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반도체' 육성 박차...애플 출신 영입 타진

김녹원 딥엑스 대표 물망, '온 디바이스 AI' 구현 포석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6/24 11:20    수정: 2020/06/24 11:40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 석학인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에 내정한데 이어 애플 출신의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가 영입도 타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을 장악할 'AI 반도체' 전쟁에 대비해 인재 육성에 본격 나선 것이다.

현재 영입 대상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김녹원 대표는 브로드컴, IBM, 시스코 시스템즈, 애플 등을 거친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특히 그는 애플에서 '아이폰X'용 A11 바이오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를 주도한 바 있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사업 강화를 위해 딥엑스 김녹원 대표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고위임원으로 신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김 대표에게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설계와 개발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사업 강화를 위해 애플 출신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가 영입을 타진하고 나섰다. (사진=pixabay)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및 무선사업부 소속 고위 임원들이 그간 김녹원 대표와 수차례 회동하며 영입을 제안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엔 엑시노스 AP와 NPU 개발 과정에서 김녹원 대표와 의견을 교류하는 등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적임자로 판단하고 있다"며 "김 대표가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에서 NPU 등의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딥엑스 김녹원 대표는 누구?

딥엑스는 사물인터넷과 엣지 디바이스 응용을 위한 NPU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저전력 인공지능 프로세서 및 인공지능 알고리즘 최적화 기술과 응용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18년 설립됐으며, 2019년 국내 최초로 엣지용 NPU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딥엑스 수장을 맡은 김 대표는 전자부품연구원(KETI) 전임 연구원을 거쳐 2007 미국 UCLA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IBM 왓슨 연구소의 제안으로 딥러닝 하드웨어 프로세서 개발(2010년)에 도전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2011년 박사학위 취득 이후에는 시스코 시스템즈를 거쳐 애플에 입사(수석 엔지니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시리즈에 적용되는 AP 설계와 개발을 맡았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2017년에는 경희대학교 SW융합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임용, 이듬해(2018년) 딥엑스 창업과 동시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인공지능 구현에 적합한 NPU 개발에 매진해왔다. 현재 딥엑스는 12건 이상의 NPU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과학기술정통신부의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에 엣지 인공지능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초저전력 추론형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 '뉴 삼성' 비전이 그리는 인공지능의 미래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김 대표 영입을 통해 NPU 기반의 '온 디바이스 AI'를 구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가장 빠르게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이미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된 인력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DS 부문 사장단들과 미래 전략을 점검하고 중장기 기술 로드맵과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장에서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며 미래 기술 선점을 독려하기도 했다.

온 디바이스 AI는 네트워크 연결 없이 기기 자체 내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종합기술원의 선행연구에 기반해 NPU를 탑재한 '엑시노스 9' AP를 선보인 바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7년 삼성리서치에 한국 인공지능 총괄센터를 설립한 이후, 미국·캐나다·러시아 등에 추가로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조성해 해외 석학들과 인공지능을 미래 먹거리로 지속 육성하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 3월엔 반도체 사업 부문 산하에 DIT(Data & Information Technology) 센터를 설립하고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열린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 현장. 이재용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LSI 사업 및 파운드리 분야의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사진=삼성전자)

DIT 센터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비즈니스 전략 마련에 필요한 로드맵을 수립, 이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활동하는 조직으로 삼성종합기술원 디바이스&시스템 연구센터와 AI&S/W 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한 심은수 전무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심은수 전무는 지난해 초 열린 '세미콘코리아 2019'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온 디바이스 AI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기기에 AI가 탑재되면서 NPU는 범용 프로세싱 코어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대역폭 향상, 알고리즘 개선 등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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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기술로 반도체 생산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공지능 솔루션을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설계)을 지원하는 활동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반도체 설계에 있어 집적도(미세공정)의 증가가 고성능·고효율의 특성을 갖춘 반도체 개발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딥엑스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 외에도 파운드리 사업부와 인공지능 솔루션 적용을 위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며 "퀄컴(스냅드래곤 865)에 이어 애플도 인터넷 연결없이 음성 및 텍스트 번역이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구현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도 이에 대비한 NPU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