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잡스 “TV는 끔찍, 안 내놓는다”

일반입력 :2014/03/17 11:26    수정: 2014/03/17 11:38

이재구 기자

“TV세트는 끔찍한 사업이다. TV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6일(현지시간) 고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 애플 최고경영진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는 유카리 이와타니 케인 전 월스트리트저널 애플담당기자의 신간 “겁에 질린 제국: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Haunted Empire: Apple After Steve Jobs)”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2010년 애플 톱 100 미팅서 “끔찍한 사업”

유카리는 자신의 책에서 잡스가 “지난 2010년 가졌던 애플 임직원 대상의 톱100모임 행사 지막 날 TV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책에 따르면 당시 잡스는 모든 사람과 방안에 둘러앉아 “여러분들은 스티브 잡스와 여기 앉아있다. 여러분들은 내 동료다. 뭐든지 궁금한 것을 물어 봐도 좋다. 그게 굉장히 멍청하고 모욕적인 것이라도 괜찮다. 나는 회사에 대한 어떤 질문이라도 편하게 질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이때 한 사람이 “애플은 다음 번에 텔레비전을 내놓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미 도처에서 애플이 다음번에 장악할 사업은 TV라는 소문이 돌고 있던 때였다.

유카리는 “잡스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노(No)’ 라고 말했다”고 쓰고 있다.

그녀는 이어 “당시 잡스는 ‘TV는 끔찍한 사업(a terrible business)이다. 그들은 매출을 올리지 못하며 마진은 형편없다(margins suck)’고 말했다. (굉장한 이익을 내고 2년마다 대체되는 아이폰과 달리 TV는 8년마다 개비된다. 아이폰만큼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럼에도 잡스는 이후 “거실을 제어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는 또한 앞서 나온 작은 비디오 스트리밍서비스용 셋톱박스인 애플 TV에 대해 “애플이 필요한 모든 콘텐츠를 갖기 전까지 애플TV는 취미수준에 머물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카리는 2010년 당시 톱100에 참석해 잡스와 같은 방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잡스의 TV에 대한 언급을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이 방에 같이 있었던 일부 베테랑은 “잡스의 진심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잡스가 “차기의 혁신작을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나 신경을 써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잡스는 췌장염을 앓고 있어 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누구나 이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전처럼 자신의 직원들을 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어보였고 수척해 보였다. 그는 이 행사을 마친 지 몇 개월 안돼 건강이 악화돼 애플에서 매일매일 출근해 일을 보지 못하게 됐다.

■애플이 읽은 잡스의 진심은?

잡스가 “TV는 끔찍한 사업”이라는 언급을 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애플의 TV세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진 먼스터 애플 분석가는 지난 3년간 애플 TV(iTV)가 나올 가능성을 줄곧 주장해 온 대표적 애널리스트다. 그는 2년 전 “스마트폰 이래 나타날 가장 큰 다음 번 혁명은 가전품이 될 것이다. 베젤이 없는 한 장의 유리를 상상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애플TV가 2013년 말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올들어 애플이 TV사업전략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뉴스들은 모두 소문으로 나돌던 60인치 애플TV인 iTV가 아닌 셋톱박스 애플TV 쪽에 집중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따라서 잡스가 지난 2010년 톱 100에서 자사 임직원에게 한 말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조심스런 진단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잡스는 지난 2011년 나온 스티브 잡스 전기를 쓴 작가 아이작슨에게는 “나는 정말 사용하기 쉬운 통합된 TV세트를 만들고 싶다...이것은 당신의 모든 단말기, 아이클라우드와 끊김없이 동기화될 것이다...그것은 당신이 상상하는 가장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마침내 비밀을 풀어냈다”고 말해 톱 100에서 한 말과 다르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잡스는 비밀주의자인데다가 한번 말하고 뒤집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3년 한 기자에게 “휴대폰으로 애플에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3년 후 보란 듯이 아이폰을 내놓았다.

이번 경우에도 어느 말이 잡스의 진실인지 알기 힘들다. 그가 말한 TV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진실은 톱 100에게 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자서전을 쓴 아이작슨에게 한 말일까?.

■2010년 애플의 톱 100행사에서는?애플은 매년 자사 임원, 매니저,직원 100명을 모아놓고 여는 비밀모임인 ‘톱100(Top 100)’미팅을 갖는다. 잡스는 톱100행사가 열리기 한달 전에 이를 미리 알려준다. 그러면 애플 직원들은 버스를 타고 리조트로 가서 애플사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여기서는 때때로 신제품이 나온다.

행사 중에는 아무도 외부의 애플직원에게조차 이메일이나 트윗을 보내지 못하게 돼 있다.

지난 2010년 잡스가 톱100미팅을 열었을 때 애플은 아이패드2와 마그네틱커버를 공개했다.

잡스가 새 아이패드에 대한 질의응답(Q&A)시간을 가졌을 때 모든 사람들이 아이패드커버에 대해 아첨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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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잡스는 “빌어먹을! 커버는 충분해”라고 말했다.

마침내 잡스는 “그러면 아이패드에 대해 말해 봅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