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하나에 광고만 20개'…포털 검색광고 도배

일반입력 :2010/04/13 15:19    수정: 2010/04/14 08:54

이설영 기자

국내 포털사업자들이 과도하게 수익창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작 본연의 '검색'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리는 듯하다.

이용자들이 검색결과에서 '광고'와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려 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는 사이에 이용자들은 점차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찾으러 온 건지, 정보를 찾으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국네 포털과 해외 포털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간단한 검색어만으로 명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코수술 비용'을 검색해봤다. 익숙한 화면들이 뜬다. 스폰서링크, 파워링크, 플러스링크, 비즈사이트까지 총 4개의 광고영역에 20개의 광고가 보인다. 그 아래로 지식인, 웹문서, 지도, 동영상, 뉴스 등의 콘텐츠가 검색됐지만 한참 스크롤을 내린 뒤다. 광고 영역 외 다른 영역에서 원하는 답을 찾은 것도 한참 뒤였다.

구글에서 같은 뜻의 'rhinoplasty cost'를 검색해봤다. 오른쪽에 검색광고가 같이 나왔지만 5개 뿐이다. 가장 상단에 검색된 사이트로 들어갔더니 '3천~8천 달러'라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야후나 빙에서도 같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가장 첫번째로 검색된 사이트는 구글과 같았다. 마찬가지로 광고는 2~5개에 불과했으며, 가장 상단에는 광고가 아닌 정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검색 한번에 광고만 20개…정보·광고 '주객전도'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의 모든 관문은 네이버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파란 등 5개 포털 중 검색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 업계를 독주하는 거대 사업자이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지난해 매출 총 1조3천574억원 중 검색광고는 51%, 디스플레이광고는 15%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의 매출이 광고에서 발생하는 만큼, 광고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의 날로 강조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용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수많은 광고들 때문에 정작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얘기도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털 사업자에게 '광고'가 버릴 수 없는 카드임은 분명하지만, 사실 네이버의 스폰서링크, 파워링크 등 검색광고 영역은 사용자가 보기엔 모두 똑같은 검색광고일 뿐이다면서 검색 한번 했을 뿐인데 20개의 광고를 봐야 한다는 것은 분명 소비자들로서 고역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워낙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종종 집중포화를 맞곤 하지만 사실 다음이나 네이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코수술 비용'으로 검색했을 때 다음의 경우 검색결과 페이지 상단에서부터 22개의 광고가 포진했으며, 네이트에도 총 15개의 광고가 표출됐다.

■네이버 '안으로' 구글 '밖으로'

전세계 기업 중 광고 매출이 가장 많은 업체가 바로 구글일 것이다. 미국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의 3분의 2, 전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구글은 그야말로 광고 하나로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구글의 지난해 매출 236억5천억 달러 가운데 광고매출의 비중은 97%에 달한다.

그렇다면 네이버와 구글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네이버와 구글이 주로 내세우는 광고 모델은 좀 차이가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광고가 주가 된다면 구글에서는 애드센스가 주다.

검색광고는 이용자들이 검색창에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검색어와 관련된 광고들을 나열해 보여주는 형태를 말한다. 네이버에서 '코수술 비용'을 검색했을 때 광고 영역에 '성형외과'가 검색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검색광고이다. '중고차'를 검색하면 '중고차 사이트'가 나오는 식이다.

검색광고는 네이버 같은 사이트를 플랫폼으로 삼는다. 플랫폼에 사람들이 몰릴수록 광고효과가 크고, 높은 광고료가 책정될 수 있다. 때문에 네이버, 다음, 네이트 같은 사이트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이트로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 '그 모든 서비스'를 다 자신들의 공간에 포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네이버 성장을 견인한 '지식인'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의 정보수집욕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한때는 '모르는게 있을 땐 무조건 지식인을 찾아보라'는 얘기가 있을 만큼 지식인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그러다가 지식인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불분명한 정보들이 속출하면서 점차 신뢰를 잃었다. 최근에는 '전문가 답변' 서비스들을 신설, 신뢰를 회복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구글이 내세우는 애드센스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광고형태다. 애드센스 광고는 구글이 아닌, 무수히 존재하는 일반 웹사이트에 게재된다. 검색광고가 네이버에게만 수익을 안겨줬다면, 애드센스 수익은 구글과 일반 웹사이트에 분배된다. 이에 따라 애드센스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이트로 확산됐고, 구글은 자신들 사이트로 오는 사용자들을 애드센스를 달고 있는 수많은 웹사이트로 안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터넷이란 공간에는 불분명한 정보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기 위해 포털사이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법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네이버와 구글의 방식 중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결국 이용자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

이런 가운데 최근 포털사이트들은 자신들의 서버에 들어있는 정보를 다시 재가공하고, 재배치해 이용자들에게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발표한 '시퀀스 검색'이나 네이트가 지난해 선보인 '시맨틱 검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퀀스 검색은 사용자가 입력한 최초 검색어를 최적화된 질의로 유도해 주는 검색질의최적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자동차'를 입력하면 왼쪽 메뉴에서 가격대, 차종, 연비, 연료, 출시연도, 제조사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를 하나 하나 따라가다 보면 원했던 검색어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영화 및 자동차에 대해 제공 중이며, NHN은 순차적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네이트 시맨틱 검색은 사용자의 검색의도를 파악한 후 그에 적합한 문서를 주제별로 분류해 보여주는 검색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를 검색하면 원인, 좋은제품, 증상, 예방법, 치료법, 통계, 유래 등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검색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네이트를 운영 중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올해 안에 전체 통합검색을 시맨틱 검색으로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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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경우에는 기존의 데이터들을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재가공해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기 쉽도록 재가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자산 및 관련 데이터를 웹페이지에 끼워넣어 양방향 차트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구글랩스 작품인 이 프로젝트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데에 유용하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인터넷이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드는 데 치중하고, 그 다음에는 그 정보DB를 누가 더 많이 가지는 가에 집중해왔다면, 최근에는 쏟아지는 정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자들한테 전달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다며 이용자들도 더 이상은 쏟아지는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