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나홀로 파업' 현실화 되나

업계발 노사 훈풍에도 '夏鬪' 전운...하반기 신차 공세 차질

카테크입력 :2015/07/28 11:27    수정: 2015/07/28 11:37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부진한 상반기 실적에 이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하투(夏鬪)'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 국내 완성차업계 중 올해 첫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내고 한국GM 역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업계 맏형인 현대차의 협상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까지 테이블 안팎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국내에서 매년 반복되는 자동차업계의 파업은 업체의 부담 증가는 물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현대차의 경우 한 차례 협상을 마치면 여지없이 임금이 수직 상승한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연봉은 9천700만원 수준이었다. 올해 노조는 기본급 7.84%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어느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지만 내년에는 사실상 평균 연봉이 1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특히 현대차의 임단협은 대부분 부분파업이나 장기간 대립 등으로 치닫기 일쑤였고 길게는 10월까지 이어지며 막대한 생산차질을 빚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8~9월 이어진 노조의 부분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차량 4만2천2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약 9천10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의 국내생산 비중이 약 38%에 달하는 만큼, 국내공장 가동률 하락은 해외판매 실적 부진으로 직결된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주요 사안 놓고 입장 팽팽...일각에선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기

현대차는 올 2분기 환율 악재와 국내외 판매부진 등 영향으로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하반기 대대적인 신차 출시를 통한 총공세로 상승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노조의 파업 리스크가 걸림돌이다.

특히 상반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이종통화 약세와 중국시장 경기 둔화 등 대외 악재가 하반기에도 쉽사리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수익 악화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영 악화로 인해 노조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도, 묵살할 수도 없는 게 현대차의 딜레마다.

현대차는 지난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6.1% 감소한 1조7천5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7.7%로 전분기 대비 0.1%p 상승에 그쳐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7천904억원으로 23.8%나 빠졌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임시 대의원 대회를 갖고 지난달 2일 노사 상견례 이후 매주 2회씩 지금까지 14차례 교섭을 가졌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과 월급제 등에 대해서는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해고자 복직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 다른 성과가 없다. 노사는 28일 오후 제15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양측 모두 주요 사안에 대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8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현대차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노조)

이미 노조는 지난 14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상 출정식을 열고 '조합원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한 상태다. 노조는 올해 15만9천900원(기본급 대비 7.84%) 임금 인상, 당기순이익(2014년)의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주간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8+8시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근무시간 단축 문제는 3년째 노사가 신경전을 벌이며 해마다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다.

현대차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국내 공장에서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26.8시간이다. 현대차 해외 8개 공장 중 가장 길어 생산성이 떨어진다. 현대차의 해외공장별 HPV는 미국 현지 공장이 14.7시간, 체코 공장 15.3시간, 중국 공장 17.7시간, 러시아 공장 16.2시간, 브라질 공장 20시간 수준이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 중국, 인도, 체코, 러시아, 터키, 브라질 등에 해외공장을 갖고 있다. 중국에는 현재 제4, 5공장도 건설 중이다. 미국 2공장 신설과 인도, 브라질 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최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의 품질 우수성이 입증된 만큼 (미국)2공장 증설을 지속 검토 중"이라며 "높은 가동률과 신모델 투입 시기에 대비해 적절한 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공장 증설은 글로벌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수익성 강화를 위해 현지 생산을 증대하는 차원이지만, 일각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내 공장의 일감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조의 경영권 간섭도 사측과 불협화음을 빚는 이유 중 하나다. 노조는 '국내외 생산 물량 결정 시 노조와 협의할 것'을 내걸어 경영권 간섭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촉발된 통상임금 문제가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2015년 3월 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과 별도로 위원회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교섭할 예정이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임단협 진행 자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달 현대차 노사 양측이 투싼 물량을 울산5공장과 2공장에서 공동생산하는 데 합의한 것을 놓고 노사 공동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극적 타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협상 타결에 속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현대차 노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최근 실적 부진도 노조가 임금 인상 등 요구사항을 밀어붙이는 데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인건비와 매년 반복되는 파업은 자동차 생산기지로써의 현대차 국내공장의 장점을 희석시키고 있다"며 "현대차가 이종통화 약세 등 환율 리스크와 중국시장 침체, 수입차 내수 잠식 등으로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사 양측의 조기 타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형제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는 아직 협상을 위한 상견례조차 갖지 않았다. 여름휴가(8월 3~7일) 이후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산차 경쟁업체들은 모두 올해 협상을 이미 마무리했거나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업체들이 차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안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들은 올해도 파업에 발목이 잡혀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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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지난 22일 르노삼성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3% 찬성으로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한국GM 노사도 27일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의 찬반투표만을 남겨둔 상태다.

쌍용차의 경우 지난해 협상에서 통상임금 리스크를 털어버린 데다,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간 이견이 크지 않아 올해 협상은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