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된 디지털 자산 수탁업에 뛰어드는 은행들

[이슈진단+] 규제 변화에 NH농협·KB국민·신한은행 출사표

금융입력 :2021/01/15 12:45    수정: 2021/01/15 14:13

올초 신한은행이 지분 투자로 디지털 자산 수탁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업계의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곳은 NH농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으로 세 군데다.

은행업계선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신시장으로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준비 중인 세 은행들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자산 수탁업을 개인으로 확대해 새로운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자산, 디지털 자산 수탁업 뭐길래


디지털 자산은 말 그대로 디지털화한 자산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외에도 부동산을 제외한 동산 자산(게임 아이템·예술작품·부동산 수익 증권 등)을 디지털화한 개념이다. 디지털 자산과 같이 거론되는 기술은 블록체인이나 분산 원장 기술인데, 이를 통해 자산의 소유와 이동 증명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가상자산 외에도 동산 자산도 디지털화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긴 어렵다. 이미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NFT(Non-Fungible tokens)'를 취급하는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핀크 등을 통해 유명화가의 작품을 디지털화한 토큰으로 나눠 투자하는 미술품 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은 디지털 자산을 수탁하는 사업이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라고 일컫는다. 수탁서비스는 자산의 안전한 보관뿐만 아니라 결제·대여·세금·배당 등 자산 보유시 발행할 수 있는 모든 부가 서비스를 의미한다.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세 은행(NH농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은 기관투자자로부터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세금과 배당 등을 관리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업을 행할 예정이다.


은행은 왜 디지털 자산 수탁업 뛰어들었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처음 생긴 자산 형태인 만큼 규제 부분서 불완전했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왜 이런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 규제로 이자이익이 감소하고, 수수료 수익을 늘려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디지털 자산 수탁은 수수료 확대의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코인베이스의 디지털 자산 수탁 수수료가 0.5% 수준"이라며 "리테일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분위기에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일정적인 수수료는 은행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의 수수료 수준도 코인베이스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변하는 금융 환경과 제도도 은행의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NH농협은행 류창보 NH디지털R&D센터 신기술파트장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 시행과 미국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의 규제 변화가 시장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OCC는 신탁 인가를 받은 모든 은행들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치랩스 김민석 이사도 "미국 OCC가 디지털 커스터디 사업 허용에 이어 스테이블코인 유통과 결제에 대해 승인할 수 있는 독립적 노드에 은행 참여도 가능하도록 했다"며 "세계적으로 이런 흐름으로 가기 때문에 국내 은행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올 1분기 국내 첫 디지털 자산 수탁업 베일 벗는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에는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에 대한 실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가장 먼저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을 검토했던 NH농협은행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헥슬란트와 실 사례들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 류창보 NH디지털R&D센터 신기술파트 파트장은 "1월 은행장 보고가 있어 2월께는 윤곽이 잡힐 것"이라면서 "디지털 자산 수탁 생태계 조성을 위한 파트너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뛰어든 KB국민은행과 한국디지털에셋이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과 해치랩스·해시드는 공동투자로 한국디지털에셋을 2020년 11월 말 설립했다.

문건기 한국디지털에셋 대표는 "1월말 중 연락을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올 1분기에는 수탁 외에도 장외거래나 기타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건기 대표는 "한국디지털에셋을 설립 후 웨비나 방식으로 기관투자자의 의견을 받았으며, 연락을 준 법인들에게 제공을 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며 "일단 수탁 자산은 비트코인이며 향후 이더리움을 비롯한 디파이(De-fi) 생태계와 토큰화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다룰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신한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블로코·페어스퀘어랩과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해 한국디지털자산수탁을 만들었다. 설립 후 7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한은행이 코빗과 손잡았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타 은행 관계자는 "넥슨이 코빗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빗썸까지 넥슨이 매입한다는 설이 유력해 거래소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거래소에 공급되는 은행 실명 계좌까지 신한은행이 가져가 시장 초기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가 있으면 그 거래소 고객의 자산을 바로 수탁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면, 단점은 다른 거래소에서 이 수탁 서비스를 쓰기 꺼려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윤하리 블록체인랩장은 "코빗이 넥슨 계열사이라 가상자산 외에도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협업을 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은 연내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