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번호, '01X→010' 강제통합 없다

일반입력 :2008/11/04 14:54    수정: 2009/01/04 22:28

김효정 기자

"꼭 010번호를 사용해야 하나요?" 최근 이동전화 식별번호의 010통합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67.7%가 010번호를 사용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의 80%를 넘어서면 이동전화의 010통합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이 같은 발표는 실질적으로 '강제통합'의 의미가 담겨있어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네티즌들이 네이버 등에 '통합반대운동본부'를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이 시작됐고, 소비자단체에서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개인이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행정적, 산업적 요인으로 반강제적으로 바꾸기 싫다는 이유에서이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전응휘 정책위원은 "2G에서 3G로 전환 시 번호이동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010통합 정책을 정당화했던 특정 사업자의 시장지배력도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경쟁 환경 조성 의도 무색, SKT 여전히 시장지배적 사업자

애당초 010통합은 SK텔레콤의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4년 마련된 정책이다. 황금주파수 800MHz 대역을 독점함으로써 품질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SKT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는 불공정 환경을 개선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내건 010통합 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도 SKT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SKT는 국내 이동통신 초기 시장부터 '통화품질'을 브랜드화 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T링'이라는 식별음을 첨가해 010에서도 SKT임을 알리고 있어 010통합 정책의 의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얼마 전 SKT는 번호이동제에 있어 소비자가 쉽게 통신사를 옮기는 것에 제한을 두자는 개선 방안까지 방통위에 요구했다. 소비자들이 무분별한 번호이동으로 휴대폰을 되파는 부작용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KTF와 LG텔레콤은 "SKT의 요구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기존 가입자 이탈을 막으려는 것으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하려는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즉 번호이동제를 도입하고 향후 010번호로 통합하겠다는 정책은 본연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있는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강제적인 010통합의 명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3G 가입땐 '010', 기존 01X 사용자는 바꿀 필요 없어

그러나 반드시 수년 내에 모든 이용자들이 010번호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2G에서 3G로 옮길 경우 혹은 3G 신규 가입할 때만 010번호가 부여된다.

아쉽지만 이미 정책이 시행돼 2G와 3G 전반에 걸쳐 가입자의 67.7%가 010번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을 변경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기존 01X를 식별번호로 사용하고 있는 2G 이용자들은 010통합 정책이 실행된다 해서 이를 010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010번호 가입자는 67.7%에 달하지만, 3G 가입자는 1,500만명 수준으로 30% 안팎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2G 가입자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단 01X 이용자가 단말기를 바꿔야 할 때,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의 2G 전용 휴대폰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대신 휴대폰을 판매하는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정부 정책으로 모든 번호가 010으로 바뀔 것이라는 협박(?)에 더 이상 시달릴 필요는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모든 정책은 소비자 권익을 기반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3G 가입 시 반드시 010 번호를 부여 받아야 하지만 기존 2G 가입자의 01X를 강제적으로 010으로 통합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