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①2009 통신시장, 무선인터넷으로 날개 달다

2009년 IT시장 결산, 이것이 '터닝 포인트'

일반입력 :2009/12/17 10:38    수정: 2009/12/22 17:02

김효정 기자

2009년의 시작은 통신산업은 물론 전체 IT산업에 있어서도 결코 호락호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유무선 통신 서비스 가입자는 이미 포화단계에 도달했고, 환율위기와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국내 통신시장 역시 힘겨운 한 해가 예고됐었다. 이러한 시기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명쾌한 차세대 수익모델의 창출이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통신업계는 ‘융합’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해답을 도출해 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해답은 ‘무선인터넷’이었다.

국내 통신시장 규모는 연간 36조원 수준.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의 유무선 통신서비스는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고 있어 국가기간산업이라고 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동전화 가입자는 1인당 1대를 넘는 101%의 보급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융합 추세에 따른 방송, 콘텐츠, 통신장비 등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 측면에서 통신산업은 국내 IT산업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통신업계의 2009년 최대 이슈는 유무선 융합의 산출물인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 결합서비스였다. 통신사는 유무선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 KT와 KTF가 경쟁사의 강력한 반발을 뿌리치고 합병에 성공했고,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LG 통신3사도 하반기에 합병을 결의, 내년 1월부터 통합 LG텔레콤으로 출범하게 된다. SK텔레콤 또한 유선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유무선 융합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계열사의 유선사업을 밀어주는 등 견고한 사업기반을 마련 중이다.

그렇지만 결합상품의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IPTV서비스가 상용화 1년 만에 200만 가입자를 돌파했지만 수익성은 저조했고, 인터넷전화가 600만 가입자를 달성했지만 기존 유선전화(PSTN) 시장을 대체하는 정도였다. 결합상품은 소모적인 가격 경쟁을 통한 가입자 뺏기의 연장선상에서 매출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소극적인 영업을 벗어나지 못했다.

■무선인터넷, 내년 유선인터넷 매출 초월

시행착오 끝에 통신업계는 무선인터넷이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임을 인지하고, 하반기 들어 전력을 집중했다. 음성통화 매출의 정체를 무선인터넷이 상당 부분 보완하면서 매출 4조원을 훌쩍 넘는 시장으로 발전했다. 최근 3년간 무선인터넷 시장은 매년 15% 수준으로 급성장해 내년에는 유선인터넷 매출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무선 결합서비스로 IPTV, PC, 휴대단말기 등 소비자 접속 채널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결국 모바일 환경이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임을 인정 받은 것이다. 통신사의 주수익원인 이동통신 부문에서 무선데이터 매출만이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사례다. 특히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이폰 국내 출시는 무선인터넷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출시 2주 만에 10만 가입자를 돌파했고, 그 파장은 경쟁사 및 휴대폰 제조사의 스마트폰 전략 강화의 모멘텀이 됐다.

아직 통신사 무선통신 부문 전체 매출에서 무선데이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정도에 불과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 증가에 따라 무선데이터 매출이 현 2.8조원에서 최대 1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신산업 터닝 포인트 ‘모바일 생태계 구축’

이에 따라 국내 통신사들은 무선데이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형 앱스토어 모델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자사의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인 ‘T스토어’를 지난 9월 오픈했고, 최근 7만명 이상의 T옴니아2 가입자를 확보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KT는지난 11월말 아이폰 국내 출시를 성사시키면서 국내 무선인터넷 시대의 개화를 앞당기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와이브로 기능을 탑재한 쇼옴니아폰 및 ‘쇼앱스토어’ 오픈을 통해 무선데이터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KT는 내년 무선통신 부문 매출 중 무선데이터 매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텔레콤 역시 누적가입자 100만을 돌파한 자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오즈’와 오즈옴니아폰 출시 등으로 무선인터넷 삼국지 시대에 뛰어들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통신사간 무선망 개방,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 데이터통화료 절감, 양질의 콘텐츠 확보, 무선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인한 네트워크 투자 이슈 등 초기시장에서 많은 과제들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2009년 한 해를 통해 통신시장을 붐업시킨 가장 확실한 터닝 포인트로 무선인터넷의 태동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정부도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013년까지 무선인터넷 정액가입자 비율을 현재 10%에서 40%까지 확대하고, 1조원 규모의 무선인터넷 콘텐츠 시장을 3조원으로 키운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무선데이터 요금인하, 스마트폰 보급 확산, 망개방 제도개선, 콘텐츠 시장 활성화 등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통신업계의 무선인터넷 활성화 전략은 결국 스마트폰 등 휴대폰 제조사의 매출 증대는 물론, 통신사의 차세대망 투자를 이끌어 냄으로써 통신장비 업체와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한국형 앱스토어와 스마트폰을 통해 관련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사 및 개인 개발자들에게도 성장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통신사에게 다양한 부가서비스 창출과 기업시장 진출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을 제시해 주고 있어, 내년 통신시장 성장추이를 가늠해 보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람]통신업계 라이벌, 경쟁 통해 무선인터넷 활성화 주도

- KT 이경수 전무, SK텔레콤 이수혁 상무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의 주역은 한두 명이 아니다. 정책적으로 지원해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의 노고가 많았고, 학계에서도 해외사례 분석과 이론적 뒷받침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준 통신사업자들의 노력이 가장 빛이 난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단말기-앱스토어-무선통신 서비스’라는 모바일 생태계 구축으로 국내 통신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 선 이경수 KT 컨버전스와이브로사업본부장(전무)과 이수혁 SK텔레콤 NI사업본부장(상무)의 활동이 국내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초석을 닦았다. 이들은 이동통신 시장의 전통적인 라이벌 입장에서 각각 KT ‘쇼앱스토어’와 SK텔레콤 ‘T스토어’라는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 사업을 추진해, 경쟁을 통한 초기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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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전무는 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에 적극 나섰다. 매출의 감소라는 사업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해 힘껏 추진했고, 이후 와이브로, 와이파이, WCDMA 기능을 탑재한 세계최초의 3W폰 ‘쇼옴니아’를 개발에도 직접 나섰다. 현재는 아이폰과 쇼옴니아 등 KT의 차세대 전략단말기에 대한 전략을 함께 조율하면서 내년 무선데이터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수혁 상무 역시 국내 최초로 한국형 앱스토어를 오픈한 공로를 인정 받을 만 하다. 다들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모델을 내세워 통신사 주도적인 한국형 앱스토어의 실패를 우려했지만, 지난 9월초 T스토어 오픈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입자 20만 돌파, 누적 다운로드 1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국내 모바일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