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비용절감의 시대, 누가 메인파트너인가?

일반입력 :2010/06/23 03:41    수정: 2010/06/23 10:50

황치규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황치규 기자]많은 IT업체들이 비용 절감 솔루션을 얘기한다. 거물급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군소 업체들도 모두 비용 절감을 화두로 던진다. 마치 비용 절감을 말하지 않으면 마치 IT업체가 아닌 것 같은 분위기마저 풍긴다. 가히, 'IT 비용절감 전성시대'다.

비용 절감이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다소 진부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말이 저말같고 저말이 이말같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체는 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립서비스 아니냐?'는 까칠한 시선도 있다. 비용 절감으로 차별화를 꾀하기가 만만치 않은 이유다.

이런 가운데 휴렛패커드(HP)가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CI) 전략을 통해 비용 절감을 IT대권을 향한  승부수로 던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HP 테크포럼2010을 관통하는 메시지도 비용 절감이었다. 값은 싸면서도 효과는 좋은 IT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행사장 곳곳에서 HP 솔루션을 쓰면 '얼마를 절약할 수 있다'는 구호가 흘러 넘쳤다. 비용 절감 효과를 향한 HP의 행보는 점점 공격모드로 바뀌는 모양새다.

관전 포인트는 하나로 좁혀진다. HP판 비용 절감 전략이 기업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제공하겠느냐는 것이다. 시스코시스템즈, IBM, 오라클, EMC 등 내로라 하는 IT기업들이 모두 비용 절감을 노래하는 상황에서 HP가 뭔가 특별한 것을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HP는 표준화를 통해 대폭 적용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업계 표준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모듈화해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줄인다는 얘기다.

베타니 메이어 HP 엔터프라이즈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ESSN) 사업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가 제공하는 비용 절감 능력에 대해 "HP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며 가격 경쟁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버추얼 커넥트 솔루션도 예로 들었다. 서버와 함께 제공되는 버추얼 커넥트는 물리적인 스위치 필요성을 줄여줘 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서버와 네트워크 사이에 필요한 물리적인 포트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메이어 부사장은 "서버 랙 하나당 절감할 수 비용이 18만5천달러이고 모듈도 같은 비용으로 도입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선택을 주는 IT기업은 HP말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업체가 가급적 많은 솔루션을 제공하면 가격 경쟁력은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특정 업체 IT인프라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 살때는 싸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객은 공급 업체에 끌려다닐 수 있다. HP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놓고서도 이같은 우려가 일각에서 엿보인다.

이에 대해 메이어 부사장은 "모든 것을 HP 솔루션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필요할 경우 다른 업체 제품을 쓰더라도 경쟁력있는 비용 절감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모든 것을 HP 제품으로 쓰면 효과는 더욱 크겠지만 서버만 바꾸더라도 경쟁 업체에 비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른 회사 제품을 쓰는 것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게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이란 설명이다.

HP가 비용 절감을 얘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년전에도, 10년전에도 HP는 비용 절감을 노래했다. 이는 "지금 울려퍼지는 비용 절감에 과연 새로운게 있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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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답변은 HP 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사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도나텔리 부사장이 맡았다. 결론은 '새로운게 있다'였다. 도나텔리 부사장은 "비용 절감은 얼핏 상식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기술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도 받쳐줘야 하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말했다.

HP는 과연 비용 절감으로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을까? 결과는 두고봐야겠지만 HP는 일단 비용 절감으로 IT판을 뒤흔들겠다는 입장이다. 물건을 사주는 고객들이 어떻게 화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