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산업 활성화 새 청사진 마련···시장 창출에도 온 힘"

[디지털 리더 인터뷰] 강성주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부회장

인터뷰입력 :2021/09/10 08:57    수정: 2021/09/10 13:24

"회원사들에게 시장을 만들어주는데 주력하겠습니다. "

강성주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부회장은 9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IoT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 청사진을 만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04년 7월 한국RFID/USN협회로 출범한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는 사물인터넷(IoT) 관련 산업 활성화와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회원사는 120여곳이다. IoT 기업을 지원하는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표준화, 시범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회장사는 SK텔레콤이다. 관료 출신인 강 부회장은 지난 5월말 부임했다. 행정고시 30회로 정보통신부 기획총괄과장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정책과장,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우정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아래는 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강성주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부회장. 올 5월말 부회장에 부임했다.

-부임한지 100일 쯤 됐다. 그동안의 소회는?

"가산, 판교, 테헤란 등 지난 100일간 여러 기업 현장을 다니며 애로를 들었다. 기업 뿐 아니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 여러 유관기관도 방문했다. 남부터미털에 있는 IoT 회사가 인상적이였다. 판(시장)을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가산단지에 있는 IoT 플랫폼 회사도 기억에 남는다. 이 회사가 없으면 대기업 공장이 안돌아 갈만큼 인정받는 회사다. 그런데 그 회사 대표가 밖에 나가면 "IoT 플랫폼이 뭐냐?" "무엇을 하는 회사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IoT가 그 중요성에 비해 덜 알려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더라. 지난 100일간 현장을 찾아 다니며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찾았다. 앞으로 해답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나가겠다. 특히 기업과 함께 시장을 만드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어떤 시장을 만들어갈 생각인가?

"최근 몇군데 전략 분야를 선정했다. 예컨대 물류, 국방, 헬스, 교육 등이다. 학교 교육 현장에도 IoT가 큰 역할을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양방향(인터랙티브) 교육을 하려면 IoT가 필요하다. 이미 물류는 국토부랑 협력해 그룹을 하나 만들었다. 정통부 시절 잘 한 일이 정보화를 통해 수요(시장)를 많이 만들어 줬다는 거다. 이 덕분에 당시 플레이어들(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레퍼런스를 쌓아 산업경쟁력을 높였다. 우리 협회도 이런 일을 하려 한다."

-IoT 국내외 시장 규모는 얼마인가? 기술경쟁력도 궁금하다

"지난해 기준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약 13조4637억원이다. 이 수치는 업체들 매출을 합한 거다. 국내 사업체 수는 2502곳이다. 이 중 서비스 분야가 51%(1278개사)로 가장 많다. 종사자 수를 보면 10인 이상~49인이 1159곳(46.3%)이다. 매년 산업실태를 조사하는데 올해 현황은 연말에 나온다. IoT는 크게 센서(디바이스), 플랫폼, 서비스, 보안으로 나눈다. 기술 경쟁력은 이들 분야가 각기 다르다. 센서와 플랫폼이 제일 약하다. 우리가 세계 톱 수준인 것도 있다. IoT 안전이다. IoT 안전은 우리가 미국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기술경쟁력을 높이려면 연구개발(R&D)을 많이 해야 한다. IoT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언제 완성되나

"기존 청사진은 2014년쯤 만들었다. 급변하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반영하기엔 무리가 있다. 두달전부터  산학연 전문가들과 새로운 IoT 산업 활성화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연말쯤 무언가 나올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창구가 IoT다. AI시대를 맞아 데이터, 데이터 하지만 IoT를 빼놓고 데이터 경쟁력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대학 졸업(87년)하고 바로 사무관(5급) 생활을 했다. 사무관 생활이 꽤 빨랐다...

"1987년 2월 졸업하고 5월에 과천교육원에 입소했다. 대학 3학년때 행시 1차, 4학년때 2차가 붙었다. 행시 30회인데 당시 동기가 100명 정도됐다. 복지부 동기와 함께 내가 최연소였다."

-많은 부처 중 체신부(지금의 과기정통부)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공무원 교육을 받을때 각 부처 실장급이 와서 각 부처를 소개한다. 당시만해도 아날로그 시대다. 큰 종이로 된 부처 소개를 막대기로 넘기며 설명하던 시절이다. 당시 체신부 소개는 차관이던 오명 전 부총리가 했다. 오 전 부총리 말을 들으며 시쳇말로 뿅갔다. 엘빈 토플러 운운하며 제 3의 물결을 들어봤냐?며 말하는데 "아, 저게뭐야?"하며 홀린 듯 들었다. 체신부에서 내가 맡은 첫 업무가 KT 민영화다. 1년간 이 업무를 하다 88년에 올림픽조직위에 차출돼 잠깐 있다 89년에 군대 갔다. 첫 업무가 통신이였지만 나는 통신보다 주로 정보(컴퓨팅)쪽 업무를 많이 했다."

