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 NHN '게임판 삼국시대' 개막

일반입력 :2010/05/04 16:27    수정: 2010/05/04 17:35

봉성창 기자

최근 게임업계의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연이은 인수합병을 통해 넥슨, 엔씨소프트, NHN 등 빅3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지난 10년간 게임업계는 넥슨닷컴, 한게임, 피망, 넷마블 등 4대 게임포털에 엔씨소프트를 더한 메이저 5대 N사를 중심으로 중견 게임사들이 가세해 경합을 펼치던 군웅할거 시대를 겪었다. 그러나 일부 대형 게임사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마치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천하삼분지계 형국이 됐다.

각 게임사가 삼국지 속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게임은 천하를 호령하던 명장 정도로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넥슨의 가진 명장 라인업은 마치 조조가 통치하던 위나라를 연상케 한다.

넥슨은 지난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기존 인기작에 ‘던전앤파이터’가 가세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최근에는 ‘드래곤네스트’, ‘마비노기영웅전’ 두 젊은 장수가 선전하는 모양새다. 중국 대륙서 온 용병 ‘열혈삼국’도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지난 3년간 넥슨의 영토 확장 움직임은 가히 무서울 정도다. 지난 2008년 네오플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에는 ‘텐비’를 개발한 시메트릭스페이스와 휴먼웍스, 코퍼슨스를 넥슨 깃발 아래 뒀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탄탄한 개발력으로 코스닥 상장까지 바라보고 있는 엔도어즈 마저 집어 삼켰다. 이러한 넥슨을 두고 업계는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엔씨소프트는 유비가 다스리는 촉에 비유된다. 엔씨소프트는 흥행작의 절대적인 숫자만 보면 여전히 다른 게임사에 비해 다소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플레이엔씨라는 포털이 있지만 아직까지 모양새를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 엔씨소프트가 5대 N사에는 들어가지만 4대 포털을 가지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 MMORPG 3형제는 여전히 엔씨소프트를 국내 대표기업으로 불리게 하는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들 게임은 관우, 장비, 조운를 연상시키며 엔씨소프트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블레이드앤소울’과 그 밖의 흥행작이 나와준다면 그야말로 ‘오호대장군’ 진영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MMORPG 장르라면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엔씨소프트이기에 가능한 예상이다.

NHN은 삼국 중 마지막 국가인 오나라에 해당한다. 일찌감치 NHN은 웹보드 게임을 바탕으로 성장한 한게임과 게임 외 사업분야인 검색 포털 네이버로 인해 가장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한 업체다.

사실 지난 수년간 NHN은 웹보드 게임의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을 다변화하기 위해 ‘반지의제왕’, ‘몬스터헌터온라인’ 등 외산 대작을 야심차게 서비스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선보인 ‘C9’은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뒷심부족으로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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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NHN은 절치부심하고 ‘테라’, ‘워해머온라인’ 등 또 한번 기대작들을 대거 쏟아내며 특유의 대작 공세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개방적인 채널링 정책을 내세워 방대한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게임 라인업을 대폭 확장했다. 지난달에는 웹젠과 합병 절차를 완료하는 등 외형 불리기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이들 게임사는 서로를 무너트려야 하는 적대 관계라기보다는 단순히 경쟁관계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러한 인수 합병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빅3로 떠오른 이들 게임사들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