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결국 실행이 답이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3/11/04 09:50    수정: 2013/11/04 15:25

최성호
최성호

현대적인 노트북 개념으로 최초라고 할 수 있는 다이나북(DynaBook)을 창안했고 상호작용 분야의 선구자로도 알려진 앨런 커티스 케이(Alan Kay)는 자바나 C++와 같은 객체지향 언어 개념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런 경력의 소유자인 케이는 일찍이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People who are really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라는 말을 남겼다.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파는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든 것이나 구글이 크롬캐스트 같은 하드웨어를 만든 것이 케이가 했던 말에 해당된다.

케이의 말은 뒤집어도 그럴 듯 하다. "하드웨어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아마 현존하는 하드웨어 회사 중에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회사일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 구글, 애플이 경쟁적으로 전후방 수직 통합, 다시 말해 하드웨어와 SW간 통합을 시도하는 것은 핵심 상품의 사용자 가치나 사용자 경험(UX)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크롬캐스트의 경우 유튜브는 물론 구글 플레이나 크롬 브라우저 같은 핵심 서비스들이 침투하기 힘든, TV 같은 기기들을 디스플레이화 시킴으로써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전술이 깔려 있다. 

이 같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노력을 등식으로 표현하면 '소프트웨어+하드웨어=하드웨어+소프트웨어=UX의 양적 확대'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하드웨어와 SW 통합은 단순히 UX를 수직으로 확장하는 것을 넘어, 예전에 없던 새로운 UX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기존 핵심 제품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지렛대로 삼는 것을 넘어, 새로운 UX를 창출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혁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즉, ‘새로운 UX 창출 =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구글 ‘글래스(Glass)’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하드웨어와 SW 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UX를 창출하기 위한 혁신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저작권에 관해 매우 엄격한 방송 분야에서 개인이 소장한 비디오 레코더 같은 기능을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에어리오(Aereo)’ 역시 새로운 UX 모델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혁신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조합식으로 풀이 한 것은 개념적인 내용을 도식화해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혁신을 일으키는건 쉽지 않다. 만만치 않은 중요한 기제들이 서로 연결되고, 성공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혁신을 위한 핵심 기제는 바로 통찰력과 실행력이다.

통찰력 없이 논리와 논리를 이어 구성한 새로운 개념은 논리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고객이 가치를 지불하지 않을 UX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핵심 고객 가치가 부족한 공급자 중심의 상품을 보면 대부분 통찰력없는 개념을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필자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최신 UX 사례로 엘론 머스크가 만든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를 꼽고 싶다. 테슬라는 페이팔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만든 회사로, 1회 충전 주행거리나 가격 경쟁력으로 휘발유 자동차들과 경쟁 하려고 한 다른 전기자동차 회사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테슬라는 배터리에 담긴 장점을 살려 5.6초의 제로백을 실현했다.17인치 모니터 센터페시아로 인터넷에 연결해 구글 지도로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온라인 뮤직과 비디오를 감상까지 지원했다. 멋진 디자인은 기본이었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새로운 전기자동차 UX를 창출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미래 시제의 ‘상상력 제품’이라면 테슬라는 현재 시제의 ‘통찰력 제품’인 것이다.

 

통찰력이 혁신적인 UX로 구현되려면 그에 걸맞는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창 닷컴 열풍이 불던 1900년대 후반에 필자가 수강했던 스탠퍼드대경영대학원 벤처비즈니스 경영자 과정에서 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책상 위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수북이 쌓여있다. 관건은 누가 실현해 내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실행력은 혁신적인 UX를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실행 방식에 대해 최근에 가장 뜨거웠던 논란은 아마 스티브 잡스식 방식일 것이다.잡스는 전통적인 경영학에서 강조하는 권한 위임과 자율적인 책임 그리고 정보 공유와 참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독선과 통제 그리고 철저한 비밀주의를 추구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 방식은 (일종의 예술성이 필요한) 차별화된 UX를 만들어 내는 분야에는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 스타일은 비유하자면 마스터(Master, 장인)이 제자들을 데리고 작품을 만드는 일종의 도제 방식이었다. 잡스는 괴팍하고 고집 센 마스터였던 것이다.

