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소송 이제는 합의戰…LG, 유리한 고지 올랐다

LG "영업비밀 침해 사실 인정해야"…美 대통령 '거부권' 바라는 SK

디지털경제입력 :2021/02/11 15:07    수정: 2021/02/12 10:40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곧 협상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SK 측이 소송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야 원만한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영업비밀 침해 사실에 대해 실질적인 판단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남은 절차를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G 측이 합리적인 조건의 합의금을 제시한다면 언제든 합의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LG 트윈타워

LG에너지 "ITC 소송, 배터리 지식재산권 원칙 보여줘"

LG에너지솔루션은 11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결정 이후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최종결정이 나왔으니 곧 협상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대방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안을 제시한다면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앞서 이날 오전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해 미국 생산과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고 이 점이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지난해 내린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2017년부터 전 사업부문에서 76명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유출됐고, 이들의 입사지원 서류에 배터리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 주요 영업비밀이 담겼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LG에너지솔루션이 근거없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양사는 국내 법원에 소 취하·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배터리 공방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ITC의 이번 최종결정은 성장 산업인 배터리에서 지식재산권 중요성과 영업비밀이 보호돼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이제 합리적으로 협상을 이어가 손해배상 문제를 마무리 짓고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해야하는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양사는 배상과 관련한 협상을 여러차례 진행했지만 배상금 규모와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 LG에너지솔루션은 조 단위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송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언급이 있었지만, 합리적인 범위에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집행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그동안 미국 법에 따른 산정 기준에 따라 협상에 임해왔다고 강조했다. 합의금액에 대한 눈높이가 가까워져야 구체적인 지급 방식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 관계자는 "미국 연방 영업비밀 보호법상 손배소 기준을 따르면, 손해배상 금액의 최대 200%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합의금에 이를 포함할지는 SK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진=SK이노베이션

항소하겠다는 SK이노 "이번 판결, 美에도 피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추가 입장문을 내고 "ITC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린 이후 (당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쟁점 사안들에 대한 소명을 했음에도, 절차상 문제점을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실체 판단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Veto) 행사 가능성도 점쳤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대통령 심의(Presidential Review) 등 남은 절차를 통해 이번 결정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가리겠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고객사(포드·폭스바겐) 모델을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부품 수입을 2~4년 허용한 것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내 공장 설립과 운영이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고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최종결정을 내린 ITC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번 ITC 결정이 미국 관련 산업 생태계 발전과 전기차 소비자 안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SK 배터리를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없다면, 이는 기업·소비자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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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조지아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은 최고 50억 달러가 투자돼 최대 6천여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규모"라며 "이 공장이 중도에 가동을 중단하면 피해는 단순히 SK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고 조지아 전체와 미국 경제·사회에까지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ITC가 내린 최종결정의 효력은 이날부터 60일 이후 발생한다. 민사소송인 ITC 소송은 최종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합의하면 즉시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