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급 아니면 'MVNO 어려워'

일반입력 :2009/01/15 09:45    수정: 2009/01/15 10:29

이장혁 기자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약 4,350만명을 넘어서며 이동전화 시장이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동전화 요금을 인하하기 위해 정부는 MVNO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MVNO란 가상이동망사업자(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MVNO)를 말하며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업자가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망사업자(Mobile Network Operator: MNO)의 망을 통해 독자적인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MVNO는 '당장 힘들어'

그러나 국내 MVNO 사업자가 나오기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 우선 MVNO 사업자는 도매대가를 사전 규제하는 이동통신 재판매 입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MVNO 재판매 시장 초기 도입단계에서는 정부의 도매대가 사전규제를 통해 후발사업자 육성 및 보호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이는 협상력이 부족한 신규 MVNO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사업자인 이동통신 사업자와 협상시 적정한 도매대가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MVNO 사업자는 사후규제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적 측면을 논외로 하고서도 다양한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도매대가 사전 규제와 관련한 법적 상황이 좋게 풀리더라도 제대로 된 MVNO 사업에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는 구축은 물론 단말 소싱에도 많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MVNO 서비스를 위한 투자비용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져 경제 불황 시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MVNO가 성공하려면 유통·판매 비용이 절감되어야 하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가입자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규제 환경도 MVNO 사업자에게 우호적이어야 한다.

유통·판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기존 유통망 및 망 임대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기존 유선망을 활용해야 한다. 온라인 유통망도 구축·활용해야함은 물론이다. 가입자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QPS 등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저렴한 요금제 도입은 기본이다.

MNO와의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춘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 또한 도매대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 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MVNO 관계자는 “도매대가를 사업자 자율에 맡긴 다는 것은 후발 사업자들에게 상당히 불리하기 때문에 MVNO 사업 참여 의지와 투자 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당장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MVNO '구글·애플·노키아 정도 아니면 힘들어'

한편 최근 일본에서도 MVNO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은 이동통신 사업자 중 KDDI(AU)만이 자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MVNO를 중심으로 망 제공을 하고 있다. 도매제공 의무는 없지만 정부 지침을 통해 MVNO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사업자간 자율적 협상에 의해 MVNO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도쿄에서 개최된 '오픈 플랫폼의 진전으로 기대되는 모바일·브로드밴드 비즈니스의 장래 전망'이라는 공개토론회에서 케이오기쥬쿠대학 나쯔노 타케시 교수는망 임대를 통해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가 주목은 받고 있지만 잘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단말과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단말의 재고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작은 규모로 서비스가 된다면 단말 개발도 상대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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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쯔노 타케시 교수는 서비스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고객을 잡을 수 없다며 MVNO의 특화된 단말과 네트워크가 상승효과를 내지 않으면 고객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소프트뱅크모바일의 테드 마츠모토씨도 구글이나 애플, 노키아 정도의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이 아니라면 MVNO 사업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며 MVNO 사업자가 특화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사업자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MVNO가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기존 사업자가 고객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MVNO가 기존 사업자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