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일으키는 망막 질환, 진행 늦추는 맞춤 치료법 나왔다

KIST 등 공동연구팀, 망막 염증 정도 맞춰 약물 전달 속도 조절

헬스케어입력 :2024/01/21 12:04    수정: 2024/01/21 21:01

시력 상실을 일으키는 안과 질환의 진행을 늦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치료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망막 내 염증 환경을 억제하는 새로운 약물을 제안하고, 염증 부위에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노인성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은 안구 뒤편의 신경 조직인 망막에서 빛을 생체 신호로 변환하는 광수용체 세포가 점차 손상돼 실명을 초래하는 안과 질환이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망막 중앙 부분인 황반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질환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실명 원인 1위로 꼽힌다. 망막색소변성은 망막 주변에서 광감각 세포의 변화가 일어나는 유전 질환으로, 4천명 중 1명 꼴로 발병한다. 초기엔 야맹증으로 시작되나 나중엔 시력을 잃게 된다.

현재 두 질환 모두 완치는 불가능하며, 항염증제를 안구 내에 주사해 망막 손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약물 주사 방식은 약제가 안구 안에 머무르는 동안에만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4-12주 간격으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망막 퇴행을 억제하기 위한 염증 반응성 약물 개념도 (자료=KIST)

KIST 뇌과학연구소 임매순 박사와 경희대 오승자 교수, 서울대 이강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염증 인자인 EZH2를 억제하는 물질을 항염증제로 최초로 활용했다. EZH2는 광수용체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해 망막 변성을 가속화하는데, 망막 변성을 앓는 쥐에 항염증제를 주입하자 망막 변성의 진행 속도가 느려짐을 확인했다. 

이에 더해 염증 환경에서 과발현되는 효소인 카텝신(cathepsin) 인자와 만나면 서서히 분해되는 성질을 가진 하이드로젤에 항염증 약물을 실어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한 항염증 약물 전달 하이드로젤을 망막 변성을 앓는 쥐의 안구에 주입하자 망막 내 염증 인자가 6.1% 수준으로 줄었다. 또 망막 변성에 의해 파괴되는 것으로 알려진 광수용체 세포의 보호 효과가 대조군에 비해 약 4배 높았다. 시력 손실을 효과적으로 지연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안구의 유리체 성분과 유사한 히알루론산 기반의 하이드로젤은 환자 개개인의 망막 염증 정도에 따라 약물이 분해되는 양을 다르게 조절할 수 있어 반복적 주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시력 저하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통원하며 생길 수 있는 경제적 부담과 안전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증상 초기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횟수를 줄여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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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임매순 박사는 "상용화를 위해 향후 질병 진행 정도에 따라 사용될 약물과 하이드로젤의 양, 치료 주기 등을 데이터화하고 약물 전달 시스템의 장기간 안정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오승자 교수는 "향후 망막 변성 질환 이외의 다양한 안과 질환에서 염증을 포함한 여러 인자의 변화를 조사해 새롭게 개발한 반응성 약물 전달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신진중견연계연구,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 뇌기능규명조절기술개발사업, 보건복지부 공익적의료기술연구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학술지 npj 리제네러티브 메디신(npj Regenerative Medicine)에 실렸다. 논문 제목은 Effective Protection of Photoreceptors Using an Inflammation-Responsive Hydrogel to Attenuate Outer Retinal Degeneration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