강성주 부회장. 등산과 테니스를 좋아한다.

-국산 중대형 서버(주전산기, 일명 타이컴) 개발을 맡았었는데...

"총괄 계장은 따로 있고 당시 나는 부사수였다. 타이컴은 1987년 4월 개발 계획이 확정됐고, 연간 100대 정도가 판매됐다. 1993년에는 240여대가 판매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통신 등 국내 대기업들이 다 생산에 참여했다. 타이컴은 세 번째 기종까지 상용화를 완료했지만 민간 보급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중단됐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타이컴 프로젝트에서 얻을 교훈은 뭐가 있을까? 제2의 타이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타이컴 덕분에 중대형 서버 아키텍처를 우리 손으로 개발했다. 세계에서 서너번째 쯤 된다. 100개 이상 대학에 우리가 개발한 아키텍처를 나눠줬다. 타이컴은 하드웨어 기술 확보나 인력 양성 측면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소프트웨어(SW)를 많이 하는데 하드웨도 필요하다.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칩을 인텔, 퀄컴,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없다는게 아쉽다. 이전 타이컴 같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IoT에도 프로세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드웨어쪽 칩셋 핵심 부품은 우리가 했으면 한다."

-행안부 국장(09~11년)으로도 2년여간 일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당시 정통부에 있던 정보화기획실 50여명이 행안부로 갔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과 재난 안전망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재난안전망은 당시에도 통신 방식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OECD에 가 정부개혁을 위해 애썼던 기억도 남는다"

-우정사업본부장(17~19년) 시절은 어땟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임명장 받는날부터 그랬다. 유영민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받는 날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임명장 받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집배원 사망 사고가 일어나 장례식장에서 계란을 맞기도 했다. 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전국을 오토바이 타고 다녔다. 그래서 본부장실도 없앴다.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보급 하고 나온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집배원이 2만명정도 되는데 이들을 위한 초소형 전기차 1만대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디지털 경쟁력이 세계 8위라는 조사가 발표됐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 정도다. 우리나라 과제는 소득 4만달러와 5만달러 달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G7, G5 국가 진입이다. 이런 미래를 달성하는데 디지털과 ICT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작년에 우정사업 본부장을 그만두고 중국 칭화대 갔을때도 이게 내 화두였다. 지금도 자나깨나 늘 고민하고 있다. 현재까지 내 생각은 '메타 코리아'로 가자는 거다. 쉽게 말하면 세계 최강 디지털 국가를 만들자는 거다. 이와 관련한 책을 쓰고 있다. 혼자 쓰다 보니 진도가 더디다. 가능하면 올해중 발간하려 한다. 나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뭐든 작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정부 거버넌스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디지털혁신부 같은 단독(독임) 부처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강성주 부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디지털 강국 코리아를 달성하기 위한 책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학을 전공한 행시 공무원 출신이지만 코딩도 할 줄 안다고 들었다. 어떻게 코딩을 하게 됐나? 영어 강의와 토론도 가능하다던데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석사를,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했다. 시라큐스대에서 공공행정과 함께 MIS도 복수(듀얼) 전공으로 함께 공부했다. 전공이다보니 시라큐스대 다닐때 프로그램을 직접 짰다. 공조시스템 운영에 관한 거였다. C++을 공부했다. 타이컴 프로젝트를 하면서 SW를,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하게 느꼈다. 펜실베니아주립대 박사 과정때는 강의 조교를 하며 장학금을 받았다. 그래서 영어로 강의와 토론도 가능하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최근 처음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무박으로 올랐다. 등산과 테니스를 좋아한다. 정통클럽(정통부테니스클럽)회장을 3년간 했다. 내가 회장할때 정통부가 부처 대항 테니스 대회에서 한번 우승하고 두번 준우승했다. 나는 개인전서 2위했다. 파리 OECD에서 근무할때는 외교관 테니스 대회에 나가 개인 단식에서 우승했다."

-아이오프닝(eye opening)한 책이나 영화가 있나? 롤모델은?

"책은 두 권을 꼽고 싶다. 한 권은 '잡스'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이다. 한글본과 영어본 두 권 다 읽었고 영화도 봤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잡스의 인간적인 면과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또 다른 책은 대학교때 읽었다. 대학교때 4년간 과 대표를 했는데, 친구들이 읽어보라고 해 읽었다. 존경하는 사람은 오명 전 총리다. 그 분은 육사를 나왔지만 군인이라기보다 과학자다. 진대제 전 장관도 좋아한다. 진 전 장관은 당시 파워포인트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였다. 무슨 보고서를 받든 늘 한페이지로 받았다. 전문성과 열정, 업무 추진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한림대 총장으로 간 최양희 전 장관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