마스터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각 부분을 맡을 사람들을 직접 선정하고 그에 맞는 업무를 주고 지시하며 최종 품질을 끝까지 챙긴다. 잡스는 스스로를 마스터라고 자임했고, 충분한 능력도 있었기에 최고의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회사의 리더가 잡스 같은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혁신을 만들어 내는 최고 경영자의 덕목 중의 하나는‘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거기에 적합한 장인들을 알아 볼 수 있는 안목이다. 이것은 일과 사람에 대한 또 다른 통찰력이다.

그럼에도 성과를 내려면 ‘마스터’와 ‘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은 사람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마스터의 리더십과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은 최근의 제품관리(Product Management)와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가 지향하는 사상과 맞닿아 있다. 최고의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원리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특히 프로덕트 매니저는 목표로 하는 사용자 가치와 UX가 프로젝트 수행 중에 손실되지 않고 끝까지 달성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실력 면에서 업계에서 최고라는 애플의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사무실 책상 앞에 머물지 않고 본인이 기획한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수시로 중국 협력업체를 방문해서 반바지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많은 회사에서 상품기획 조직이 상품 사양을 정의하는 수준에 그치고 중요한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역할을 연구개발 조직에 전가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개발 조직 입장에서만 리스크가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유행하는 애자일(Agile)개발 방식도 2주에서 한달 사이에 주요 항목(feature) 개발은 물론 산출물 배포까지 모두 마칠 수 있도록 구현 범위를 나눔으로써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실행력을 높이려는 고민의 산물이다.

최근에 회자되는 린 개발(Lean Development)이란 개념은 고객에게 실제로 통할 지 알 수 없는 다양한 가정(假定)에서 출발한 신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린 개발은 핵심 가정이 유효한 지를 시장에서 빠르게 테스트함으로써, 기능 전체를 구현하는데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가설의 유효성과 시장성을 반복적으로 검증해 나가는 방식이다.

즉, 빨리 실패하면 (Fail Fast), 더 빨리 배울 수 있기 때문에(Learn Earlier) 실패 비용을 최소화해서 사용자 가치 가설을 증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핵심 사용자 가치를 개선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실행전략으로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관리가 있다. 프로젝트들을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정렬(Alignment) 시키고 Go/No-Go/Hold/Cancel 의사결정을 통해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요한 프로젝트에 보다 역량 있는 자원들을 배정하고 이슈가 생겼을 때 인원 재배치나 예산,일정 또는 스펙을 적시에 조정함으로써 기민하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사업 조직의 수장이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일은 바로 전략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들을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관리하는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관리이어야 한다. 사업부 기획 조직의 프로덕트 매니저들은 이를 도와서 상품화 실행을 책임져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지디넷코리아 칼럼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회사의 UX 창출 유형을 살펴 보고, 통찰력과 실행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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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연재를 통해 산업내 주요 플레이어들의 의미 있는 변화나 새로운 혁신적 시도가 갖는 영향 및 배경을 살펴보려고 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은 무엇인지, 변화에 담긴 주요 기업들의 의도와 목표는 무엇인지도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변화는 서비스,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가 서로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벌어질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유효성은 사용자가 얼마나 변화에 담긴 가치를 수용하고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의 크기에 좌우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성호 LG전자 SBC센터장

2012년 7월에 LG전자에 입사하여 본사 조직인 스마트비즈니스센터(SBC) 센터장 역임 중. SBC는LG전자 스마트기기의 사용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와 컨텐츠 및 컨버전스를 사업부와 공동기획하고 이에 수반하는 서버 side 플랫폼의 기획 및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2006년부터 2012년에 걸쳐 네이버 부사장으로 재직하였고 기획관리본부장, 검색본부장, 네이버서비스본부장 직을 수행하면서 서비스와 제휴를 총괄하였다. 1989년 국내 1호 소프트벤처로 유명했던 휴먼컴퓨터 창업멤버로서 국내 최초의 윈도용 전자출판소프트웨어인 문방사우와 워드프로세서인 글사랑을 직접 개발한 장본인이다. 현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겸임 교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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