권을 침해한 애플 제품을 수입금지하라는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 있다.

■ '수입금지' 공방→ '특허권 남용' 논란 전환 노린듯

MS는 왜 ITC 최종 판결을 앞두고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을까? 일단 ITC 전체회의에서 지난 4월의 수입금지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만 한다.

MS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반대 공세를 펼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 지디넷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MS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인터디지털이 라이선스 관행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필수 표준 특허는 합리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해야 한다는 규정도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또 있다. MS는 인터디지털이 미국 내 수입금지란 무기를 앞세워 자신들의 손을 비틀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더 많은 특허 사용료를 받아내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MS가 이날 소장 접수 직후 밝힌 내용을 보면 이런 감정이 그대로 녹아 들어 있다.

인터디지털.

지디넷에 따르면 MS 측은 “인터디지털이 자신들이 특허권이 업계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 해주겠다는 허위 약속을 했다”면서 “그런 다음엔 그 지위를 이용해 과도란 라이선스 요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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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터디지털은 MS의 주장이 당치도 않다는 반응이다. 자신들은 오랫 동안 모바일 표준을 확립하는 데 공을 쏟아 왔다는 것. 인터디지털은 또 그 동안 공정하고 합리적인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늘 고수해왔다고 반박했다.

인터디지털은 삼성을 비롯한 단말기 업체들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제기한 곳으로 유명하다. 올 들어 지난 6월말까지 6개월 매출 2억2천900만 달러 중 34%는 대만전자업체 페가트론으로 부터 받은 로열티였다고 지디넷이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