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 익스프레스 여성 비율 초기보다 늘어나"

일반입력 :2009/11/20 11:55    수정: 2009/11/20 18:57

봉성창 기자

온라인게임에서 혁신과 흥행은 별개의 문제다. 게임이 혁신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흥행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혁신적인 게임은 흥행 측면에서 많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러울 만큼 혁신을 부르짖는 이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이희영 실장이다.

지난 8월 11일 공개시범서비스를 실시한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사실 기대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흥행에 실패했다는 표현은 조금 가혹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이 가운데 이 실장은 구원투수 격으로 지난달 ‘허스키 익스프레스’ 팀에 새롭게 합류했다. 시즌2 리뉴얼을 통해 ‘허스키 익스프레스’를 흥행시키라는 중임을 맡았다.

그럼에도 이 실장은 리뉴얼 과정에서 여전히 ‘혁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혁신적인 측면에 보다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돈키호테’ 이 실장을 만나 그 속내를 들어봤다.

■“개항해시대?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개발자들에게 리뉴얼은 곧 야근을 의미한다. 인터뷰에 나선 이희영 실장 역시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가득하다. 그래서 관심을 끌기 위해 꺼낸 첫 마디가 바로 ‘개항해시대’다.

“개항해시대라는 평가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명작게임과 비교해주니 감사할 따름이죠. 다만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교역만 하는 게임은 아니고 개와 교감을 이룬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다른 테마가 되니까 차별화됐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허스키 익스프레스’에 개와 교감을 이룰만한 시스템은 거의 구현돼 있지 않다. ‘개항해시대’가 아니라 ‘닌텐독스’로 보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빈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실장도 동의했다.

“물론 개와의 교감 시스템은 차츰 업데이트 해 나갈 생각입니다. 결국 그 고민은 이번 리뉴얼의 이유이기도 한 밸런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역이나 수집에 중점을 맞추느냐 개와의 교감에 중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게임 이용자층이 갈리거든요.”

이 실장은 꽤나 솔직하게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현 상황에 대해서 털어놨다.

“현재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이용자를 분석해 보면 초기보다 여성 비율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여성 이용자들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실은 남성 이용자들이 빠져나가서죠.”

이 실장은 개와의 교감을 앞세운 감성적인 접근과 교역 및 수집을 중심으로 하드코어한 이용자들을 모두 잡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데브캣 스튜디오의 자존심이 걸린 게임의 완성도도 허스키만의 색깔도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통 온라인게임에서 리뉴얼이 이뤄지면 여러 가지 콘텐츠가 추가된다. 그러나 이희영 실장은 이번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리뉴얼은 추가보다는 ‘조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게임을 플레이한 이용자들에게 최대한 손해가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아주 손해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이해가 가능한 수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용화 일정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이희영 실장은 단호하게 올해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깐깐한 그의 성품만큼이나 아직은 게임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 플랫폼 한계 넘어 대등한 경쟁 원해

보통 온라인게임은 콘솔 게임에 비해 한 수 아래라고 한다. 수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좋은 핑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희영 실장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발매된 ‘언차티드2’, ‘보더랜드’, ‘콜오브듀티:모던워페어2’와 같은 대작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이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게임은 원래 그렇다는 자조어린 발언이 많았죠.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온라인게임도 콘솔게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쟁해야 합니다.”

그러한 이 실장의 고집은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정문에는 “평균 9.0 이상 받는 게임을 만들자”라는 종이 문구가 붙어있다. 보통 게임에 평점을 매기는 것은 해외 게임 매체들에서 많이 하는 방식이다. 국내서는 온라인게임에 평점을 매기지 않는다. 완성된 시점을 잡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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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상징적인 점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평점은 전문가들이 매기잖아요. 이들은 흥행성 보다는 게임 그 자체를 보죠. 평생 소장하고 싶은 게임, 두고두고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그동안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신선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이러한 장인정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데브캣 스튜디오의 게임이라면 왠지 모를 기대감과 흥분이 생기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