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010번호변경안내'는?

이통사별 서비스 제각각, '소비자 피해'도 발생

일반입력 :2009/02/20 10:15    수정: 2009/02/20 16:11

김효정 기자

경기도 일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방우석씨는 최근 무료 휴대폰으로 바꾸면서 기존 이통사의 01X번호를 해지하고 새 이통사에 신규 가입으로 010번호를 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바뀐 번호를 자동으로 알릴 방법이 없어 수백명이 넘는 고객과 지인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야 했다. 이통사로부터 번호변경안내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민 10명중 9명 이상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개인의 휴대폰 번호는 마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제2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기존의 번호를 버리고 010 번호로 옮겨가길 꺼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동전화 기술이 3G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011 프리미엄' 같은 이통사별 고유 식별번호를 통합해 경쟁 차별성을 없애고, 8자리 번호로 1억개의 번호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향후 모든 번호를 010으로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휴대폰 신규 개통이나 이통사 간 번호이동 혹은 2G에서 3G로 마이그레이션할 경우, 010으로만 개통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방통위의 권고에 따라 이통사들은 통상 1년간 번호변경안내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방우석씨의 사례처럼 모두가 무료 번호이동안내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번호이동안내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복잡하다.

■신규 가입, 이통사별 서비스 제공 ‘제각각’

우선 1년간의 무료 번호이동안내 서비스는 이통사간 번호이동을 하거나 3G 기기변경 시에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에 가입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지하고 신규 가입할 경우는 자동연결만 될 뿐, 안내멘트나 문자메시지(SMS)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즉 전화를 건 사람은 방우석씨의 바뀐 번호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번호이동이나 3G 기변이 아닌 신규가입의 경우, 대체로 단말기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아 무료나 싼 가격으로 휴대폰을 받기 때문에 이통사들은 조건부로 번호변경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1개월에 3,000원씩 이용료를 받거나(SK텔레콤) 1개월 한시적 무료(KTF) 등 이통사업자 간 이동 경로에 따라 제각각 이다. 단 LG텔레콤 신규 가입자는 대부분 1년간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무료 제공이 아니라는 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 사용자는 010 번호를 활성화하겠다면서도, 이통사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있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 정부 정책과 이통사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의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010 번호이동에 대해서는 1년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신규 가입자는 단말기 보조금이 지급되는 등 혜택이 많기 때문에 이통사로서는 설비 이용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자체 이용불가, ‘소비자 피해’도 발생

특히 방우석씨의 사례처럼 번호변경안내 서비스를 아예 받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 피해라고 할 수 있다. 방우석씨는 KTF의 016을 사용하다 번호는 그대로 두고 이통사를 LG텔레콤으로 바꿨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를 해지하고 SK텔레콤에 신규 가입했다.

이는 이통시장에서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치 않은 사례도 아니다. 지난 1월 한달에만 이통3사의 010 신규 가입 실적은 총 93만여명, 번호이동은 35만여명에 달한다. 매월 120만명 이상이 번호이동과 신규가입을 하고 있어 위와 같은 사례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번호변경안내 서비스가 이통사별로 제각각이라서 판매하는 사람들도 잘 모를 때가 있다. 특히 이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 적지 않아 대리점에서 개별적으로 대납을 해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우석씨가 번호변경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단,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럼 방우석씨가 필요한 서비스는 누가 제공해 주는 것이 맞을까? 최종 해지 사업자인 LG텔레콤인가, 현재 가입돼 있는 SK텔레콤이 해줘야 할까? 아니면 기존 번호 자원을 가지고 있는 KTF가 해주는 것이 맞는가?

정답은 두 개이다. 방우석씨가 KTF에서 LG텔레콤으로 옮겼던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면 현재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반면 LG텔레콤 가입기간이 6개월 이상이라면 KTF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유료이다.

이는 이통사가 6개월이라는 개인정보 보유기한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통사는 자사의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의 정보를 6개월이 지나면 폐지해야 한다. 따라서 6개월 미만이라면 사업자가 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넘겨 받아서 SK텔레콤이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지만, 6개월이 지난 방우석씨는 016번호 자원을 보유한 KTF에 신용인증 발급을 요청해 기존 번호의 사용이력을 확인하고 KTF를 통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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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본사 담당자들조차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해, 사용자는 실질적으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록 소수가 겪는 불편이지만, 이동전화 가입자 4,600만 시대에 육박하는 국내 이통사의 서비스 수준이 사용자 위주로 좀더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