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4대 그룹 총수 무슨 얘기 오갔나

삼성·현대·SK·LG, 포스트 코로나 대응·재계 현안 챙기기 '분주'

디지털경제입력 :2020/09/24 07:04    수정: 2020/09/24 08:27

재계 총수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업 안팎의 현안들을 챙기며 숨 가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비공식 회동을 갖고 이를 논의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장기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 등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 타개를 고심하는 한편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 등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달 초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 이는 총수 간 비정기적으로 이뤄졌던 재계 모임의 연장선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과 더불어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기 단체장 후보와 새 창구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하고 사실상 공식적인 소통 창구가 사라지면서, 이 같은 비정기적 만남이 재계의 중요한 모임으로 자리잡은 것으로도 보여진다"며 "맏형인 최 회장을 비롯해 젊은 총수들이 모여 고충을 나누는 등 비슷한 연령대 공감대를 형성, 모빌리티 등 사업 접점도 있기 때문에 대화의 폭이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이 자리에서는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차기 회장 후보 선출 건이 화두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2010년에는 이건회 삼성전자 회장이 당해 7월 전경련 회장단과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가진 뒤, 11월 열린 정례 회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대됐다는 소식이 공식화되기도 했다.

그룹사가 이들의 '입' 역할을 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국정농단 사태로 탈퇴하면서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만큼, 최 회장이 재계 맏형으로서 대한상의에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일각에서는 이달 초 만남에서 재계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창구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상생, 사회적 가치 등 사회공헌 가치를 중요시하는 등 대한상의 회장 자리에서 재계 중요한 경제수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충분한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한상의 단체 특성상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기에, 재계 핵심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4대 그룹이 포함된 또 다른 차원의 재계 단체, '제2의 전경련'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는 총수들이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 만남을 가진 데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단체는 "기업 경영 활동을 위협하고 있다"며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과거 전경련과 비교해) 온전한 입장을 전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재계 한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자리라고 하더라도 다소 민감한 공정경제 3법 등 논의는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각 사)

아울러 이번 자리에서 협력을 통한 위기 극복 방안과 함께 4개 그룹사의 주요 사업 현안인 배터리 사업도 거론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 총수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배터리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현대차 연구소와 삼성·LG·SK 배터리 3사 사업장에서 회동을 갖는 등 현장경영을 이어왔다. 내부에서는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을 주문,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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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수차례 사업장을 방문하며 삼성전자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를 챙겨왔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 등에 무역제재를 심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등에도 찾아올 변화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전략을 점검하며,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추석 연휴 이후 반도체 현장경영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경영방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기업과 사회,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코로나19로 위협받는 사회 안전망 구축에 나설 것을 밝혔다. 전날(22일) 임직원에 "변화된 환경을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 역시 지난 22일 진행된 LG그룹 사장단 워크샵에서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자"며, 새로운 시장 수요에 맞는 사업 재편과 혁신을 통해 고객 가치를 실천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